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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을 알 수 없는 누이의 영혼을 모시고 농다리를 건너는 상여
 무덤을 알 수 없는 누이의 영혼을 모시고 농다리를 건너는 상여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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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비에 마음까지 곰팡이가 필까봐 은근히 걱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모처럼 햇살 좋은 일요일입니다. 온 몸으로 햇살을 쬐러 진천 농다리 축제 현장엘 다녀왔습니다.

축제 때마다 농다리를 건너는 상여에는 어떤 의미나 사연이 있을까가 궁금했는데 상여에 실린 애환 같은 전설, 임연장군의 누이에 얽힌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지난 축제 때까지 상여에 앞서 요령을 흔들며 선소리를 넣던 이정수(72세, 충청북도 무형문화재 제11호) 어르신으로부터 자세하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농다리 상여는 임장군 누이의 영혼을 달리낸 진혼 상여

그 옛날, 농다리 인근부락에 임씨 성을 가진 집안에 힘이 센 남매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 남매가 어찌나 힘이 센지 주변에는 이들을 대적할 사람이 없었다고 합니다. 한 집안에 두 어른이 있을 수 없듯이 한 마을에 두 장군이 있을 수 없으니 스무 살이 되던 해 둘은 목숨을 걸고 내기를 했답니다.

진천 농다리 상여
 진천 농다리 상여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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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다리를 놓을 때 무거운 돌을 운반하는 과정을 재현하는 모습
 농다리를 놓을 때 무거운 돌을 운반하는 과정을 재현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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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다리를 건너는 농부들의 모습 재현 과정
 농다리를 건너는 농부들의 모습 재현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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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되는 임연장군은 두께가 세자(1m)나 되는 신발창을 쇠로 만든 신발을 신고 코를 뚫지 않은 소를 끌고 개성을 다녀오는 것이었고, 장군의 누이는 마음 앞에 흐르는 강에 돌다리를 놓는 것이었습니다.    

약속 된 100일이 다 되어 가는데도 개성을 다녀오기로 한 아들이 돌아온다는 소식이 없자 어머니는 걱정이 되었습니다. 딸보다는 아들을 선호하던 시대여서 그런지 어머니는 어떻게 하던 아들이 이기게 하고 싶었습니다.

약속된 100일 하루 전. 임장군의 누이는 28개로 된 농다리에 상판 하나만 남겨둔 상태였습니다. 이러다가는 아들을 잃을 것 같은 생각에 임장군의 어머니는 찹쌀로 인절미를 한 함박이나 만들어 임장군의 누이에게 먹였습니다.

금방이라도 넘어질듯 기웃뚱 하지만 별탈 없이 건너는 상여
 금방이라도 넘어질듯 기웃뚱 하지만 별탈 없이 건너는 상여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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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과정을 재현하는 과정
 돌아오는 과정을 재현하는 과정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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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여 일 가까이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일만하다 모처럼 인절미로 포식한 임연장군의 누이는 식곤증을 이기지 못해 깜빡 잠이 들었습니다. 누이가 잠든 사이에 임연장군이 개성에서 돌아오니 목숨을 건 두 남매의 시합에서 누이가 패하게 되었답니다.   

시합에서 패한 누이는 약속대로 죽었지만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였기에 시대 풍습에 따라 무덤도 만들지 않고 농다리 건너 어딘가에 묻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운명을 달리한 임장군의 누이는 장마만 지면 농다리가 떠내려갈까 걱정되어 우우 거리며 나타나 농다리를 지키고 있다고 합니다.

▲ 농다리 상여 농다리 상여는 무덤을 찾을 수 없는 전설속의 임장군 누이의 영혼을 달래기위한 진혼 상여임을 이정수 옹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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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한 세월이 흘러도 농다리 건너 어딘가에 있을 누이의 무덤은 찾을 수가 없었지만 그 영혼이라도 장사지내 드리려 매년 상여를 메고 농다리를 건너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세월도 흐르고, 물도 흐르고 있지만 농다리에 얽힌 전설, 무덤도 알 수 없는 임연장군 누이의 영혼은 농다리를 건너는 상여꾼들의 어깨 위에서 후렴 소리로 흩날리고, 전설이 되어 나풀대고 있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농다리 축제 현장엔 21일 다녀왔습니다.



태그:#농다리, #진천, #생거진천, #임연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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