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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상여행렬
 도심 속 상여행렬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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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잎이 흩뿌려진 꽃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여느 도심지의 길들처럼 아스팔트와 시멘트블록으로 포장되어 있어 인정머리라고는 느낄 수 없는 딱딱한 길이었지만 간밤에 내린 비와 함께 쏟아졌을 벚꽃 잎이 두툼하게 깔려 있어서 걷기에 좋았습니다.

아파트건물이 숲을 이루고 있는 도회지 속 벚꽃나무 길, 빨갛고 파란 청사초롱이 촘촘하게 내걸린 길을 500m쯤 걸어 올라가니 제10회 양주상여와회다지소리 정기공연이 열리는 은봉초등학교 교정입니다.  

▲ 양주상여소리정기공연 5월 1일, 경기도 양주시 백석읍 은봉초등학교에서 있었던 제10회 양주상여와 회다지소리 정기공연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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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시작되려면 아직 두어 시간은 기다려야 하는 10시가 조금 덜된 시간, 행사가 열릴 은봉초등학교교정에는 행사를 준비하는 사람들만 보일 뿐 아직은 한가합니다. 사진을 내걸고, 체험장을 만들기 위해 천막을 치고, 무대를 준비하고, 음향시설을 점검하고 공연을 앞둔 소리꾼들이 연습을 하는 정도입니다.

행사장의 상징이 된 고소한 냄새

축제장마다 빠지지 않는 고소한 냄새, 부침개를 굽는 고소한 기름 냄새가 호객행위라도 하듯 일찍부터 행사장 한쪽에서 손짓을 하고 있었습니다. 뜨끈뜨끈한 부침개한 쪽에 막걸리 한 사발 벌컥벌컥 마시고 싶은 생각이 굴뚝입니다.

행사장으로 가는 길은 벚꽃 잎이 흩뿌려진 꽃길이었습니다.
 행사장으로 가는 길은 벚꽃 잎이 흩뿌려진 꽃길이었습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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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여 앞에서 요령잡이가 흔드는 요령
 상여 앞에서 요령잡이가 흔드는 요령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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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가 뒤덮을 거라는 예보에 은근히 걱정됐는데 다행스럽게도 바람만 좀 심하게 불뿐 황사는 심하지 않았고 날씨도 맑았습니다. 오전 11시가 조금 넘으니 행사장으로 들어서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어납니다.

행사장으로 들어서는 사람들 중에는 유독 나이 지긋하신 할아버지나 할머니들이 눈에 많이 띕니다. 추억으로 한 자락씩은 깔고 있을 상여행렬과 상여소리를 듣기 위해 일부러 찾아오신 듯합니다. 

상여행렬은 행사장에서 500여 m쯤 떨어진 동화사거리에서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들의 규모가 꽤나 됩니다. 꾸며진 상여를 둘러보다 보니 요령잡이가 설 자리 앞에 글씨가 빼곡한 종이 한 장이 매달려있습니다. 자세히 들여다 보니 요령잡이가 할 선소리를 적은 종이였습니다.

20명이 줄을 잡고, 36명이 멘 상여
 20명이 줄을 잡고, 36명이 멘 상여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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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머리를 놓고 기원제도 올렸습니다.
 돼지 머리를 놓고 기원제도 올렸습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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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령잡이가 힐끔힐끔 보기 위해 붙여놓은 것인지 아니면 누구라도 곡조만 알면 요령잡이를 할 수 있게끔 하기 위해서 붙여 놓은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요령잡이의 선소리에 대한 기대에 흠집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상여가 휘청거릴 만큼 바람이 불고 있지만 예정된 시간이 되니 진을 맞춰 출발을 합니다. 찬조출연으로 참가한 평택농악단이 제일 앞장 서 농악을 울리고, 상여행렬이 따르는 순서입니다.

아파트 숲과 전통상여, 묘하도록 언밸런스 한 조화 이뤄

요령잡이가 상여에 올라타니 상여 앞쪽으로 맨 4줄을 5명씩이 잡고 36명의 상두꾼들이 상여를 둘러멥니다. 상여앞쪽에 올라탄 요령잡이는 요령을 흔들며 선소리를 넣고, 상여 뒤쪽에 탄 또 한 사람은 북으로 장단을 맞추고 있었습니다.

고예단 같았던 평택농악단
 고예단 같았던 평택농악단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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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장으로 가는 길이 꽉 찰 정도의 규모로 상여가 이동합니다. 왠지 어색하기만 할 것 같은 것들이 묘한 조화를 연출합니다.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풍물패 소리와 주검을 싣고 가는 상여행렬에서 나오는 상두꾼들의 어~허~ 소리, 즐비하게 늘어선 아파트와 알록달록한 꽃상여가 시공을 넘나드는 조화로 펼쳐집니다.

상여행렬이 시작되는 동안 행사장인 은봉초등학교에서는 이미 일련의 행사들이 식전행사처럼 펼쳐지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운동자 가를 빙 두르고 있는 계단식 벤치에 앉아있던 1000여 명의 구경꾼들이 상여행렬을 맞이합니다.

보는 사람들을 가슴 졸이게 했던 평택농악단 시연장면 중 한 장면.
 보는 사람들을 가슴 졸이게 했던 평택농악단 시연장면 중 한 장면.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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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를 지내고 나니 준비되었던 행사들이 이어집니다. 국악이 울리고 민속춤이 펼쳐집니다. 창을 하는 사람들과 구경꾼들이 누가 더 잘하는 지를 경쟁이라도 하듯 열심히 부르고 열렬하게 손뼉칩니다.

운동장에서 한바탕 마당잔치가 펼쳐지고 있는 시간, 임종을 체험할 수 있게 마련된 천막 안에서 임종을 체험하는 사람도 있고, 한쪽에서 막걸리 잔을 기울이는 사람도 보입니다.

곡예단 같은 평택농악단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국악인들의 창과 춤이 끝나니 대규모로 구성된 평택농악단이 들어섭니다. 여느 농악단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풍물만 울리는 가 했더니 서커스 아닌 서커스가 펼쳐지고 곡예단 같은 곡예가 펼쳐집니다.

얄샹얄상한 발걸음으로 장단을 맞추고, 야들야들한 몸짓으로 춤을 춥니다. 종이 고깔을 쓴 사람도 있고 패랭이 모자 같은 전립(氈笠)을 쓴 사람도 있습니다. 머리를 뱅그르르하고 돌일 때마다 전립에 매달린 기다란 줄이 허공에 원을 그립니다.

마당굿이라도 하듯 한바탕 농악놀이를 하고나더니 농악대 속에 있어 아이들과 곡예를 하기 시작합니다.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가슴을 쓸어내리게 하는 아슬아슬한 연기가 반복됩니다.  

3단 목말을 태우기도 하고, 부침개를 뒤집듯 7살 된 아이를 앞으로 넘겼다 뒤로 젖히기를 반복합니다. 위험해 보이기도 하고, 성장기에 있는 아이에게 무리가 되는 건 아닐까가 걱정될 정도였습니다.

혹시 혹사당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지만 그건 아닌 듯 보였습니다. 공연을 끝낸 아이가 한쪽에서 기다리고 있는 엄마로 보이는 사람에게 달려가  '엄마 나 오늘도 해냈어'하는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환하게 웃는 게 보였습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농악단원 중 한 명에게 아이들에 대해 물어봤더니 오디션을 통해 입단한 아이들 이고, 이 자리에도 부모들이 함께 와 있다고 확인해 주었습니다.

두 번씩 울리는 요령소리도 독특해

곡예단 같은 농악놀이가 끝나니 상여행렬이 재현됩니다. 명정을 대신해 양주상여소리보존회 깃발이 앞장서고 공포와 만장, 요여와 방상씨가 앞장서고, 상여 앞쪽으로 맨 줄을 잡고 있는 20명에 이여 36명의 상두꾼이 멘 상여로 이어집니다.

상여 양쪽, 앞뒤에서 삽을 들고 있는 사람 중, 앞쪽 좌측 불삽(黻霎)은 여자가 들고 있었습니다. 고례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어떤 다른 이유가 있어서 그렇게 배치를 한 것인지가 궁금해지는 부분입니다.  

요령잡이가 하는 선소리 내용이야 어디에서나 회심곡 중 몇 소절씩은 들어가 있으니 크게 귀 설지 않지만 곡조는 지방과 마음에 따라 차이가 난다는 걸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행사장으로 들어서는 만장행렬
 행사장으로 들어서는 만장행렬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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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상여행렬
 양주상여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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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이나 마을마다 다른 곡조보다 더 관심을 끌게 하는 건 요령잡이가 흔드는 요령소리였습니다. 여느 지방의 요령소리와 많이 다릅니다. 대개는 박자에 맞춰 한 번씩만 요령을 흔들어대지만 양주 상여소리에서는 두 번을 연달아 흔들고 있었습니다.

연달아 경쾌하게 울리는 요령소리와 구성지기만 한 선소리와 후렴소리가 묘하게 어울립니다. 운동장을 한 바퀴 돌아 입장한 상여행렬이 외나무다리로 다가섭니다.

상여행렬, 부챗살을 그리며 외나무다리 건너

외나무다리는 90cm의 너비에 최고지짐의 높이가 110cm가 되도록 조립식으로 세트화 되어 있었습니다. 외나무다리에 다다르니 9명씩 양쪽에서 2줄씩 이었던 상두꾼들이 양쪽에서 한 줄씩이 빠지니 양쪽 한 줄씩 18명이 상여를 둘러멥니다.   

부챗살모양을 그리며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양주상여꾼들
 부챗살모양을 그리며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양주상여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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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기만 한 외나무 다리위에서 서로를 의지해 양쪽으로 벌려서니 상두꾼 행렬이 부챗살을 그리며 V로 그려집니다. 상여소리를 하는 이유와 목적, 상여소리가 연출하는 조화와 균형을 한눈에 보여주는 아름다운 광경입니다.

조심조심, 선소리와 후렴소리를 주고받고, 요령소리에 자박자박 발맞추다보니 건널 수 없을 것 같았던 외나무다리를 아무 일 없이 건넜습니다.

비나리 같고, 신세타령 같은 회다지소리

상여에 싣고 온 관을 내리고, 이제 지수화풍으로 환원되어야만 하는 주검을 관에서 꺼내 광중에 넣고 흙을 다지는 회다지(달구질)를 시작합니다.

조문을 받고 있는 상제들
 조문을 받고 있는 상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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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리 같고, 신세타령 같았던 회다지소리
 비나리 같고, 신세타령 같았던 회다지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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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상여와회다지 정기공연에서는 상여소리를 하는 선소리꾼과 회다지를 하는 선소리꾼은 각각이었습니다. 비나리 같고, 신세타령 같은 선소리가 매겨지면 달구호소리가 뒤따릅니다.

쿵쾅쿵쾅 다지는 회자지 소리에 선소리꾼이 들고 있는 새끼줄에 노잣돈이 주렁주렁 매달립니다. 구경 값으로 내는 건지, 뭔가를 소원하며 내는 이름 모를 기도의 돈인지는 모르지만 마음이 내키어 내는 모습들이 아름답기만 한 풍경입니다.

곳곳에서 펼쳐지는 상여놀이가 그냥 축제나 공연의 일환으로 준비되고 시연되는 것이라면 크게 상관없겠지만 전통을 재현하거나 계승, 보존하기 위한 차원이라면 좀더 불편하고, 좀 더 힘이 들더라도 보다 적극적인 고증과 정립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아쉬움으로 가져봅니다.

덧붙이는 글 | 제10회 양주 상여와 회다지소리 정기공연은 5월 1일 양주시 백석읍 은봉초등학교에서 있었습니다.



태그:#양주회다지소리, #양주상여소리, #요령잡이, #회다지, #달구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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