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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
▲ 절영해안산책로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
ⓒ 김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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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내일 가는 여행지에 대해 마지막으로 일정정리를 하다 문득, 이곳에 가지 않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약속은 이미 잡혀있어 그제야 컴퓨터를 켜고 부산에 있는 걷기 좋은
길에 대한 자료를 검색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여행지로 결정하게 된 곳 절영해안산책로,
부산의 이기대 해안산책로를 갑자기 포기하고 지난 3월 5일 토요일 이곳으로 떠난 것에는 이유가 있었을까?

피아노계단 위에서 본 풍경
▲ 절영해안산책로 피아노계단 위에서 본 풍경
ⓒ 김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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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그마한 두 이유가 있었다. 아마 수많은 여행 중 생긴 선입견이랄까? 수많은 사람들은
여행을 가서 사진을 찍다보면 한번은 말한다. "사진기로 여행지의 풍경, 그 느낌을
다 담지 못해 아쉽다고..." 하지만 이 말에는 분명 모순이 있다. 모두가 알고 있는 그런
모순이...사진 속 풍경과 실제로 가서 경험한 풍경이 너무 다른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모른다. 여행 전날 밤 갑자기 여행코스를 변경한 이유는 그전 여행지 코스의
사진 속 풍경이 내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부산 이기대 해안산책로에 대한 나의 기대가 너무 컸었다. 예를 들어 보통
소개팅을 가게 되면 모든 사람들은 말한다. 기대 하지 말고, 그냥 아는 친구 보러 간다는
생각으로 소개팅을 참석하라고. 이런 말을 하는 것에는 한 가지 심리적인 이유가 있다.
바로 기대에 따라서 실망감과 만족감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와 비슷하게 우연히 지인으로
부터 들었던 이기대 산책로에 대한 환상이 머릿속에서 이기대 산책로를 천국의 길로 만들어버렸고, 기대하는 마음이 너무 컸기에 하루전날 여행지를 절영해안산책로로 바꾸게 된 것이다.

전국최고의워킹코스라는 글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 절영해안산책로 입구 전국최고의워킹코스라는 글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 김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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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밋밋한 하지만 조깅하기 좋은 코스

절영해안산책로로 떠나는 순간 아는 정보는 반도보라아파트와 한국테크노 과학고 뿐이었다. 정보가 없으니 여행지에 대한 기대도 없었다. 입구에 주차를 한 뒤 보니, 전국 최고의 걷기코스라는 글이 대문짝만하게 적혀있다. 전국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글에 감흥은 없다. 절영해안산책로의 절영은 영도의 옛말, 그래서인지 이곳은 영도 서쪽 편 봉래산 아래
해안선을 따라 이어져있단다.

입구로 들어서는 순간, 우레탄으로 만들어진 길과 바다가 끝없이 펼쳐져 있다. 그리고
눈앞에는 조깅과 산책을 하는 영도시민들이 가득하다. 순간 '여행지를 잘못 선택했나?'
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사전 정보 없이 여행을 오는 것은 무모했던가? 라는 생각을 반복 한 채 그저 우레탄 길을 걷는다. 그렇게 약 30분쯤 걸었을까? 눈앞에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 색 계단을 힘겹게 올라가는 사람들이 보인다. '이게 끝인가? 분명히 입구에서 3km의 해안산책로로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하셨는데..'라는 생각에 약간의 희망을 가지고
153개의 피아노 계단을 오른다.

약간 밋밋했던 조깅길 절영해안산책로의 시작
▲ 절영해안산책로 약간 밋밋했던 조깅길 절영해안산책로의 시작
ⓒ 김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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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띄는 피아노계단
▲ 절영해안산책로 한눈에 띄는 피아노계단
ⓒ 김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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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계단 뒤에 감춰져있던 절경의 시작 파도의 광장

피아노 계단 위에서 바라본 산책로의 풍경에 그나마 위안을 받으며 올라간다. 해안 쪽으로 이어져있는 길을 따라 아래 해안을 향해 내려가니 드넓은 바다와 돌, 자갈 등으로 가득한
해안길이 마음을 설레게 한다. '아, 그래 이 정도는 되어야지. 해안산책로지.'라는 마음에
단걸음에 내려가니 계단식 스탠드로 조성해놓은 원형계단이 보인다. 파도의 광장, 산책로
를 걸으며 지쳤던 몸을 잠시 파도소리를 들으며 쉬어보라고 만든 곳이란다. 원형계단의
가장 위에 앉아 물끄러미 파도를 바라본다. 철썩, 철썩 소리를 들으며 파도를 바라보니,
어느새 절영해안산책로에 대한 밋밋한 기억은 사라져버렸다. 나란 사람은 이렇게 보면
참으로 간사하다. 아니, 단순한가?

바다를 보며 돌길 위를 걷는다. 산책로와는 다르게 드물게 사람들이 보인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우레탄을 걷다가 돌 위를 걸으며 자연의 소리를 들으니 자연과 하나가 되어간다는 느낌이 든다. 마음이 연신 소리친다. '아, 너무 좋아.'

파도의 광장
▲ 절영해안산책로 파도의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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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영해안산책로
▲ 절영해안산책로 절영해안산책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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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영전망대에서 푸른 바다에 한없이 빠져들다.

오르락내리락 바다 옆에 조성된 길 걷기를 반복한다. 옛날에 지형이 가파르고 험난한 군사
보호 구역이어서 접근이 어려웠다는 말이 사실인 듯 약간 위험해보이며 가파른 길들이
조금 보인다. 가파른 길을 내려와 다리를 건너자 한 부부가 보인다. 가파른 길은 서로 손을 잡고 이동하다 드넓은 돌 위에 꼭 붙어 앉아 바다를 바라본다. 그리고 사랑을 속삭이는 모습을 보자 입가에는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걷기 좋은 길, 몇 년 동안 계속 유행하고 있는 걷기여행은 혼자도 좋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일 때 더 좋은 것 같다. 서로 걸으며
함께 기억하고 추억을 남길 수 있으니…….

미소를 지으며 걷다보니 어느덧 절영전망대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전망대 아래로 보이는
에메랄드 빛 바다, "어, 소매물도 바다 빛인데? 부산에도 이런 곳이 있었나?" 하는 말이
절로 튀어나온다. 아름다운 에메랄드 빛 바다를 보며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꼭 함께
걸어봐야지?" 라는 다짐을 한다. 그렇게 약 3km의 걷기 좋은 길, 절영해안산책로를 마음속에 깊이 간직한다.

절영해안산책로에서 만난 부부의 모습
▲ 절영해안산책로 절영해안산책로에서 만난 부부의 모습
ⓒ 김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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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영해안산책로에서 만난 부부의 모습
▲ 절영해안산책로 절영해안산책로에서 만난 부부의 모습
ⓒ 김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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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영해안산책로
▲ 절영해안산책로 절영해안산책로
ⓒ 김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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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위치-부산광역시 영도구 영선동에 있는 해안산책로
    제2송도라 불리는 한국테크노 과학고 앞에서부터 시작해 감지해변산책로까지
    구성되어 있음
대중교통-지하철(남포동 하차)->버스 7,70,71,135,508번 승차 or 영도순환버스 501번
    이용

덧붙이는 글 | 블로그와 타매체에 기재될 내용입니다.



태그:#절영해안산책로, #부산여행, #영도여행, #걷기좋은길, #걷기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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