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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정년퇴직하고 귀향을 하거나 귀촌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는 젊어서부터 밤늦게까지 일 하고 시간의 여유를 얻은 사람의 당연한 욕구가 아니겠습니까? 바쁘게만 살아온 생활을 접고 대자연 속에서 느리게, 천천히 살아가는 삶은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문제는 실행하고 감행하기가 어려울 뿐입니다.

나는 산촌에서 태어나서 군대생활 35개월을 뺀 28년을 고향에서 농사를 짓다가 대도시 부산으로 왔었습니다. 아내 역시 농촌 처녀로 농사를 짓다가 혼인을 하였고, 부산에서 32년을 살다가 귀촌하였습니다. 처음에는 고향으로 갈까도 생각하였지만 아들과 딸이 부산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데, 일 년에 몇 번이나 보겠는가 싶어서 전라도 임실을 포기하고 아무 연고도 없지만 밀양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밀양은 부산 아이들 집에서 65km, 약 한 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습니다. 이상적인 거리라고 합니다.

귀촌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

귀촌을 위해선 살기 좋은 지역을 선택해야 합니다. 나는 전라북도 임실에서 부산으로 와서 살면서 일 년에 겨우 한두 번밖에 고향에 가지 못하였습니다. 생활이 어려운 점도 있지만 한번 갔다 오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는 단점 때문이었지요. 자식들과 떨어져 사는 사람들의 한결 같은 소망은, 자주 만나고 함께 식사하고 대화를 나누는 것입니다. 그런데 멀리 떨어져 있으면 부모님을 만나겠다고 자주 올 수가 없습니다.

이상적인 시간 거리는 한 시간에서 길어도 두 시간 이내라고 합니다. 두 시간이나 세 시간이 걸리는 거리는 오갈 때 고생할 걱정을 먼저 하게 되고, 다음에 또 가려면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한 시간 거리라고 하면 출퇴근 시간 거리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선뜻 나서서 갈 수 있답니다. 이렇게 귀촌을 위해서는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많습니다.

하나. 식수가 확보 가능한가?

도시에서는 수돗물을 마시거나 손쉽게 사서 먹으면 되지만 시골에서는 수돗물이 공급되지 않기 때문에 물 문제가 매우 중요합니다. 깨끗한 개울물을 먹을 것인지, 지하수를 팔 것인지, 아니면 이웃집의 물을 함께 먹을 수 있는지 판단해야 합니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산 중턱 마을이지만 지하수를 개발해서 온 동네 사람들이 함께 먹습니다. 공사비 100만 원에 처음 가입비 30만 원을 내고 해결하였습니다.

둘. 전기, 전화, 인터넷 사정은 어떠한가?

한국전력의 전기는 전선이 와 있는 곳에서 200미터 이하는 간단하게 해결됩니다. 가입비 약 18만 원만 내면 가설해 줍니다. 우리집은 기존 동네에서 100여 미터 떨어져 있는데, 단돈 18만 원 정도로 전주를 4개나 세우고 변압기까지 설치해서 전기를 넣어주더군요.

전화는 휴대전화만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인터넷 회선이 들어와야 하므로 함께 고려하는 것이 좋습니다. 집터를 구입하러 왔을 때는 OO였는데, 통화가 잘 안돼서 △△로 바꿨습니다. 우리 가족 5명이 단체로 바꿨지요. 그 후에 OO도 중계기를 설치하여 지금은 잘 터집니다. 산촌에서 살려면 인터넷은 필수라고 보아야 합니다. 신문 구독이 잘 안되거나 통신 수단으로, 또는 생산하는 농산물 인터넷 거래에, 아니면 펜션이라도 지을 거면 홍보차원에서도 인터넷 사정은 꼭 챙겨 보아야 합니다.

셋. 집터는 살기 좋은 땅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집 지을 땅을 잘 고르는 일입니다. 도시 사람과 기존 농촌 사람들과는 불가원 불가근이지요. 너무 가까워도 불편하고 너무 멀어도 외롭습니다. 내가 살던 방식대로 살면 되지, 기존 동네 사람들과 가까이 할 필요가 있나 할 수 있지만 그럴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도 안 되지요. 사람은 혼자 살기는 외롭습니다. 그러나 너무 많은 사람이 옆에 있어도 귀찮지요.

기존 동네 속으로 들어가는 것 보다는, 100여 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큰 도로변보다는 살짝 비켜간 곳이 좋습니다. 자연 경관, 흐르는 시냇물, 아름다운 고목, 집 뒤를 병풍처럼 감싸 안은 곳은 흔하지 않으니, 자신의 취향에 맞는 장소를 선택해야 합니다.

넷. 건축 허가가 나는 곳인가?

마음에 쏙 드는 좋은 곳을 골랐다고 해도 집을 지을 수 있는 곳인가 따져 보아야 합니다. 건축허가가 나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는 땅이 되기 때문입니다. 내가 아는 한 사람은 마음에 드는 땅을 구입하였는데, 건축허가가 나지 않는 곳이라 집을 짓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 땅은 되팔 수도 없으니 낭패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 문제가 생기지 않게 할 간단한 방법이 있습니다. 선택한 토지의 지번을 시청이나 군청의 건축과나 허가과에 전화로 물어 보면 친절하게 잘 가르쳐 줍니다. 토지를 구입할 때는 공인 중개사의 말만 믿지 말고, 스스로 지적도나 등기부 등본 같은 서류를 열람하거나 발급받아서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도로가 접하지 않은 땅에는 건축허가가 나지 않으므로 반드시 도로가 붙은 땅을 구입해야 합니다.

현장에 가서 보니 자동차가 다니는 길이 붙어있어 아무 의심 없이 계약을 하고 잔금까지 치렀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지적도에 길이 없는 것을 알고 걱정을 한 사람도 있습니다. 지적도상 도로가 붙어 있어야 하고, 없을 경우는 도로를 낼 수 있는 땅을 다시 확보해야 합니다.

다섯. 땅은 얼마나 필요한가?

투자 목적이 아니라면 200평에서 300평이 적당할 것입니다. 농촌에서 200평이나 300평짜리를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500평이나 600평, 아니면 800평 이런 식이지요. 그럴 경우에는 친구나 동료들과 어울려서, 함께 구입하고 같이 들어가는 것도 좋습니다. 가까이 지내는 사람 2-3가구가 같이 지내면 여러 가지 편리한 점이 많아서 좋습니다. 집을 짓고 남은 땅 중에 꽃밭과 정원을 만들고 텃밭에서 채소를 길러 먹으려면 최소한 200평, 아니면 300평 정도가 적당합니다.

여섯. 동네 분위기와 환경은 좋은가?

마음에 쏙 드는 좋은 집터를 구입하였는데, 나중에 가서 보니 가까운 곳에 우사나 돈사를 짓는 경우도 있습니다. 먼저 땅 주인은 귀촌하려고 땅을 구입하였는데, 축사를 짓게 된 것을 알고 부랴부랴 팔아버렸던 것입니다. 집 주변에 축사나 공장, 특히 냄새가 심하게 나는 산업시설이 있는지 잘 살펴야 합니다.

들 가운데나 과수원 단지는 피한다고 합니다. 농약을 자주 치기 때문에 여름에는 농약냄새가 심해서 좋은 공기를 마시면서 쾌적하게 지내려는 귀촌 생활이 엉망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농촌은 마을 규모가 전체적으로 작아 졌지만 상대적으로 큰 동네보다는 작은 동네가 살기 좋다고 합니다. 1:50명 보다는 1:100명을 상대하는 것이 훨씬 더 힘들기 때문입니다.

일곱. 집 평수는 얼마가 좋을까?

친구들이나 일가친척들 불러다가 자랑을 위해서 짓는 것이 아니라면, 25평 내외가 적당하다고 합니다. 손님들이 많이 찾아오거나 형제자매들이 자주 들락거리는 집이라면 35평으로 방 3개에 화장실 2개짜리로 지을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자식이 간헐적으로 찾아오고 대부분 부부만 지낼 집이면 25평 내외가 적당할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2층짜리  50-60평을 지어 놓고 지내는 것을 보았습니다. 토지 구입비와 건축비로 4-5억 원을 사용하였다고 합니다. 나중에 처분할 일이 생기면 비싼 집에 들어 올 사람이 없으니 쉬운 일이 아닙니다. 방은 작게 2개 정도로 하고 거실을 가급적 크게 지으면 활용도가 좋습니다. 전원생활은 밖에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집이 크거나 넓을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귀촌생활, 무엇을 하면서 어떻게 살까?

맑은 공기, 아름다운 자연, 흙과 물소리, 새들의 노래 소리를 들으면서 살 수 있는 귀촌생활은 꿈같은 일만 계속되지 않습니다. 열심히 일만 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바뀐 환경에 적응하면서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더구나 기존 동네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서로 도와가면서 살려면 대단한 각오와 노력을 해야 합니다. 아름다운 꿈을 싣고 들어 온 산촌에서, 잘 적응하지 못하거나 동네 사람들과 잘 사귀지 못하면 집을 팔고 나가기도 합니다.

하나. 동네 사람들에게 먼저 인사를 한다.

집을 짓기 전에 마을 이장이나 동네 어른들을 찾아뵙고 미리 인사도 나누고, 가벼운 선물이라도 하여 낯을 익히는 것이 좋습니다. 나는 집을 짓기 전에 수건을 두 장씩 돌렸습니다. 동네 사람들을 만나면 먼저 찾아서 인사를 하였지요. 이런 것은 사실 기본자세에 속하는 일입니다. 도시처럼 누가 이사 왔는지도 모르고 살다가 가 버리는 것은 잘못입니다.

둘. 돈 자랑이나 거드름 피우는 것은 삼간다.

도시에서 들어 온 사람들은 대개 좋은 고급차를 타는 경우가 많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화물차나 경차를 타는데 반해 도시 사람들의 좋은 차는 그 자체만으로도 거부감이 듭니다. 그런데 돈 자랑을 하거나 거드름을 피우는 언행을 하게 되면, 가깝게 지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더구나 집을 크게 짓고 담장을 높이치고 대문까지 닫아 놓으면, 동네 사람들과 잘 어울리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어떤 농부가 일 년 내내 힘들게 일해서 단감으로 800만 원을 벌었다고 할 때, 자기 두 달 월급밖에 안된다고 하면 기분이 몹시 상하게 될 것은 불문가지입니다.

셋. 적당한 취미생활을 시작한다.

산촌에서 살게 되면 시간 관리와 적당한 취미생활을 연구해야 합니다. 나무를 심고 꽃을 가꾸는 것은 기본이고, 독서나 적당한 공작활동을 생각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목공예나 분재를 하고, 텃밭에 채소를 가꾸고 자라는 것을 보는 것도 좋습니다. 봄부터 초겨울까지 꽃이 필 수 있게 다양한 화초를 심어서 가꾸고, 집 둘레에는 여러 종류의 과수를 심어서 열매를 딸 수 있게 하면 지루하지 않게 시간을 보내기에도 좋습니다. 귀촌생활을 하려면 건강관리와 보람된 시간관리가 중요합니다.

넷. 동네의 행사나 일에 적극 참여한다.

산촌에는 동네 나름의 행사가 있습니다. 주민들이 함께 추진하는 일도 있습니다. 마을 입구의 풀베기 작업이나 크고 작은 행사 때에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함께 어울리고 협력해야 합니다. 도시에서 온 사람들은, 동네 행사에 협조하라고 하면 돈이나 얼마 던져 주고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돈도 협조하면 좋지만 한 동네 주민으로서 사람이 나타나 주면 더 좋습니다. 귀촌을 한 이상 산촌 사람들과 한 동네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귀촌생활, 꿈만은 아닙니다

귀촌생활은 꿈꾸는 사람이 누릴 수 있습니다. 누구나 마음먹고 준비하면 성공할 수 있습니다. 다만 몇 가지 전제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도시에서 누리던 것을 과감히 버리거나 포기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주중은 도시에서 살고 주말은 전원이나 산촌에서 생활할 수도 있습니다. 반도시 반산촌 생활을 말하지만 현실적으로 정주생활이 안 되기 때문에 불편합니다. 도시생활을 포기할 수 없으면 더 기다리게 순서입니다.

다음은 귀촌생활을 할 부부가 의견의 일치를 이뤄야 합니다. 남편은 귀촌을 꿈꾸지만 아내가 반대하면 실현에 문제가 됩니다. 별거 부부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생활비 마련이 되느냐는 것입니다. 연금이나 이자, 임대 수입금이 정액으로 들어오면 가장 좋습니다. 가장 좋은 경우란, 부부가 함께 귀촌을 꿈꾸고 있으며, 연금으로 생활에 어려움이 없는 것입니다. 2007년 6월 1일에 산촌으로 와서 단 한 번도 후회를 하지 않고 있으니 우리는 성공한 귀촌부부가 아닐까요?

덧붙이는 글 | 기자의 개인 홈페이지에 게재합니다.



태그:#귀촌생활, #귀촌정보, #집터 고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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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시민 사회운동가로 오랫동안 활동하다가, 2007년 봄에 밀양의 종남산 중턱 양지바른 곳에 집을 짓고 귀촌하였습니다. 지금은 신앙생활, 글쓰기, 강연, 학습활동을 하면서 자연과 더불어 자유롭게 살고 있는 1948년생입니다. www.happ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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