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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의 관동별곡을 보면, 경포대에 대한 대목이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호수는 흰 비단 옷을 다린 것 같고 호수 주위로 큰 소나무에 둘러싸였고 물결도 잔잔하니 한척의 배를 띄워 호수를 건너 정자에 오르니 강문교 넘어 동해가 거기로구나. 이곳보다 아름다운 경치가 어디 있단 말인가, 하고 감탄했다.

 

그러면 지금 호수는 원형을 보존하고 있는 것일까. 당시 호수가 12킬로미터 되었다고 하나 이제는 겨우 4킬로미터 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일제시대를 거치고 6·25 사변을 겪는 동안 경포대와 경포호수는 방치되어 누각은 원형을 잃을 정도로 회손되었고 호수는 사방에서 토사가 밀려들어 지금의 작은 모습을 만들어냈다.

 

호수 주위는 너른 부들 밭과 갈대밭이었으나 호수가 줄어들자 새들도 떠나가고 호수 물도 장마가 지면 대책 없이 토사가 밀려들어 흙탕물로 변했다. 70년대 소설가 서근배 선생(작고)이 모 고등학교 교편을 잡고 있을 때 강릉의 삼다 '물이 흐리고, 바람이 많이 불고, 여자들은 절개가 없다'는 글을 모 문학지에 발표해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그랬던 호수가 비록 원형은 줄어들었지만 강릉시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지금은 고기들이 노니는 맑은 물로 바뀌었다. 떠났던 철새들도 다시 돌아와 이제는 철새들의 낙원이 되었다. 호수 주위로는 훌륭한 산책로가 만들어져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제 경포호수는 경포 해수욕장을 찾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호수 주변 산책로에는 이 고장 출신 시인들의 시비가 서 있고 허난설헌과 허균의 생가 터가 있는 호수 주위 산책로에는 홍길동 거리가 조성되어 홍길동전에 나오는 인물들의 익살스러운 조각들이 서 있어 산책하는 사람들의 얼굴에 잔잔한 미소를 머금게 하고 있다. 


이 외에도 강릉 경포대는 달로도 명성이 자자하다. 특히 추석이나 음력 보름이 되면 달맞이로 더 유명하다. 달이 떠오르면 하늘에서 호수를 건너 경포대까지 구름사다리가 장관을 이루고 있다. 하늘에 달, 호수에 달, 술잔에 달, 눈동자에 달, 마음속에 달, 다섯 개의 달은 이미 널리 알려졌다.

 

문제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경포 정자각 복원 과정에서 서쪽 벽면이 있었느냐 없었느냐는 아직도 문제가 되고 있다. 확실한 고증을 거쳐 원형이 회손 되지 않게 하는 것이 우리 후손들의 책임이다. 오래 된 벚나무에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시멘트로 처발라 놓은 것도 어쩐지 눈에 거슬린다.  


경포 호수를 중심으로 주위에는 많은 관광 명소들이 자리 잡고 있다. 가장 잘 알려진 신사임당과 이율곡 선생이 탄생한 오죽헌을 비롯해 선교장. 활래정, 허난설헌과 허균의 생가, 방해정의 기생 홍장의 애틋한 사랑이야기 등 손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다. 


이번 강릉시에서는 호수 늪지 복원사업에 진력을 쏟고 있다. 늪지에 작은 섬을 만들고 고향의 뱃길도 만들어 사라졌던 예전의 모습을 되찾기로 한 것이다, 전체 면적 30만 평방미터로 2008년에 시작하여 2012년에 완공예정으로 있다. 이 사업이 완성되면 2018년 동계 올림픽에는 평창과 함께 강릉이 새로운 명소로 떠오를 것이 확실하다.

 


태그:#경포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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