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의 숲 GV현장

▲ 노르웨이의 숲 GV현장 ⓒ 무비조이(MOVIEJOY.COM)

<노르웨이의 숲> 노진수 감독과 함께한 부산국도예술관 GV(관객과의 대화)는 유쾌한 시간이었다. 영화에 대해 조금 더 명확하게 이해하고 알 수 있었으며, 노진수 감독 스스로 모든 질문에 솔직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해주어 더 뜻 깊은 자리였다. 지난 9일 있었던 GV이야기를 지금부터 옮겨보도록 하겠다.

 

- 2년 만에 국도를 방문해 주셨는데, 국도에 다시 오신 소감은 어떠신가요?

"그때 하늘을 걷는 소년 GV 한 후에 생각도 많이 났고, 국도 카페에 글도 남길까 했는데 쑥스러워서 못하고요. 그때 약속한 대로 꼭 다시 찾아와야지 했어요."

 

- 먼저, 감독님 이 영화를 보면 B급의 이미지가 느껴지는 데 영화 연출할 때 처음부터 의도를 그렇게 하셨던 것인가요?

"일단 이 영화를 만들 때 호러가 가미된 코미디 같이 하는 스플래터를 좋아했는데요. 한국에서 이런 스플래터를 만들려고 하는 게 의미가 있단 생각을 안 했었어요. 서양에서 훨씬 더 잘 만드니까요. 이 영화에 스플래터 요소가 많은데요. 그런 것보다는 제 색깔을 많이 넣을 수 있는 쪽으로 잡다 보니깐, 한국식 말장난도 많이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서양식 호러보다 생경하고 이상한 느낌이 나기를 바라서, 연출 자체도 약간 B급 적인 묘사를 했고요. 일반적인 리듬에서 볼 때 이상하고, 못 만든 듯 한 느낌이 들지만, 그런 것들이 컷의 충돌이라든지, 생경한 느낌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불경한 에너지 같은 것을 노리고 영화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 감독님이 좋아하시는 스타일이 스플래터인가요?

"스플래터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데 제가 만든 것은 스플래터는 아닙니다. 스플래터는 사지절단하면서 웃겨야하는데 전 그런 식으로 만들지 않았고, 호러영화의 얼개에서 코미디와 개인 작가주의 그 중간 어디에서 타협을 본 것 같습니다. 제가 풀어나가는 것은 한국식 코미디고 하고 싶은 것은 개인작가주의다보니 조금 이상한 모습의 영화가 된 것 같습니다. 보시는 분들마다 워낙 영화에서 이상한 오버도 심하고 그래서 그런지 각양각색의 반응이 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그런 것을 의도했습니다."

 

"애초에 공포영화로 만들 생각이 없었던 영화."

 

노르웨이의 숲 GV현장

▲ 노르웨이의 숲 GV현장 ⓒ 무비조이(MOVIEJOY.COM)

- 공포호러 영화 좋아하시는 분들의 불만 중의 하나가 살인마 캐릭터가 공포영화에 나오는 전형적인 인물이 아니란 이야기가 있습니다. 감독님은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확하게 보셨고요. 공포영화로 만들 생각이었다면 살인마가 저렇게 어설프게 등장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일부러 콘셉트 잡을 때도 약초 캐는 심마니 같은 느낌으로 잡았습니다. 살인하는 장면도 밭 매는 것처럼 하고요. 일반적인 장르형식에서 나오는 살인자는 아니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아예 무게를 잡는 살인마 캐릭터는 제외하고, 살인자를 계속 감추고 나중에 반전을 주는 방식도 배제하고, 영화에 살인마가 그냥 일반 등장인물처럼 계속 나와서 나중에 그 인물의 사연이 밝혀지면서 드라마 형태로 빠져들게 하고 싶었습니다.

 

살인자 캐릭터 자체에 의미를 두기 보다는 내적인 의미에 더 치중을 하였습니다."

 

- 살인자 캐릭터에 사연을 부여하기 위해서 어머니 캐릭터를 넣었는데요. 차라리 이 부분을 없애버리는 것이 좋지 않았는지 그런 생각이 듭니다.

"전 살인자 캐릭터부터 출발해서 나중에 살인자 캐릭터를 어떻게 할까 그렇게 생각한 것이 아니라, 어차피 살인자는 필요하다 이렇게 해놓고 바로 다른 캐릭터로 들어갔습니다. 여기에 나온 모든 인물들이 영화 속 상황에 대해 모두 알고 있지 않습니다. 관객들은 대충 안다고 생각을 해도 그게 명확하게 아는 것인지 좀 애매모호한 구석이 있습니다. 살인마 캐릭터에 대해서 아무런 사연이 없다면 사이코패스밖에 안되기 때문에 그런 것을 제가 원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뭔가 단서를 주되 그 단서로부터 발생하는 모호함을 좀 더 추구하고 싶어서 어머니 캐릭터를 넣었는데요. 이런 부분들이 장르영화 마니아 분들에게는 비판 받을 소지가 많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공포영화 공식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했어요."

 

노르웨이의 숲 GV현장

▲ 노르웨이의 숲 GV현장 ⓒ 무비조이(MOVIEJOY.COM)

- 살아남은 사람들이 조금 순진하고 착한 사람들이란 생각이 듭니다. 죽는 순서에 이런 순수성이나 착함을 생각하고 인물들이 살인마에게 죽어나가게 했는지 궁금합니다.

"그렇게 의도한 것은 아닙니다. 지금 말하시는 것이 공포영화 장르 안에서 어떤 공식 같은 것입니다. 그래서 전 그것을 어긋나게 하려고 애를 섰습니다. 의도적으로 완전 뒤집는 방식으로 하지를 않고 변주하는 방식으로 하려고 했습니다. 첫 번째 희생자인 불륜 커플의 남자는 공식에 맞아 들어가는데, 두 번째 죽는 인물은 오히려 강간을 계속 말리던 친구가 죽습니다. 공식에 맞추자면 강간을 하려고 했던 친구가 죽어야하지만 오히려 전 말리던 친구를 죽게 해서 공식에서 벗어나가게 했습니다.

 

그리고 시체를 묻으러 온 두 명중에서 곡괭이에 맞아 죽는 그 친구도 도덕적으로 두 명만 놓고 비교했을 때 아주 문제 있는 친구가 아닙니다. 둘 중에 꼭 한 명을 고르라고 하면 여고생까지 묻자고 한 곡괭이 맞는 친구가 맞긴 하지만 그렇게 큰 차이는 없는 인물들이란 것이죠. 그런데 이 두 인물 중에서 곡괭이 맞아 죽는 친구는 공포영화에서 보면 어떤 것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인물이죠. 보통 공포영화에서 일반적으로 이끌어가는 사람이 먼저 죽지는 않더라고요. 그런데 전 의외성을 두기 위해서 이끌어가는 친구를 먼저 죽게 했습니다.

 

영화에서 보여주고자 한 것이 변칙성, 의외성, 모호성 이런 것이었는데 관객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부분들은 분명 제가 잘못한 것이고요. 그리고 영화가 읽혀지는 것이 제가 생각했던 대로 결코 읽혀지지 않음을 요즘 절실히 느끼고 있는 중입니다. 보시는 분들에 따라서 제가 생각했던 것과 완전히 다르게 읽혀짐을 최근 확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 영화에 나오는 호빵과 찐빵의 차이가 뭡니까?

"답을 찾고자하면 분명 찾을 수 있겠지만 그것 자체가 모호한 것이죠. 모호한 것들에 대해서 계속 뭔가를 찾으려고 한다는 것이죠. 호빵과 찐빵도 모호하죠. 호기심이 생겨서 계속해서 질문을 하고 지적 요구가 생기는 것인데요. 이런 것들은 답을 안다고 해도 우리가 살아가는데 크게 도움이 안 되는 것인데 우리들이 집착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 호빵과 찐빵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 그런 의미에서 제목이 <노르웨이의 숲>인가요?

"사실 제가 비틀즈 노래를 좋아해서 그렇게 정했고요. 실제 음악도 사용했으면 좋겠지만 도저히 사용할 수 없는 가격의 저작권료라서 제목만 그렇게 사용했습니다. 뭔가 신비한 느낌이 있어서 좋았습니다."

 

- 제목 때문에 영화 흥행에 조금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신 적은 없는지요?

"흥행부분은 영화자체가 아예 될 거란 생각을 거의 안했고요. 온라인 수익이라도 좀 생겼으면 좋겠단 생각을 가지긴 했습니다. 제목 때문에 흥행이 어려웠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제목은 2년 전부터 '노르웨이의 숲'이라고 정해놓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 작품은 시리즈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노르웨이의 호텔', '노르웨이의 병원' 등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만약 진짜 잘되면 10부작으로 갈 생각도 있습니다."

 

"정경호씨는 제가 꼭 해보고 싶었던 배우."

 

노르웨이의 숲 GV현장

▲ 노르웨이의 숲 GV현장 ⓒ 무비조이(MOVIEJOY.COM)

- 영화에서 정경호씨의 존재감이 대단한데요. 어떻게 캐스팅을 하시게 되었습니까?

"원래 다른 분이었는데 2주 정도 앞두고 제가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경호씨 이전 작품도 너무 좋게 봤고요. 정경호씨는 제가 만든 영화를 좋아하고 이해하실 것 같아서 내심 기대를 하고 있었습니다. 초반에는 정경호씨 바꾸는 것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반대를 하셨는데요. 다른 분과 리딩을 한두 번 정도 해보니까 저하고는 안 맞을 것 같단 생각이 계속 들었어요. 쉽지는 않았는데 결국 정경호씨로 교체를 했습니다.

 

제가 코미디 중에서도 한국식 말장난 코미디를 하고 싶었는데 그게 정경호씨가 잘 맞는 것 같았어요. 정경호씨가 대본을 보시고 좋아하시고, 대본도 정경호씨가 준비를 해와 가지고 자신의 연기에 더 잘 맞게 바꾸고 그랬습니다."

 

- 코미디와 공포를 함께 섞을 때 고민이 많지 않았는지요?

"제가 이게 문제인데요. 생각을 별로 안합니다. 그냥 섞으면 되지 이랬습니다. 섞으면 이상할까 이런 생각을 해보지 않았습니다. 전 다소 공포스럽기는 하데 공포장면을 보면서 관객들이 완전히 겁에 질리거나 이런 것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살인마 캐릭터가 살인 하는 장면들도 좀 코믹하거나 아니면 어색한 장면이지만 웃을 수 있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공포스러운 부분은 공포로 가지만 다음 장면은 코믹한 장면을 넣어서 보완해주면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 첫 작품하고 두 번째 작품이 너무 다릅니다. 두 번째 작품 만드시고 나서서 만족감은 어떠신지요?

"두 번째 작품은 정말 하고 싶어서 만들었고요. 촬영할 때도 내내 너무 재미있고 즐거웠고, 영화를 계속 찍었으면 할 정도로 제 개인적으로 즐겁게 찍었습니다. 만들고 나서도 첫 번째 편집 본을 보고나서 내가 원했던 방향대로 나왔단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2년이 지나고 나서 보니까 너무 저한테 빠져서 만들었단 생각이 들었어요. 이 작품은 빠지지 않고서는 만들 수 없단 생각이 들지만 제가 의도했던 대로 찍혀지지 않은 것도 많고요. 제가 능력이 그 정도 밖에 안 되서 못한 부분도 보이고요. 그런 부분들은 한 편 한 편 찍을 때마다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제 약점을 계속 보완을 해나가야 하지 않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저예산 영화 앞으로 10년 후에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감독님으로서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다들 알고 계시겠지만 절망적인 현실이고요. 영화 만드시는 분들은 다들 고민하고 계신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도 농담 삼아 10만 관객들 것이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그렇게 되기 힘들다는 것을 2-3년 전부터 체감 많이 했습니다. 영화 같은 경우에는 모든 것이 대작영화에 너무 치우쳐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제가 바꿀 수 있는 부분은 없지만 생각했던 것은 몇 가지 있습니다. 물론 영화 정책적으로 밀어주지 않는다면 거의 불가능한 것이기도 합니다. 전용관을 더 늘려서 관객들이 조금 더 쉽게 이런 영화를 볼 수 있게 해주고 가격도 싸게 해주는 것입니다. 이건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영화는 100억 영화도 같은 입장료이고 1억짜리 영화도 같은 입장료인데요.

 

저예산 영화 같은 경우에는 조금 더 저렴하게 관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그리고 저예산 영화 같은 경우에는 2차 판권이 더 중요합니다. 케이블이나 이런 곳에서 공포호러 영화는 방영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불법다운로드 문제가 현실적으로 커지게 되는 것이죠. 물론 요즘 합법다운로드 하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기는 합니다.

 

저예산 영화는 제작비가 적기 때문에 온라인 시장만 조금 살아나도 다음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생깁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영화리뷰전문사이트 무비조이(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0.10.16 11:55 ⓒ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영화리뷰전문사이트 무비조이(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노르웨이의 숲 노진수 무비조이 MOVIEJOY 제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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