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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량면 소재지 풍경

콧등치기 국수집
 콧등치기 국수집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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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라지역을 나오면 앞으로 큰길이 이어진다. 이 길을 따라 남쪽으로 가다 보면 오른쪽으로 재미있는 간판이 보인다. '콧등치기의 원조' 청원식당이다.

콧등치기, 많이 들어본 말이다. 콧등치기는 정선 특유의 메밀국수다. 국수를 먹다 보면 면발이 가끔 콧등을 친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강원도가 인정하는 웰빙식이다. 이 식당은 여량6길 7-1에 있으며, 권정순씨가 운영한다.

청원식당 옆으로는 대흥여인숙이 있다. 이곳 여량에는 아직도 여인숙이 운영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이 집은 도장과 고무인도 파주는 대흥사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건물, 평상, 자전거가 80년대 정도에 머문 듯한데 여인숙 간판은 최근에 새로 만든 것 같다. 식당이고 여인숙이고 모두 정겨운 모습이다. 이들을 지나면 여량면 소재지를 동서로 잇는 42번 국도와 만난다.

여량면사무소
 여량면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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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 길을 따라 서쪽 방향으로 간다. 꽃벼루재로 가기 위해서다. 길을 따라가면서 보니 여량면사무소가 있다. 이곳에도 모란꽃이 활짝 피어있다. 여기서 여량소교를 지나니 42번 국도에서 왼쪽 언덕으로 오르는 옛길이 나타난다. 이곳의 이정표에는 마산재길이라고 쓰여 있다. 그럼 마산재길이 맞나 아니면 꽃벼루재길이 맞나?

길과 관련된 사연은 이렇다. 이곳 여량에서 정선까지 이어지는 길이 42번 국도로 지금은 강 북쪽으로 나 있다. 그렇지만 예전에는 강 남쪽으로 산을 끼고 길이 나 있었다. 이곳에 있는 산이 507m의 꽃벼루산으로, 이 산을 돌아 길이 이어지는 것이다. 그 때문에 이 산을 에돌아가는 고갯길을 꽃벼루재라 부르게 되었다. 또 고갯마루에 말을 키우던 마산치가 있어 마산재라고 부르기도 한단다. 

마산재로 올라서며

꽃벼루재 (마산재)
 꽃벼루재 (마산재)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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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재 또는 꽃벼루재로 올라가는 길은 처음에 오히려 힘이 든다. 가파른 오르막이기 때문이다. 경사가 너무 심해 차는 우회로로 해서 올라가야 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걷기여행을 하는 사람들인지라 가파른 길을 그대로 올라간다. 44명의 일행 중 한두 명이 조금 어려워한다. 일부 회원이 뒤에서 그들과 함께 천천히 따라오기로 한다. 마을을 따라 길가에는 철쭉과 들꽃들이 한창이다. 엉겅퀴도 피려고 꽃망울을 내밀고 있다.

조금 더 올라가 뒤돌아보니 여량의 넓은 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들 사이로는 송천과 골지천을 아울러 하나가 된 큰 하천이 유장하게 흘러간다. 그리고 우리가 지나 온 아우라지역과 그 너머 아리랑 전수회관, 여량정 등이 아련하게 보인다. 이제 마지막 계단을 오르면 마산재 정상에 닿을 수 있다. 모두 마지막 힘을 낸다. 정상에 오르니 평평하게 체육공원 같은 것을 만들어 놓았다. 운동기구도 몇 개 있다.

여량면 아우라지
 여량면 아우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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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기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이제부터는 오르막길이 없이 평탄한 길을 구불구불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이제는 오른쪽으로 강을 내려다보면서 길이 이어진다. 또 여기서부터는 북쪽으로 펼쳐진 높은 산을 조망하면서 갈 수 있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옥갑산, 상원산, 백석봉이 이어진다. 이 중 상원산이 가장 높아 1,421m나 된다.  

꽃벼루재에는 야생화가 지천이다

더덕
 더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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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는 마산재길을 꽃벼루재길이라 부르는 게 좋을 것 같다. 길옆으로 꽃들이 만발한 벼리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벼리란 낭떠러지의 다른 표현으로, 이것이 발음하기 쉬운 벼루로 바뀐 것 같다. 그러므로 꽃벼루재길이란 '꽃이 핀 낭떠러지를 따라 나 있는 길' 정도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이 길은 약 10㎞쯤 된다. 그러므로 3시간 정도면 걸을 수 있다. 우리는 이 길을 걸은 다음 북평면 소재지에 있는 나전역에서 제천행 5시 35분 기차를 탈 예정이다.

꽃길을 가면서 처음 만난 꽃이 엉겅퀴다. 잎과 꽃에 가시가 달린 꽃이다. 봉오리가 이제 자주색 꽃잎을 막 내밀고 있다. 강원도에서 요즘 특산물로 재배하고 있는 곤드래 나물도 엉겅퀴의 일종이라고 한다. 길옆의 나무에는 연녹색의 새순들이 정신없이 자라고 있다. 나물을 아는 회원들은 중간 중간 취나물도 뜯고 고사리도 뜯고 더덕도 캔다.

홀아비 꽃대
 홀아비 꽃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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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덕 잎을 건드리자 냄새가 진동을 한다. 그때 회원 중 하나가 더덕을 캐다가 화분에 심어놓고 아침에 한 번씩 건드려주면 좋다고 말한다. 집안이 온통 더덕 향기로 가득하기 때문이란다. 이번에는 꽃이 하얀 홀아비 꽃대를 만난다. 하필이면 왜 홀아비 꽃대일까? 외로워서일까? 그 옆에는 노란색 피나물이 있다. 이건 무슨 연유로 피나물이 되었을까? 그건 줄기를 자르면 그곳에서 붉은색 수액이 나오기 때문이란다. 그러고 보면 나무 하나 꽃 하나 허투루 이름붙인 게 없다.

이곳은 비교적 고산지대인지라 이제 피는 제비꽃도 있다. 제비꽃은 보통 초봄에 피어 봄의 전령사라 불리는데 여긴 좀 늦은 편이다. 제비꽃은 보통 보라색인데, 이곳에는 흰색 계열도 보인다. 또 분꽃나무도 보인다. 꽃이 분꽃 모양이라 그런 이름이 붙었다. 나팔처럼 꽃대가 올라온 다음 그 위에 다섯 개의 꽃잎이 펼쳐져 있다. 다만 색깔이 흰 게 특징이다. 식물전문가인 이훈재 회원은 팝콘 같은 하얀 성냥꽃이라는 재미있는 표현을 사용한다.

분꽃나무
 분꽃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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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에는 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다. 중간에 우리팀 말고 다른 사람을 몇 명 만났는데 모두 나물 뜯는 사람들이다. 접근성 좋지, 나물 많지 해서 이 길을 아는 사람들이 자주 찾는다고 한다. 한 마디로, 아는 사람만 아는 유용한 길이다. 우리 일행은 중간에 잠시 쉬면서 휴식을 취한다. 과일도 먹고, 물도 먹고, 준비해 온 술도 한 잔씩 먹는다. 다들 즐거운 표정이다.

다시 출발한 우리 일행은 또 다시 꽃에 홀려 앞으로 나간다. 넝쿨 딸기도 보이고 매발톱도 보이고 각시붓꽃 군락도 보인다. 붓꽃이 이렇게 다닥다닥 붙어있는 것은 처음 본다. 또 민들레도 지천이다. 하얀 민들레, 노란 민들레가 있다. 노란 민들레 역시 한군데서 여러 송이 꽃이 나와 색다른 멋을 느낄 수 있다. 집 주변에서 보는 민들레와는 다른 모습이다. 또 노래 가사에 나오는 일편단심 민들레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우리는 산길에서나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을 만끽한다.

저 아래로 골지천이 흘러 조양강이 된다

조양강의 철교
 조양강의 철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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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벼루재길에는 꽃만 좋은 게 아니다. 강쪽을 내려다보는 조망이 정말 좋다. 이 강은 여량면과 북평면 사이에서 조양강으로 그 이름을 바꾼다. 여량면 아우라지에서 합류한 송천과 골지천이 북평을 지나 정선으로 들어가면서 조양강이 되는 것이다. 꽃을 보는 중간 중간 낭떠러지 아래를 내려다보면 강이 뱀처럼 구불구불 돌고 돌아간다. 말 그대로 사행천이다. 그 때문에 사람들이 다리를 놓을 수도 없고 해서 이렇게 산자락으로 길을 낸 것이다.

강 옆으로는 철교가 지나가고 또 42번 국도가 지나간다. 북평에 가까워지자 들이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한다. 북평을 우리말로 옮기면 북쪽의 들이 된다. 강을 끼고 논과 밭이 잘 만들어져 있다. 밭에는 비닐하우스가 보이고, 논에는 모내기를 위해 물을 가두고 있다. 그러고 보니 지금이 농사꾼들에게 정말 바쁜 오월이다. 우리들은 주말을 이용 이렇게 놀러 다니지만, 농부들은 요즘 눈코 뜰 새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주말에 농촌봉사를 나가는 사람들도 있다.

꽃벼루재길에서 바라 본 북평면소재지
 꽃벼루재길에서 바라 본 북평면소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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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는 꽃벼루재의 거의 끝인 남평리에 접어든다. 이곳에서 내려다 보니 북평면 소재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우리가 가야 할 나전까지는 아직도 4㎞ 정도 남았다. 2㎞ 정도 더 가면 유기농재배지로 유명한 봉화마을이 나오고, 거기서 다시 2㎞ 정도 더 가면 나전역이 나온다. 오후 3시쯤 우리는 조양강을 건넌다. 기차역에 도착하니 아직 3시20분 정도 밖에 안 되었다. 기차는 5시 35분에 이곳 나전역에 도착할 예정이다.

우리는 구절리에서 레일바이크로 송천을 따라 아우라지까지 내려온 다음, 아우라지에서 다시 조양강변의 꽃벼루재길을 걸어 나전까지 온 것이다. 아침 10시 30분부터 1시간 정도 레일바이크를 타고, 오후 12시 30분부터 3시간 정도 걸은 것이다. 이제 레일바이크 여행과 도보여행이 끝났으니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진다. 느긋한 마음으로 뒷풀이를 하면서 하루를 정리한다. 뒷풀이에는 역시 막걸리와 족발이 제격이다. 


태그:#꽃벼루재길, #아우라지 , #나전, #마산재, #북평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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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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