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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 집짓기라는 말이 있습니다. 길가나 도로변에서 집을 지으면,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자기 의견을 한 마디씩 던지고 간다는 말입니다.

"방향을 동쪽으로 조금만 돌리면 풍수지리상 좋겠구먼."
"창문은 어째 저렇게 냈을까? 조금 키웠으면 환할 텐데."
"아니야, 창문은 커봤자 단열만 잘 안되지 뭐."
"지붕은 왜 저리 했을까. 요사이 간편하고 시공이 쉬운 게 얼마나 많은데..."
이런 말을 듣고 있으면 스트레스 받는다고 합니다.

"다 잘 알아서 하는데... 내가 그렇게 한 의도도 모르면서 한 마디씩 하고 있어 기분 나쁘게."

그런데, 이럴 수만도 없습니다. 지나가는 나그네의 말도 들어보면 유익하고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좋은 의견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귀를 열어 놓고 적절하게 통제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 취사선택만 잘 하면 된다는 말입니다. 지나가는 말이라도 흘려듣지 않는 게 좋습니다. 잘만 들으면 나에게 좋은 정보가 되고 의견이 될 수 있습니다.

나는 집을 짓기 위해서 준비하면서 집의 방향, 위치, 방의 개수와 크기, 실내 구조, 창문까지도 낱낱이 챙겨가면서 설계를 하였지만 살아보니 개선해야 할 점이 한둘이 아닙니다. 사람마다 취향이 있고 살림살이 방법이 다르다는 점을 모르는 것이 아니지만 내가 다시 짓는다면 이렇게 지을 것 같습니다.

집은 세 번을 지어야 봐야 실수가 없다는 말도 있습니다. 집을 지을 때마다 마음에 쏙 들지 않는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우리집도 북쪽의 창문이 없어서 여름에 덥습니다. 어떻게든 남북으로 환기나 통풍이 잘 될 설계를 해야 합니다.

산촌으로 오기 전에 부산에서 30여 년 동안 살았습니다. 처음에는 사글세방에서 살림살이를 시작하였고, 몇 번의 이사 경력을 쌓다가 빌라와 아파트를 경험하였습니다. 귀촌을 결심하고 귀촌주택이나 전원주택을 많이 찾아다니면서 아이디어도 얻고 조언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내가 지금 다시 짓는다면 이렇게 지을 것입니다.

창문은 가급적 크고 낮게 시공

우리집 구조는 사각형 건물을 동서로 이등분해서 남쪽 부분의 동쪽은 서재이고 서쪽은 거실입니다. 북쪽 부분은 동쪽이 부엌이고 서쪽이 안방입니다. 거실은 넓고 큰 창문을 달았습니다. 안락의자에 앉아서 남쪽을 바라보면 한 눈으로 다 들어옵니다. 네 짝문에 이중유리를 하였고 전통문살 효과를 냈습니다. 거실 유리창은 잘 맞아서 문틈이 없습니다. 단열과 방풍이 잘 됩니다. 어떤 집은 창문을 닫고 고리로 걸어도, 틈새로 바람이 들어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시공하는 업자에게 문틈이 생기지 않게 '꽉 맞게' 해달라는 부탁을 여러 차례 말했었습니다.

서재도 보통 방에 남쪽으로 네 짝문을 달았습니다. 해가 넘어갈 때까지 환합니다. 문제는 화장실과 씽크대의 창문입니다. 화장실 창문은 도시형으로 겨우 환기가 될까 말까한 크기인데, 훨씬 크게 해도 별 문제가 없습니다. 새로 짓는다면 지금의 두배나 세배 크기로 시공하겠습니다. 작아야할 이유가 하나도 없습니다. 씽크대 창도 마찬가지입니다. 대개 좁고 길게 만드는데 가급적 더 크게 하여 전기 불을 켜지 않아도, 조리하는데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밝기를 확보하는 게 좋습니다.  서재의 창문도 책상 높이만큼으로 더 낮아도 됩니다.

지금 내 서재 같으면 30cm는 더 낮춰도 됩니다. 이것은 건축 설계사들이 정해 놓은 높이일 텐데 따를 필요가 없습니다. 책상 앞에 앉아서 꽃밭의 꽃을 더 많이 감상할 수 있고, 밖을 내다보는데, 고개를 더 높이 들지 않아도 될 높이가 적당합니다. 문제는 방범입니다. 산촌에는 도둑이 들 염려가 상대적으로 적고, 도둑이 들어와서 가져갈 것을 가지고 있을 이유가 없습니다. 금붙이, 보석, 고가품이 산촌생활에 아무 필요가 없습니다. 없애거나 처분해서 편안한 산촌생활을 하는 게 좋습니다.

방은 작게 만들고 거실은 크게

아파트에 살게 되면 안방이나 침실과 거실에서 지내는 시간이 정해져 있습니다. 아파트에서는 거실 위주로 생활하게 됩니다. 그러나 전원생활이나 귀촌생활은 거실보다 집 밖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집니다. 따라서 안방이나 침실에는 꼭 필요할 때만 들어가고 대부분 거실이나 밖에서 지내게 됩니다.

방을 두 개나 세 개를 만들 경우에도 가급적 작은 크기로 짓고, 거실을 최대한 크게 설계하는 게 좋을 것입니다. 안방에서는 잠만 잡니다. 바느질이나 음식 만들기 텔레비전 보는 시간은 거실에서 하지요. 아내는 주로 텃밭에서 채소를 가꾸거나 집 둘레에 심어 놓은 나무나 꽃을 가꾸면서 지냅니다. 나는 서재에서 독서나 글쓰기, 누리집 방문으로 시간을 보내고 나무 가꾸기와 자연 감상을 하면서 소일합니다. 이렇게 되면 방은 잠자는 곳, 거실은 살림살이 하는 곳, 대부분의 시간은 부엌과 밖에서 보내고 소일하게 됩니다. 그래서 거실을 가급적 크게 짓는 게 좋습니다.

난방시설과 각종 케이블 단자 위치

도시에서는 도시가스로 난방과 취사를 하였습니다. 산촌에서는 전기나 기름보일러를 설치하게 되고, 심야전기 설치하기도 합니다. 나는 기름과 화목 겸용 보일러를 설치하였습니다. 어려서부터 나무꾼이었고, 톱질이나 도끼질도 잘 합니다. 겨울 셋을 보냈지만 산에서 나무를 해다가 땠습니다. 건축업자가 방을 말린다고 기름 두말을 사다가 가동하는 것을 보았지만, 나는 단 한 방울도 넣지 않고 나무만 땠습니다. 나무 보일러로만 해도 방 네 개(방 2개, 거실, 부엌)를 난방하고 샤워나 목욕하는데 불만이 없습니다. 아내나 내가 나무로 불 때는 것을 즐기는 편입니다. 산촌의 모습이지요. 다만 겨울 늦은 시각(새벽)에는 옥돌침대에 전기를 넣어서 해결합니다.

다음은 전기, 전화, 인터넷, TV인입선 같은 각종 케이블을 거실과 방마다 적당한 위치에 필요한 만큼 반드시 배선해야 합니다. 건물 외벽동서나 남북 쪽에 전기단자를 반드시 내고, 텃밭이나 마당 필요한 곳에 수도꼭지를 여러 곳에 설치해 놓으면 참 편리합니다. 건축할 때는 간단하게 시공할 수 있는 일이, 입주해서 새로 공사하려면 어렵기도 하고 돈도 많이 들게 됩니다. 다른 사람의 다양한 의견을 들으면, 귀촌생활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 홈페이지 www.happy.or.kr에도 게재합니다.



태그:#전원주택 창문, #전원주택 수도, 전기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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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시민 사회운동가로 오랫동안 활동하다가, 2007년 봄에 밀양의 종남산 중턱 양지바른 곳에 집을 짓고 귀촌하였습니다. 지금은 신앙생활, 글쓰기, 강연, 학습활동을 하면서 자연과 더불어 자유롭게 살고 있는 1948년생입니다. www.happ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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