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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결혼식 주례를 시작한 건 30대 후반 때였습니다. 고향에서 어렵게 성장한 후배가 객지에 나와서 결혼을 하려고 하는데, 적당한 사람이 없다며 나한테 부탁해서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사회적인 활동을 넓혀 가면서 하나 둘 늘어나, 귀촌하기 전에는 심심찮게 주례를 섰습니다. 귀촌 이후에는 누가 부탁하는 사람도 없으니 축하객으로 참석하는 게 다였습니다.

그런데 지난 10월 24일 유엔의 날에 결혼식을 한다며, 주례를 부탁받았습니다. 나는 결혼식 전에 두 사람이 나한테 와서, 한 시간 동안 강의를 들으면 해 주겠다고 대답을 합니다. 가깝게 지내던 친구의 부탁이니 당연히 들어 주어야겠지만 조건을 내세우는 것은 변함이 없습니다. 한 열 번까지는 내 시간이 허락하면 주례를 서 주었습니다. 대개는 어렵거나 적당한 주례를 찾지 못했을 때, 나한테 찾아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잘 모르는 신랑신부에게 결혼식장에서 만나서, 주례만 서 주고 끝난다는 게 너무 섭섭하였지요. 제일 적당한 주례는 대학교 지도교수나, 평소에 존경해 왔던 어른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런데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그 신성한 결혼식 주례를 서고 다시 만날 일이 없다는 것은 좋은 모습이 아니지요. 그 생각 이후에는 주례를 부탁하면 예비부부가 함께 와서 한 시간씩 강의를 들으라고 조건을 단 것입니다. 사실 결혼식장에서 주례사를 귀담아 듣는 사람이 많지 않고, 결혼식장 분위기상 의례적인 몇 마디만 할 수밖에 없는 것도 현실입니다.

나는 예비부부를 만나면 약 한 시간 정도 두 사람이 실천해야 할 몇 가지를 조목조목 설명을 해 줍니다. 그 이야기 중에는 우리 부부의 결혼 생활 사례를 곁들이기도 합니다.

우리 부부는 1967년 봄에 펜팔로 사귀기 시작하여, 만 6년만인 1973년 봄에 결혼을 하였습니다. 우리는 38년째 부부생활을 하면서 단 한 번도 큰 소리로 싸우지 않았고, 서로 사랑하고 아껴 주려고 노력해 왔다고 자부합니다.

만 6년 동안 연애를 하면서 편지만 주고받았으며, 전화도 없었고 자주 만나지도 못하였습니다. 펜팔을 시작하여 2년 반 만에 처음 만났지만 손 한번 잡아 보지 못하고 헤어졌고, 결혼식 날짜를 잡을 때까지 6년 동안 겨우 세 번 만났습니다. 간절하게 보고 싶고 만나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어렵게 만났고 결혼을 하였기에 싸우지 말고 잘 살자고 약속한대로 열심히 노력하였다고 말해 줍니다. 내 이야기에 점점 빠져드는 예비부부에게 다음과 같은 몇 가지를 신신당부합니다.

첫째,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기 위해서 만났지 사랑받으려고 만났다는 생각을 하지 말라고 합니다. 연애를 할 때는 열심히 사랑하고 깊은 관심을 가져 주지만, 결혼식을 하고 나면 자기중심으로 바뀝니다. 사랑하던 사람이 사랑을 받으려고 합니다. 그래서 다툼과 불만이 생기는 것입니다. 사랑받으려고 하지 말고, 사랑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둘째, 두 사람은 이 시각 이후에 말조심을 하라고 말해 줍니다. 최근 젊은 부부들은 말을 너무 함부로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부부 사이에 하대 말을 하는 사람이 많은데, 하루빨리 버려야할 나쁜 말투요, 습성입니다. 부부들이 말조심만 하여도 부부싸움을 반으로 줄일 수가 있고, 화해할 시간을 훨씬 단축시킬 수 있다고 합니다. 서로 존중해 주고 말조심을 해야 합니다.

셋째, 두 사람이 서로 마주 보지 말고, 한 방향으로 함께 바라보는 태도로 바꿔야 합니다. 한 방향이란, 두 사람의 기쁘고 행복한 가정이요, 건강하고 성공한 인생목표인 것입니다. 가정과 직장, 사회에서 성인으로서 맡은 일과 사명이 있기 마련입니다. 가정을 따뜻하고 편안한 보금자리로 만들고, 직장은 서로 돕고 성실하게 일하여 소기의 성과를 올려야 합니다. 그래야 가정과 직장이 함께 성공할 수 있습니다.

넷째, 양가 어른들은 말할 것도 없고 동기들과 일가친척들에게, 가족의 일원으로서 예의와 도리를 다해야 합니다. 특히 양가 어른들에게는 정례적으로 찾아뵙고 안부와 인사를 드리고, 말씀을 듣고 나누는 기회를 자주 가져야 합니다. 어른들에게 등한시하고 자기들끼리만 잘 지내면 된다는, 이기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젊은이들이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다섯째, 부부는 모든 문제를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고, 긍정적으로 보고 듣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합니다. 똑같은 사물을 볼 때도 긍정적으로 보면 아름답지만, 부정적으로 보면 다를 수 있습니다. 부부는 자존심을 내세우지 말고, 모든 문제를 진지하게 대화할 수 있어야 합니다.  부부의 모든 문제를 긍정적인 태도로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면,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서로 따뜻한 눈빛으로 의논하면서 손잡고 성실하게 살아간다면, 경제적으로도 잘 풀려 나갈 것입니다.

부부란 서로 사랑해서 만났지만 세상살이를 하다 보면 예기치 못했던 일들이 생기고, 두 사람이 힘을 모아 해결해 나가야 할 이들이 벌어집니다. 두 사람에게 아무리 어려운 일이 생긴다고 해도 해결하지 못할 일은 없습니다. 고통스럽고 힘든 일이 생길수록 진지한 대화와 성실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부부란 서로 사랑하기 위해서 만났지, 사랑받으려고 만난 사이가 아니라는 것, 배우자를 사랑하고 배려하며 존중해 주면, 기쁘고 행복한 가정은 만들어 질 것이라는 점을 믿어야 합니다. 부부란 좋은 말을 하면서 긍정적인 태도로, 성실하게 살아가야할 소중한 사람들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 홈페이지 www.happy.or.kr에도 게재합니다.



태그:#결혼식 주례, #주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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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시민 사회운동가로 오랫동안 활동하다가, 2007년 봄에 밀양의 종남산 중턱 양지바른 곳에 집을 짓고 귀촌하였습니다. 지금은 신앙생활, 글쓰기, 강연, 학습활동을 하면서 자연과 더불어 자유롭게 살고 있는 1948년생입니다. www.happ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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