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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대통령 선거 당시 사르코지.
 2007년 대통령 선거 당시 사르코지.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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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5월이면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지 4년이 된다. 마치 그의 집권 4주년을 기념이라도 하려는 듯 사르코지에 관한 영화가 5월에 개봉될 예정이다.

<정복>이라는 제목의 이 영화는 내년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현직 대통령을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올해 개봉될 프랑스 영화 중 가장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영화는 내무부 장관이던 2002년부터 대통령에 당선되는 2007년까지 사르코지가 걸어온 길을 스릴러 형식으로 담았다고 한다. 대통령 취임 후의 사르코지가 아니라 사르코지가 대통령이 되기까지의 집권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셈이다.

이 영화를 구성한 제작자 에릭 알뜨마이에(Eric Altmayer)는 "진짜 정치에 관한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어" 이 영화를 제작했다고 1월 10일자 <르 파리지엥>에 말했다. 처음에는 픽션 형식으로 하려고 했으나 결국은 사실성에 초점을 맞추었고 그러기 위해 수많은 자료를 수집·인용했다고 한다.

알뜨마이에는 정부로부터 모종의 압력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으나 예상과 달리 아무런 압력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영화 제작 과정에서 무죄추정의 원칙, 비방 금지와 사생활 존중이라는 3가지 원칙을 적용했다고 말했다.

"사르코지를 구원자로 그렸는지, 마피아로 그렸는지 궁금하긴 한데..."

작년 9월말 도빌에서 열린 '프랑스영화연맹 전국대회'에서 이 영화의 일부 내용이 공개됐다. 그때 공개된 내용은 2004년 3월 자크 시라크 당시 대통령과 내무부 장관이던 사르코지가 나눈 대담 장면이었다. 사르코지 역을 맡은 드니 포달리데스(Denis Podalydes)와 시라크 역을 맡은 베르나르 르 콕(Bernard Le Coq)이 얼마나 사실적으로 재현해 냈는지, 관중이 마치 실제 인물을 보는 듯했다고 한다. 포달리데스는 연극계와 영화계를 두루 섭렵한 중견 배우로 프랑스에서는 그 연기력이 증명된 인물이다. 그는 사르코지의 말투와 제스처를 흉내 내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했는데, 가발을 쓴 것 외에는 다른 외적인 도움을 전혀 받지 않았다고 한다.

대선 당시 사르코지의 경쟁자였던 세골렌 루아얄은 영화에 등장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알뜨마이에는 루아얄이 한 번도 사르코지의 무서운 경쟁자가 되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영화는 사르코지와 시라크 및 정치적 경쟁자이던 도미니크 드 빌팽 전 총리의 관계, 사르코지와 전 부인 세실리아의 관계, 내무부 장관 시절 사르코지의 포지션, 이 3가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개봉되기도 전에 말이 많은 이 영화에 대한 프랑스들의 반응도 가지각색이다.

"이 영화에 대한 평가는 영화의 객관성에 달려 있다. 사르코지를 프랑스를 구원하는 자로 그렸는지 아니면 마피아로 그렸는지 그게 궁금하다."
"난쟁이 사르코지를 보기 위해 내 돈을 내고 영화관에 간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지."
"이 영화는 이미 과대망상적인 에고(ego)를 가진 사르코지의 선전물에 다름 아니다."

<정복>에서 사르코지 역을 맡은 배우 드니 포달리데스.
 <정복>에서 사르코지 역을 맡은 배우 드니 포달리데스.
ⓒ www.cinemovies.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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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코지를 니콜라 1세로 풍자한 연작 소설 '베스트셀러'

사르코지를 다룬 영화 외에도 사르코지를 풍자한 책이 베스트셀러가 돼 화제다. 파트릭 랑보(Patrick Rambaud)의 <니콜라 1세의 정권 연대기>라는 책이 바로 그것이다. 이 책은 2008년 1월 첫 출간된 후 매년 1월 후속편이 나왔고, 올해 1월에는 네 번째 책이 출간됐다.

1997년에 공쿠르문학상을 수상한 랑보는 모작, '파로디'(명작을 우습게 흉내 낸 개작시문), 풍자문에 강한 작가로 이미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 마르그리트 뒤라스(Margeuritte Duras)를 모작하고 프랑수아 미테랑에 관한 책을 저술한 바 있다.

드골 장군을 루이 14세로 둔갑시킨 소설 <궁정, 왕국 연대기>(1961년 출간)에서 힌트를 얻은 랑보는 17세기에 회상록을 저술한 생-시몽 스타일의 문체로 이 책을 썼다. 작가는 2008년 1월 17일자 <르 포엥>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요새 매일 일어나는 일들을 마치 3세기 전에 일어났던 것처럼 서술했는데, 귀족 티라고는 전혀 나지 않는 사람들에게 가짜 귀족 티를 내게 하는 것은 종종 코믹한 현상을 자아낸다. 물론 인물이 거기에 맞춰져야 하지만, 사르코지의 장점은 어느 상황에도 어울린다는 점이다."

이 책에서 랑보는 사르코지를 "전하", "우리의 귀중한 군주", "우리의 사랑하는 국왕" 등으로 지칭한다. 또한 사블레 공작(프랑수아 피용 총리), 다티 남작부인, 빌팽 공작, 발랑시엔느 공작(장-루이 보를루 전 환경부 장관), 오르세 공작(베르나르 쿠슈네르 외교부 장관) 등이 왕의 환심을 사기 위해 니콜라 1세의 주변을 맴도는 것으로 묘사한다.

이 책은 정통 문학책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익살극(farce)으로 저자는 이 책을 쓰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했다고 말했다. 만족스럽지 못한 현실을 글로 마음껏 풍자하며 대리만족을 얻었다는 것인데, 이는 독자들도 마찬가지이다.

저자는 니콜라 1세가 권력보다는 돈(우리는 돈이 정치권력보다 영향력이 더 많은 세상에 살고 있다)에 관심이 많은 새로운 종류의 왕으로, 내년에 재임될지는 알 수 없지만 재선되지 않을 경우 분명히 국제적인 재계 업무 쪽으로 방향을 틀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사르코지가 수많은 재벌들과 친밀한 유대 관계를 맺고 있고, 가진 자를 옹호하는 정책을 쓰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는 말이다.

랑보는 (나폴레옹이 조세핀의 얘기만 들었던 것처럼) 전 부인 세실리아가 사르코지에게 충고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었는데, 지금의 '브루니 공주'(사르코지 대통령의 현재 아내인 카를라 브루니)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4권까지 출간된 <니콜라 1세의 정권 연대기>.
 현재 4권까지 출간된 <니콜라 1세의 정권 연대기>.
ⓒ 한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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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월에 출간된 <니콜라 1세의 정권 연대기 4권>은 2009년 여름에서 2010년 여름까지의 사건을 다루고 있다. 드 빌팽에 대한 사르코지의 공격, EPAD(라데팡스 관리공사) 회장 후보로 나서려다 여론의 반격으로 물러난 사르코지의 아들 '장 왕자'의 실패, 뵈르트-베탕쿠르 사건 등을 주로 다루고 있다.

뵈르트-베탕쿠르 사건은 2007년 대선 당시 사르코지 후보가 여당인 대중운동연합(UMP)에서 재정을 담당했던 에릭 뵈르트를 통해 화장품 재벌인 오레알 사주 릴리안 베탕쿠르로부터 불법 선거 자금을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 지난해 프랑스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보도한 사건을 말한다. 뵈르트는 사르코지 정부의 초대 예산장관을 맡기도 했다.

<니콜라 1세의 정권 연대기>뿐만 아니라, 사르코지를 풍자한 또 다른 책인 <사르코지스탄의 위기>도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다. 작년 크리스마스 전에 발간된 이 책은 인터넷으로만 구입할 수 있는데, 발간된 지 한 달 만에 1만5000부가 팔렸다.

사르코지는 취임 직후 각종 언론 매체를 통해 수시로 얼굴을 드러냈다. 그러나 여론이 서서히 등을 돌리자 사르코지는 취임 초기처럼 모습을 자주 드러내지는 않았다. 그 대신 프랑스 유권자들은 영화와 책을 통해 사르코지를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서울 G20정상회의 본회의가 열린 2010년 11월 1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본회의장 입구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서울 G20정상회의 본회의가 열린 2010년 11월 1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본회의장 입구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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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사르코지, #정복, #니콜라 1세의 정권 연대기, #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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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 자유기고가, 시네아스트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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