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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15일(현지 시간) 뉴욕 경찰에 체포됐다. 칸 총재는 미국 뉴욕의 한 호텔에서 호텔 직원을 성추행 하려한 혐의를 받고 있다.
▲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IMF 총재 체포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15일(현지 시간) 뉴욕 경찰에 체포됐다. 칸 총재는 미국 뉴욕의 한 호텔에서 호텔 직원을 성추행 하려한 혐의를 받고 있다.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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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5일 일요일 오전(현지 시각) 프랑스 라디오에서는 하나의 충격적인 뉴스가 전해졌다. 국제통화기금(IMF) 총장직을 맡고 있으며 내년 프랑스 대선에서 사회당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던 도미니크 스트로스-칸(DSK, 도미니크 스트로스-칸의 약자)이 성폭행 시도 및 감금 등의 혐의로 미국의 뉴욕 경찰에 연행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아침을 먹으면서 이 소식을 접한 기자는 '오래전 얘기를 다시 꺼내고 있나'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프랑스 언론에서 DSK가 고급 승용차 포르쉐에 올라타고, 양복으로 3만5000달러를 소비했다는 등의 호화 생활을 하는 모습이 보도된 것이 얼마 전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기자의 귀에 사건이 전날 일어났다는 말이 들려왔다. 이건 무슨 말인가? 차기 사회당의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로 알려진 그가 사회당의 내부 후보 선정 절차인 프리메르(primaire) 등록을 6주 앞둔 이 중요한 시기에 이런 스캔들에 휘말리다니.

뉴욕 경찰이 전하는 사건의 대략적인 전말은 다음과 같다. 

14일 토요일 오후 1시(미국 현지 시각), 뉴욕의 맨해튼 가에 위치한 소피텔(이곳은 프랑스 자본이 소유한 호텔이다). DSK가 머물고 있는 스위트룸에 여성 객실 청소원이 청소를 하러 들어왔다. 마침 샤워를 마치고 몸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욕실에서 나오던 DSK는 호텔 방문을 안에서 잠근 후, 이 여성을 침대로 끌고 가서 눕히고 성폭행을 시도했다. 가까스로 도망쳐 나온 여자는 호텔에 즉각 신고했다. 경찰이 도착했을 때 DSK는 이미 호텔을 떠난 후였는데, 휴대전화와 소지품 등이 여기저기 흐트러져 있는 것으로 보아 서둘러 호텔을 떠난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은 판단했다. 이어서 DSK는 JFK 공항으로 향했다. 그날 오후 4시 40분 파리행 비행기에 오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비행기가 이륙하기 10분 전, 비행기에 오른 경찰이 에어프랑스 1등석에 타고 있던 DSK를 연행했다. DSK는 성폭행 범죄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할렘경찰서에 구속됐다.

일요일의 평화롭고 늦은 아침을 즐기던 프랑스인들은 우선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사회당 소속 인사들은 극심한 경각심을 보였다. 마르틴 오브리 사회당수는 "이 소식은 다른 모든 사람에게처럼 나에게도 청천벽력 같은 소리다. 모든 사회당원이 단결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세골렌 루아얄과 프랑소와 올랑드 등 사회당의 주요 인사들도 이 사건을 조심스럽게 처리해야 한다며 매우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DSK의 측근들이나 DSK가 시장을 역임했던 파리 북쪽 근교 도시 사르셀 주민들은 이번 일에 대해 하나같이 자기들이 지금까지 알고 있는 DSK와는 거리가 먼 모습이라며 믿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DSK가 항상 신중하고 절대 목소리를 높이는 일이 없으며 폭력, 특히 성폭력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사르코지 대통령도 각료들에게 이 사건과 관련하여 침묵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일과 관련해 여자관계가 복잡한 DSK가 어떤 함정에 빠진 것일지도 모른다는 음모론도 흘러나오고 있다.

차기 대선 후보로 유력했던 인사의 성 스캔들... 흔들리는 사회당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IMF 총재의 체포 사건을 보도하는 <로이터>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IMF 총재의 체포 사건을 보도하는 <로이터>
ⓒ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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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허약해진 사회당의 이미지는 DSK의 이번 성 스캔들로 다시 한 번 뒤흔들리게 되었다. 사회당의 프리메르 후보 등록은 6월 28일에서 7월 13일까지로 예정되어 있고, 1차 내부 선거가 10월 9일로 계획되어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차기 대선을 1년 앞둔 사회당의 미래는 마냥 어둡기만 하다.

차기 대선 사회당 후보로 가장 유력했던 DSK의 정치 생명은 이번 스캔들로 거의 끝났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그렇다면 이 스캔들로 가장 많은 이득을 얻는 사람은 누구일까?

우선, 지난 몇 달 동안 '보통 사람' 이미지를 주기 위해 노력한 프랑소와 올랑드를 꼽을 수 있다. 리오넬 조스팽 전 총리 계열인 올랑드의 '보통 사람' 이미지는 지금까지는 사르코지를 겨냥한 것이었지만, 이제는 DSK도 그 대상에 포함된다. 또한 전 사회당 대선 후보였던 세골렌 루아얄도 DSK 스캔들로 일종의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극우 정당인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도 이득을 얻을 사람 중 하나로 간주된다. 르펜은 2009년 가을에 프레데릭 미테랑 문화부 장관의 동성연애 과거를 끄집어내 한 차례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르펜은 예전에 TV 녹화 현장에서 DSK에게 농담 섞인 성적 발언을 들은 바 있다고 밝혔다.

DSK가 내년 대선에서 사르코지의 강력한 잠재적 적수로 간주됐다는 점에서 사르코지 대통령이 최대 수혜자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와 달리 벨기에 일간지 <저녁(Le Soir)>은 15일(현지 시각) 사르코지와 마르틴 오브리 사회당수가 DSK 퇴출로 오히려 손해를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신문은 사회당 내에서도 우파 성향이 짙은 DSK가 출마할 경우 일부 열성 사회당원들의 표가 녹색당이나 중도파 등 다른 후보들에게 흩어져 사회당 후보의 세력을 약화시킬 수 있고, 그렇게 되면 2차 투표에서 사회당이 아닌 극우파 후보와 만나 극우파 후보를 상대로 승리한다는 사르코지의 전략이 무용지물이 됐다고 분석했다. 오브리 사회당수의 경우 리더십 부족으로 지지 기반이 탄탄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DSK 같은 유력 후보에게 대선 후보 자리를 맡기려 했는데, DSK 퇴출로 자신이 후보로 나서야 하는 상황을 맞닥뜨리게 됐다는 것이다.

경제 전문가인 DSK는 최근 보도에 의하면 최상류층 생활을 영위하고 있고 더욱이 경제위기에 처한 나라를 도와준다는 명목으로 전 세계에 자유 시장 경제를 장려하고 있는 IMF 총장직을 맡음으로써 일부 사회당원들의 비판의 대상이 되었던 게 사실이다. DSK를 IMF 총장으로 추천한 사람이 바로 사르코지다. 이번 스캔들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프랑스의 국가 이미지뿐만 아니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이미지도 손상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나도 DSK 성폭력 피해자"... 막다른 골목에 몰린 IMF 총재

이번 스캔들의 의문점도 한둘이 아니다. 라디오 뉴스인 <프랑스 앵포(France Info)>는 16일 다음 4가지 의문을 제기했다.

우선 소피텔의 여성 청소원은 성폭행 시도 시간을 오후 1시쯤이라고 했는데, DSK가 호텔을 떠난 시각이 낮 12시 28분으로 밝혀졌다는 것. 또 다른 소식통에 의하면 DSK가 낮 12시 15분에 콜롬비아대학에 재학 중인 딸을 만나 같이 점심을 먹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시간 문제는 뉴욕 경찰의 조사 결과 사건 발생 시간이 애초 알려진 것보다 1시간 전인 낮 12시로 규정되면서 풀렸다.

두 번째 의문점은 DSK가 호텔을 거의 도망쳐 나갔다는 보도가 사실이냐는 것이다. DSK가 서둘러 호텔을 떠난 것은 사실이지만, 도망쳐 나간 것은 아닐 것이라는 주장이다. DSK는 파리행 비행기 표를 이미 며칠 전에 구입해 놓은 상태였으며, 15일(일요일) 독일 정상과 회담이 예정돼 있어 파리를 거쳐 베를린으로 갈 계획이었다.

세 번째 의문점은 휴대전화를 비롯해서 개인물품이 호텔 방에 그대로 널려 있었다는 보도를 DSK가 정신없이 도망쳐 나간 증거로 볼 수 있느냐는 의문이다. 이 휴대전화는 DSK의 휴대전화 7개 중 하나에 불과하며, DSK 본인이 호텔에 전화를 걸어 '휴대전화를 두고 나왔으니 공항에 갖다 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즉, 이것은 도망친 사람의 행동으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네 번째 의문점은 소피텔 근처에 있는 아파트에 있던 DSK가 왜 하루에 3000달러나 하는 호텔 방에 묵었느냐는 의문이다. 호텔 측에서는 그 시각에 방이 비어 있으니까 청소부를 보냈다고 했지만, 방은 비어 있지 않았다는 것.

여러 가지가 석연치 않은 이번 사건으로 DSK의 정치생명은 바람 앞의 촛불 같은 처지가 됐다. 더욱이 16일 기자이며 소설가인 트리스탄 바농(Tristane Banon, 28세)이 2007년에 자기도 DSK 성폭력의 희생자가 된 적이 있다며, 당시에는 고소를 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고소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DSK는 막다른 골목으로 몰리고 있는 듯하다.

16일 수갑을 낀 채 뉴욕 공판정에 초췌한 모습으로 나타난 DSK의 모습은 많은 프랑스인들에게 충격이었다. DSK는 가석방을 위해 100만 달러를 제시했으나 기각되어 다음 공판이 열리는 금요일까지 감방 신세를 지게 되었다.


태그:#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IMF, #성폭행, #사르코지, #사회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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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 자유기고가, 시네아스트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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