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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광석의 기타연주-사막 <콩밝 송학선 사진전 -소외 그리고>를 축하하는 김광석의 기타연주 <사막> 동영상 편집을 했더니 음질이 좋지 않다. 심장을 울리게 하던 그의 연주. 따뜻한 시선으로 순간을 담아낸 송학선 사진작가의 사진과 잘 어울렸다.
ⓒ 정민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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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치예방연구회 회장님이신 송학선님. 2010년 4월 14일부터 19일까지 인사아트센터 제5전시장에서 사진전을 여신다. 나 혼자만 갈 수도 있었지만, 내 주변사람들에게 그 분의 향기를 맡게 해주고 싶었다. 때론 그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데도, 전문가가 포착할 수 없는 순간을 잡아내는 사람들이 있다. 송학선님의 사진에서 그런 분위기를 느꼈다.

 

일전에 이충렬 선생님의 책을 읽고는 작은 그림이라도 사서 소장하고 싶다는 소망을 가졌지만, 매번 생활에 허덕이는 나로서는 그 소망을 이루기가 쉽지 않다. 이번 사진전에서 맘에 드는 사진을 한 점 소장하고 싶지만, 그 소망을 위해 질러버리기에는 역시 허덕이는 생활을 무시할 수가 없다. 대신 마음에 담아서 소장하기로 하고, 길을 나섰다.

 

함께 간 사람들은 모두 4명, 밤톨이 친구와 친구엄마, 나를 포함한 다섯 명은 <콩밝송학선의 사진으로 쓴 여행보고서 소외 그리고>를 보러 갔다. 가는 길에 꽃다발도 한 다발 사고, 인사동 거리를 구경했다. 모처럼 나선 나들이길. 바람이 불어 추웠지만, 마음은 설렜다.

 

밤톨이 친구들과 함께 신화공부를 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씩 하던 독서모임이 어느새 5년이 되었다. 밤톨이 엄마들과 돌아가면서 하는 책 이야기. 신화는 아이들에게 좀 어렵지만, 실생활에서 많은 부분을 접하고 있으니 한 번 시도해 보고자 했다. 겨울방학 때 일주일에 한 번씩 <북유럽신화>를 만화책으로 선택해서 10권을 모두 읽고 이야기 했고, 지금은 <그리스로마신화>를 하고 있다.

 

방법은 그 책을 읽고 자신이 맡은 부분을 빠짐없이 이야기 하는 것이다. 쓰지 않고 하는 그 방법은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주었으며, 꾸준히 해 나가는 힘을 주었다. 만화책으로 진행을 하지만, 좀 더 구체적으로 줄글로 된 책을 선택해서 선별하여 아이들에게 사진을 보여주고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는데, <그리스로마신화>는 <이윤기의 그리스로마신화>1,2,3권을 선택하여 보여주기도 한다.

 

그런데 송학선 사진전의 추천사를 이윤기 선생님께서 쓰셨고, 첫날 오신다고 한다. <이윤기의 그리스로마신화>의 2,3권에는 송학선님이 찍은 이윤기 선생님 사진이 실려 있다. 그래서 아이들은 그 책을 통해, 송학선님의 사진들과, 이윤기 선생님의 이야기들을 만났으며, 그 이야기를 번역한 주인공을 만나러 간다는 설렘에 들떴다.

 

인사동 인사아트센터 제5전시장에서 인터넷으로만 봤던 <푸른 그늘>을 봤다. 그늘이 진 적막한 골목 앞 햇살이 쏟아지는 곳에 앉아 먼 곳을 응시하는 고양이 모습. 2003년에 튀니지에서 찍은 작품이다. 그 사진은 참 묘하게도 여운이 길게 남았다. 따뜻함과 쓸쓸함이 공존하고... 사람 없는 골목의 고양이 한 마리가 주는 존재감... 그 골목에서 살아가고 있을 사람들의 고단하면서도 살아가야 하는 삶...

 

치과의사의 모습, 충치예방연구회장님,  춘수만사택(春水滿四澤)을 게시판에 올리며 이백의 시를 읊조리는 문학인, 그리고 소외된 사람들의 모습을 소외시키지 않고 순간을 건져 올리는 사진작가의 모습. 무척 다양한 삶을 살고 계신 송학선님.

 

▲ 송학선사진전-이윤기선생님 <봄날은 간다> 송학선 사진전을 축하하며 김광석님의 기타연주에 맞춰 <봄날은 간다>를 열창하시는 이윤기 선생님
ⓒ 정민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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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부는 봄날. 인사동에서 채운 삶의 향기다. 혹 인사동에 갈 일 있으면 송학선 사진전에 들러보시라. 기타리스트 김광석님은 <사막>으로 사진전을 축하하고, 김광석님의 기타반주에 맞춰 <봄날은 간다>로 사진전 축하를 해 주신 이윤기 선생님. 들고 간, 책에 멋진 필체로 사인을 해 주시고, 사진을 찍을 때는 다정하게 안아주시기까지 하셨다. 일행과 함께 집으로 오는 길. 추하지 않은 노년의 삶을 생각하며 왔다. 

 

콩밝 송학선의 사진으로 쓴 여행 보고서 1 소외 그리고

 

날짜도 기억나는군요. 1977년 7월 18일, 낙산사 홍련암이었습니다. 활짝 열린 법당 마루에 유난히도 코끝이 뾰쪽한 버선으로 엇갈리도록 사뿐히 즈려밟으며 곱게 먼지를 쓸고 있는 고운 비구니 한 분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냥 돌아섰습니다. 그뿐입니다. 그런데 그 장면은 아름다운 풍경 하나가 되어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감동의 저장창고로 내 마음 한구석에 쌓여 있는, 표지가 떨어진 채 너덜너덜 굴러다니던 <라이프>잡지 속 사진들과 겹쳐 오십대 중반의 나이에도 문득 떠오르는 풍경들이 살아온 날들처럼 다채롭습니다.

 

대학시절 소외된 삶의 뿌리를 찾아 방황하던 때가 있었고, 또 가슴 한구석엔 젊음과 함께 보낸 답답하던 시절의 흔적이 얼룩얼룩 남았습니다.

 

또 오래된 친구들과 술과 낭만과 함께 게으름으로 보낸 시절이며, 그 멋진 친구들의 민주화 운동이며 보건의료운동, 건치운동, 환경운동, 평화운동, 지역시민운동 주변을 맴돌며 치과의사로 살아온 중늙은이의 인생사도 얼룩져있습니다.

 

이제 틈틈이 여행을 떠납니다. 여행을 떠나면 고약한 사냥꾼이 마구잡이로 총을 쏴 대듯 사진 사냥을 합니다. 사진기는 영상만 훔쳐오지 생명을 빼앗지는 않는다는 핑계로 말입니다. 이렇게 사진을 찍을 때도 엉뚱하게도 문득문득 마음속 풍경들이 아름다움으로 또는 아픔으로 되살아나곤 합니다.

 

내 마음속 또 다른 풍경, 길에서 만난 소외된 사람들과 희망을 담은 여행 보고서를 부끄럽게 내 놓습니다. 

 

가난과 차별 그리고 소외가 없는, 생명가치가 존중받는 시대가 빨리 오기를 기대하며 이 사진들이 여러분들 마음속 풍경하나를 깨워 되살려 낼 수만 있다면 또한 더 바랄 게 없지 싶습니다.

 

                                     2010년 4월  세알콩깍지에서 콩밝空朴 송학선

 

 

카메라도 눈물을 믿는다.

이윤기(소설가 ‧ 순천향대 명예교수)

 

굶주린 소녀가 무릎을 꿇은 채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이 앙상한 소녀 뒤에는 크기가 거의 소녀만한 독수리 한 마리가 기다리고 있다. 아프리카 독수리는 살아 있는 생명 사냥하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독수리는 그래서 소녀의 숨이 끊어지기를, 앞으로 무너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 잔혹하리만치 결기 어린 사진, 기억하는 이가 많을 것이다. 남아공의 보도 사진가 캐빈 카터의 사진이다. 그는 이 사진으로 1994년 퓰리처 상을 받았다. 보도 사진가의 윤리와 생명의 존귀함을 사이에 둔 논쟁이 한동안 사진 좋아하는 사람들의 입질에 오르내렸다. 독수리를 쫓고 소녀를 살려야 하지 않는가? 카터는 먼저 셔터를 누른 다음 독수리를 쫓았다. 소녀는 수단의 아요드 식량센터로 갔다니 굶어죽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카터는 이 사진 한 장 때문에 생명의 존귀함과 보도 사진가의 윤리 사이에서 고민하다 같은 해 서른세 살 젊은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나는 카터의 이 사진을 떠올릴 때마다 그 대척점에 서는 사진가 한 사람을 떠올린다. 송학선. 송학선 같으면 소녀와 독수리 앞에서 셔터를 누르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십여 년 동안 그와 함께 그리스, 터키, 이집트, 일본, 중국, 몽골을  여행했다. 그 때마다 그는 풍성한 수확과 함께 공항을 나선다. 그는 눈물이 많다. 그 같으면 카터가 셔터를 누른 그 풍경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말았으리라. 스페인의 압제에서 벗어난 남미 어느 가난한 나라에서, 흑백의 대립과 반목이 잦아들 날 없는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의 소웨토(빈민 거주지역)에서는 눈물이 앞을 가려 도무지 카메라의 초점을 맞출 수가 없더란다. 그의 사진을 보라. 따뜻하다. 인간과 자연에 대한 따뜻한 사랑이 프레임 밖으로 넘친다. 이런 나의 췌사贅辭가 당혹스럽다. 그는 니콘 카메라 한 대 매고 다니면서 이런 사진들을 찍어내는데, 나는 수 천 만원의 장비 값을 들여가면서 그의 뒤를 쫄쫄 따라다녔는데도 사진 같은 사진이 한 장도 없어서 하는 소리다.

 

   송박사, 사진전 열리는 걸 축하하오. 2년 전 내 책이 번역 출간된다고 해서 독일에 갔더니, 독일과 스위스의 신문들이 내 사진을 쓰는데, 그게 바로 그대가 찍어준 사진, 한 문화재단이 내게 말 한 마디 없이 무단으로 독일에 보낸 사진이었소. 그대의 사진을 나만큼 좋아하는 사람도 흔치 않을 것이오만, 이제 이렇게 길을 내었으니, 눈물을 믿는 카메라로 찍은 그대 사진을 나 이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이 앞으로 엄청 늘어날 것으로 예언하오. 과인합장過人合掌.

 

출처:http://cafe.daum.net/dentia/BFWO/34

 

 


태그:#콩밝송학선, #송학선사진전, #인사아트센터, #기타리스트김광석, #그리스로마신화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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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위생사 . 구강건강교육 하는 치과위생사. 이웃들 이야기와 아이들 학교 교육, 책, 영화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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