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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때가 되면 중대 결단을 내릴 것"이라며 청와대 관계자가 세종시 국민투표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지자, 연기군 주민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세종시 예정지 주민들을 비롯해 연기군 주민들이 참여하고 있는 행정도시사수대책위원회는 1일 논평을 통해 "(국민투표론은) 한나라당이 당론도 정하지 못하자 그 책임을 국민에게 전가시키려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세종시 원안을 고수하는 한나라당 내 친박(親朴)계를 넘어서기 어렵게 되자 '국민투표'라는 또 다른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세종시를 이유로 한 국민투표 자체가 위헌적이라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헌법상 국민투표는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한 정책에 한해 허용되는 것인데 중앙행정기관 이전으로 인한 비효율을 이유로 국민투표에 붙인다는 것은 법리에 어긋난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국민투표를 해야 한다면 수도를 서울이 아닌 곳에 둘 수 있도록 헌법을 고쳐 청와대를 비롯해 국회까지 옮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나라당 친박계를 비롯해 민주당 등 야당은 세종시가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한 정책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법률을 개폐하는 것은 입법권을 가진 국회의 소관이고 권한이라며 반대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다. 국민투표에 붙인다 하더라도 결국 국회의 법률 제·개정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국민투표를 하는 실익이 전혀 없다는 얘기다. 

 

자유선진당은 "이명박 정권이 국민투표를 통해 법률 개정이 가능한 것처럼 하는 것은 왜곡된 여론몰이를 하거나 자신들의 국정실패를 비껴가려는 얕은 잔꼼수"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행정도시사수대책위원회는 이날 논평을 통해 "국민투표안에 조건부 찬성한다"며 "4대강 사업과 대통령의 신임을 묻는 투표를 함께하자"고 역제안했다.

 

사수대책위의 이 같은 역제안에는 느닷없는 수정안 제기로 국론을 양분시키고 혈세를 낭비한 책임이 이 대통령에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또 세종시가 국가 안위에 관련된 중대사안이라면 4대강 사업도 당연히 중대 사안에 포함돼야 한다는 역설이 들어 있다.

 

세종시 국민투표론이 이 대통령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대통령 스스로 자신에 대한 중간평가를 자처하는 일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일단 공을 이번 주에 가동될 한나라당 중진협의체로 넘기는 모양새다. 그러나 한나라당 중진협의체가 행정도시사수대책위원회가 역제안한 세종시와 4대강 사업 등 현안을 쓸어 담을 이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적 성격의 국민투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이와 관련,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은 2일 최근 세종시 문제에 대한 '중대 결단' 발언에 대해 "'국민투표'를 말한 것이 아니며 여당 내에서 논의해 결론을 내려달라는 취지였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도 '중대 결단'이 무엇이냐에 대해서는 구체적 언급을 꺼리고 있다.

 

결국 국민투표론은 이 대통령의 세종시 의중을 대내외에 재천명하는 '여론 압박용'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태그:#세종시, #국민투표, #행정도시, #중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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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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