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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에 있는 유네스코길 동판
▲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명동에 있는 유네스코길 동판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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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우리나라가 유네스코에 가입한 지 60주년이 되는 해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와 서울 중구청은 이를 기념하기 위해서 명동에 있는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건물 앞의 도로에 '유네스코길'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그것을 알리는 동판을 도로 한쪽에 장식해두었다.

명동 CGV 옆에 있는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건물은 꽤 큰 편인데 건물에 비해 간판이 작아서 그런지 찾기가 쉽지 않았다. 약도를 들고 두리번거리다가 주위 사람에게 길을 물어보고 나서야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간판을 볼 수 있었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에서 하는 일은 많을테지만 개인적으로는 문화유산, 그중에서도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세계문화유산에 관심이 많다. 대충 뭉뚱그려서 '세계문화유산'이라고 부르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몇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문화유산, 자연유산, 복합유산, 무형문화유산, 기록유산 등.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를 찾은 이유는 여러 가지인 유산의 개념을 좀 정리하고 문화유산과 관련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서였다. 건물 8층에 있는 문화커뮤니케이션팀 사무실에 들어서자 전진성 팀장과 김지현씨가 맞아주었다.

김지현씨는 한눈에 유산을 비교할 수 있게 만든 표를 보여주었다. 그에 따르면 유네스코 지정 유산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세계유산(World Heritage), 무형문화유산(Intangible Cultural Heritage) 그리고 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

유네스코 지정 유산들은 어떻게 분류될까

문화커뮤니케이션팀 전진성 팀장(우측)과 김지현씨
▲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문화커뮤니케이션팀 전진성 팀장(우측)과 김지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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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의 탁자식 고인돌
▲ 유네스코 세계유산 강화도의 탁자식 고인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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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산은 다시 문화유산, 자연유산, 복합유산 세 가지로 나뉜다.  유네스코에 등재된 우리나라 문화유산은 해인사장경판전, 종묘, 석굴암·불국사, 창덕궁, 수원화성, 고인돌, 경주역사지구, 조선왕릉 등 8점이다. 자연유산은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1점이 등재돼 있다.

복합유산은 자연과 문화가 혼합된 유산인데 아직 우리나라에는 없다. 세계유산의 특징은 전부 부동산이라는 점이다. 건축물이나 유적, 자연경관 같이 움직일 수 없는 대상들로 한정되며 박물관 안에 있는 유물들은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수 없다.

유네스코에 세계유산 등재 신청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잠정목록을 만들어서 제출해야 한다. 잠정목록은 세계유산 등재를 희망하는 회원국들이 작성한 자국의 유산 목록으로, 세계유산 등재신청 최소 1년 전에 대략적인 잠정목록을 세계유산센터에 제출한다.

그 잠정목록 중에서 준비된 유산을 골라 정식으로 등재 신청을 하면 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잠정목록에는 문화유산으로 강진도요지, 공주부여 역사유적지구, 중부내륙산성군, 안동 하회마을, 월성 양동마을, 남한산성, 익산 역사유적지구, 염전 이렇게 8점이 포함돼 있다. 자연유산으로는 설악산 천연보호구역, 남해안 일대 공룡 화석지, 대곡천 암각화군, 서남해안 갯벌 4점이 잠정목록 안에 있다.

이 중에서 하회-양동마을은 오는 25일부터 8월 3일까지 브라질에서 열리는 제34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등재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전진성 팀장은 말한다.

"지금 보류판정을 받은 상태에요. 심각한 문제가 있어서 그런 판정을 받은 것은 아니에요. 양동과 하회마을이 가지고 있는 유산으로서의 가치는 충분히 인정을 받았어요. 그런데 서로 다른 두 마을이라서 이 두 군데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부재하다는 지적을 받았어요. 지적받은 이후에 관련 법규를 정비하고 통합적인 시스템을 만들어서 지금 운영하고 있습니다. 보완된 내용을 보고서로 작성해서 이번 위원회에 가져갈 겁니다. 우리가 전부 보완했다는 것을 알려주면 이번에 등재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올해 등재여부가 결정되는 하회-양동마을

종묘 정전
▲ 유네스코 세계유산 종묘 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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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성산일출봉
▲ 유네스코 세계유산 제주도 성산일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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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산위원회에서 신청받은 유산을 심의하고 내리는 결정사항은 등재, 보류, 반려, 불가 이렇게 네 가지다. 등재는 글자그대로 등재되는 거고 보류는 약간 미비한 부분이 있어서 좀더 보충하라는 것이다.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면 당해 또는 다음 해에 등재될 가능성이 많다.

반려는 신청서에 심각한 결함이 있어서 현지재조사가 필요한 경우에 내려지고, 불가 판정을 받으면 등재가 불가능하고 같은 유산으로 재신청 할 수도 없다. 여태까지 우리나라에서 보류 판정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무난히 등재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전 팀장은 기록유산의 예를 들었다.

전 팀장의 말에 의하면, 동의보감이나 조선왕조의궤 같은 유산이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 외국인에게 잘 설득해야 한다. 그리고 유산이 가지고 있는 핵심적인 내용을 정확히 짚어낼 수 있어야 한다.

전 팀장에  따르면, 동의보감이나 조선왕조의궤가 등재될 때 서울대 서경호 교수님이 큰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동의보감 등재를 위해 최초 작성된 신청서에는 '동의보감이 동양의학의 집대성이다, 중국 의서를 참조했지만 일반 사람들이 보기 쉽게 정리된 의학의 집대성이다'라고 적혀있었는데 그 신청서를 보신 서교수님은 이런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라고 하시는 거에요. 동의보감이 만들어질 당시 서구에서는 공중보건이라는 개념자체가 없었어요. 동의보감이 가진 진정한 의미는 왕명에 의해서 쓰여진 일반백성을 위한 책이라는 거지요. 일반 대중을 위해서 만들어진 최초의 의학책이자, 공중보건의 개념에서 만들어진 최초의 책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서 교수님이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렇게 핵심을 짚어낼 수 있는 전문가가 있다면 등재되기가 훨씬 수월해집니다."

어두운 역사의 기록도 유네스코 차원에서 보존

제주 칠머리당영등굿
▲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제주 칠머리당영등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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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단오굿 조전제
▲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강릉단오굿 조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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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에 등재된 우리나라의 기록유산은 훈민정음, 조선왕조실록, 직지심체요절, 승정원일기, 팔만대장경판, 조선왕조의궤, 동의보감 이렇게 7점이다.

무형문화유산의 경우는 종묘제례악, 판소리, 강릉단오제, 강강술래, 남사당, 영산재, 제주 칠머리당영등굿, 처용무 등 8점이 유네스코에 등재돼 있다.

"기록유산의 경우 지금까지는 훈민정음 같은 고문서들이 주로 등재되었는데, 최근에는 근현대의 역사와 관련된 기록들도 등재하는 추세에요. 그리고 그동안은 긍정적인 기록들에 많이 치우쳤는데 앞으로는 부정적인 역사의 기록도 등재될 겁니다. 캄보디아 수용소에서 학살된 사람들의 기록 같은 것들요. 그런 역사도 잊으면 안되는 거니까요. 5·18 광주 민주화운동 관련된 기록도 이번에 등재신청을 했어요. 내년 여름에 등재여부가 결정될 겁니다."

이외에도 6·25전쟁 관련기록, 3·1운동 관련기록, 정신대 관련기록 등도 모두 유네스코에 등재될 가치가 있다고 한다. 어두운 과거지만 잊어서는 안될 역사이니 만큼 이런 기록들이 모두 유네스코에 등재되면 그만큼의 효과가 있을 것이다.

앞으로 더 많은 유산들이 등재되기를

동의보감
▲ 유네스코 기록유산 동의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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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의궤
▲ 유네스코 기록유산 조선왕조의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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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는 매년 회원국들에게 분담금을 할당한다. 올해 우리나라에서 유네스코에 내야하는 분담금은 약 94억 원이다. 총 193개 유네스코 회원국들 가운데 11번째로 많은 액수를 내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과 중국 다음으로 많은 액수다. 분담금 액수는 유엔이 정하는 분담금 기준을 따른다.

사정이 생겨서 분담금을 못내면 어떻게 될까. 유네스코에서는 그런 국가들에게 1차적으로 경고를 준다. 해당국은 유네스코에 '여차여차한 사정이 있어서 분담금이 늦어진다' 라고 적극적인 해명을 해야 한다. 그런데 그런 것도 없이 몇 년간 분담금을 안내면 그 국가는 유네스코 총회에서의 투표권을 박탈당한다고 한다.

하긴 분담금 안 낸다고 그 나라에 가서 재산을 압류하거나 유네스코에서 쫓아낼 수는 없는 노릇이니 투표권 박탈이 유일한 제재 수단일 것이다.

이외에도 작년에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문화유산 보존상'을 수상한 북촌한옥마을, 유네스코 창의도시를 포함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유네스코와 문화유산 관련해서 여러 가지 궁금증을 풀 수 있었던 자리였다. 제34차 세계유산위원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 그 위원회에서 하회-양동마을이 세계유산으로 선정되기를 바란다. 유네스코 가입 60주년을 기념하는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태그:#유네스코, #세계유산, #무형문화유산, #기록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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