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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한 사람들은 개방적이다

귀촌생활을 꿈꾸면서 돌아다닐 때,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나 사람의 이야기는 귀를 세우고 들었습니다. 많이 알면 그만큼 도움이 된다고 보았지요. 그때 만난 분이 합천의 시인, 청도 매전의 수필가가 있습니다. 앞의 분은 우리 농촌 살리기 운동을 하신 분입니다. 소나무 기둥에 전통방식으로 잘 지었더군요. 특히 내부 구조가 참 좋아 보였습니다.

뒤의 분은 부산에서 학원을 경영하다가 귀촌하였지요. 집짓는 이야기를 책으로 내서 찾아갔었습니다. 흙집으로 지었으니 위생상 좋은 집이었지요. 집 내부를 다 둘러보고, 묻고, 귀찮게 하였습니다. 대표적으로 위에 두 분을 말하였지만, 귀촌한 사람들은 언제라도 집 안을 다 보여주고 설명을 해 줍니다.

우리 집에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우리도 그렇게 합니다. 귀촌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공개적으로 산다고 볼 수 있습니다. 도시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 누가 찾아와서 집 내부 좀 둘러봐도 되겠습니까한다면, '그러세요'할 사람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집안을 다 보여주고 이런저런 설명까지 해주는 게 귀촌한 사람들의 모습이지요. 우리 부부가 찾아다니면서 구경하고, 설명 듣고, 참고해서 우리 나름대로 집을 다 지었습니다.

2006년 11월에 구입한 땅에, 다음해 3월 26일 착공하였습니다. 굴착기가 들어 와서 땅을 파고 돌을 실어 오면서 시작된 일은, 5월 10일 경에 끝냈습니다. 한 달 반 만에 완공한 셈입니다. 준공검사도 아무 탈 없이 통과하였습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미리 토론을 거쳐 확정한 내용대로 설계를 하고, 설계대로만 지었으니까요.

건축사는 건축사 시험에 합격하고 첫 설계 작품이 우리 집이었습니다. 건설회사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면서 시험 준비를 하여 실무에 밝았고, 건축업자는 꼼꼼한 성격대로 시공하는 사람이었지요.

1만 원이면 될 것을 15만 원을 가지고 오라고?

완공을 하고 '건축물 보전등기'를 하려고 법무사 사무소에 전화를 하였습니다. 전 해에 땅을 구입하면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서 이전등기를 의뢰했던 그 법무사사무소였습니다. 전화는 젊은 남자 직원이 받았습니다. 목소리가 그랬습니다.

"15만 원만 가지고 오면 우리가 알아서 다 해 줍니다."
"그래요, 그러면 15만 원 내역을 불러 줄 수 있습니까?"
"내역은 무슨 놈의 내역입니까? 15만 원만 가지고 오면 된다니까…."

이때에 내가 화가 났지요.
(목소리로 짐작컨대 아들 나이밖에 안될 놈이 반말이라, 보존등기 비용 15만 원의 내역을 묻는 내게 짜증을 부리다니…. 고얀 놈 같으니라고.)

이런 기분이 든 것입니다. 그들은 작년 가을에 이미 내 돈 10만 원을 벌어먹은 사람이 아니던가요. 속이 상해서 앉아 있는데, 번쩍거리는 한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언젠가 <오마이뉴스>에서 읽었을 것입니다. 젊은 주부가 어렵게 마련한 돈으로 작은 아파트를 구입하고, 터무니없이 비싼 이전등기 비용이 부담스러워 직접 뛰어다니면서 하였다는 기사! 그 주부는 아기까지 업고 다니면서 힘들게 하였는데, 어렵지 않게 등기 업무를 끝냈다고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직접 해 보아야지라는 오기 아닌 오기가 생겼습니다. 창원지방법원 밀양지원 등기과로 전화를 하였습니다.

"새로 집을 지었는데, 보존등기를 하려면 무슨 서류가 필요합니까?"

서류 이름은 잊었습니다만 두세 가지를 가르쳐 주었습니다. "알았습니다"하고 전화를 끊을 내가 아니지요. 그 서류를 발급받을 수 있는 곳을 물었습니다. 시청 어디어디라고 하더군요.

너무나 친절한 시청 직원

밀양시청으로 갔습니다. 민원실에서 한 서류를 발급받으면서 집을 짓고 보존등기를 하려고 한다니까, 여직원이 잠깐 기다리라고 하고선 어디로 전화를 하더군요.

어디인지 아세요? 어느 법무사사무소였습니다. 너무나 친절한 시청 직원!

법무사사무소로 전화를 하여 보존등기에 필요한 서류를 다 받아 적고, 발급 부서까지 표시해서 나한테 건네주었습니다. 이렇게나 친절하다니. 그 덕택에 30분 이내에 서류를 다 만들었습니다. 그걸 들고 등기과로 갔습니다. 대법원에서 발행한 수입증지를 사오라더군요. 옆의 부서로 가서 사다가 주었지요.

보존등기 업무 완료!
비용은 수입증지 포함하여 단 돈 9200원!
(가물가물합니다. 아무튼 1만 원 미만은 틀림없습니다.)

법무사사무소에서 15만 원만 들고 오면 자기들이 알아서 다 해 준다던 것을, 밀양시청과 등기과에 한 번 가는 것으로 한 시간 이내에 1만 원도 들지 않고 끝낸 것입니다. 법무사가 아닌데도…. 해 보니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귀촌하려고 집 짓는 분들! 다 짓고 나서 보존등기는 직접들 하세요!

집으로 오면서 1만 원씩 주고 만리향 나무를 두 그루 사다가 집 좌우로 심었습니다. 나무는 심어만 놓으면 잘 자랍니다. 그 만리향이 금년에 꽃을 피우고 좋은 향을 피워댔습니다. 지금도 만리향 나무만 보면 그때 일이 생각납니다.

참, 잊지 맙시다. 언젠가 직접 이전등기를 하였다는 <오마이뉴스>의 그 젊은 주부의 체험 기사를. 기사를 꼼꼼하게 읽고 읽은 것을 활용하면 돈을 벌 수도 있고, 절약할 수도 있습니다.

좋은 정보는 돈이 되고 기쁨이 되며, 행복이 될 수도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자의 개인 홈페이지 www.happy.or.kr에도 함께 싣습니다.



태그:#귀촌생활, #새집 보존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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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시민 사회운동가로 오랫동안 활동하다가, 2007년 봄에 밀양의 종남산 중턱 양지바른 곳에 집을 짓고 귀촌하였습니다. 지금은 신앙생활, 글쓰기, 강연, 학습활동을 하면서 자연과 더불어 자유롭게 살고 있는 1948년생입니다. www.happ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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