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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의 지류인 내성천이 휘감아 돌며 만들어진 경북 예천 회룡포 모습
 낙동강의 지류인 내성천이 휘감아 돌며 만들어진 경북 예천 회룡포 모습
ⓒ 박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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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답사에서 다시 확인한 것은 우리 강이 시퍼렇게 살아있다는 것이다. 결코 죽지 않았고 아름다움을 간직한 채 수많은 생명들이 그 강에 깃들어 살고 있었다. 보통의 사람들은 강보다는 산에 관심이 많다. 솔직히 말하면 나 역시 강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었다. MB가 아니었다면 강에 대한 관심이 일어날 일이 없었을 지도 모른다. MB로 인해 전 국민이 광우병에 대해 알게 되었고 수의학적 지식을 쌓을 수 있었던 것처럼, 이젠 전 국민이 강의 생태학과 토건학에 대해 전문가적 지식을 갖게 되었다.

1박을 하기 위해 머물렀던 선산에서 저녁 식사를 하며 류승원 박사의 강의를 듣게 되었다.

"정상적인 하천 구조(생태계)는 어떤 것인가? 하천을 물길로만 봐서는 안 된다. 물, 모래, 자갈, 풀, 갈대, 버드나무, 새까지 함께 봐야 한다. 이러한 상태계의 요소들이 수평적, 수직적 교류가 잘 이뤄지고 있는 것이 자연적인 생태다. 또한 자연적인 상태라는 것은 하천의 자정 기능이 살아있는 것이다. 강을 살린다는 것은 하천의 자연적 생태 관계, 자정 기능이 무너졌을 때 이를 복원시키는 것이다.

4대강 사업은 무엇을 살리겠다는 것이냐. 하천 생태계는 물의 흐름에 따라 연계된다. 물의 흐름이 바뀌면 기존의 생태계는 전멸한다. 학자, 전문가들의 오랜 노력으로 참여정부에서 하천의 개념이 물길에서 유역으로 확장되었으나 4대강 사업으로 소멸되었다. 하천 생태계에 대한 이해 없이 추진하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은 결국 4대강 죽이기 사업이 될 수밖에 없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낙동강을 안동 상류지역에서 구미 중류지역, 부산 하류지역까지 살펴 볼 수 있었다. 낙동강에서 오염이 문제가 되는 지역은 공단이 밀집된 구미 대구 지역뿐이다. 특히 안동에서 구미 공단 이전 구간은 수질도 1급수여서 손을 댈 필요가 없는 곳이다. 안동 지역의 강변에 오염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쓰레기 매립장, 분뇨처리장 등을 강변 먼 곳으로 옮기는 일이야말로 강 정비 사업에서 해야 할 일이지만 4대강 사업에는 들어가 있지 않았다.

아름다운 백사장을 더는 볼 수 없다

경북 상주 경천대에서 내려다본 모습. 공사라인인 붉은 깃발을 따라 모래사장을 없앤다고 한다.
 경북 상주 경천대에서 내려다본 모습. 공사라인인 붉은 깃발을 따라 모래사장을 없앤다고 한다.
ⓒ 김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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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화 선생은 "강에서 모래와 물은 부부와 같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물과 모래는 수억겁을 함께 해온 부부였노라"고 시적 표현을 곁들이니 그 표현이 참 좋다고 한다. 낙동강지키기 부산시민운동본부에서 개최한 낙동강 지키기 후원의 밤 행사에 함께 참석한 문국현 전 창조한국당 대표는 "모래는 강의 혼"이라고 했다.

4대강 사업은 앞에서 언급한 대로 폭 300m 깊이 3m로 모래와 자갈, 흙을 파내서 뱃길을 만드는 일이 중심이다. 김소월이 노래하고 온 국민이 따라 부르고 있는 그 금모래 빛의 강변 백사장의 아름다움도 뱃길에는 단순히 제거 대상일 뿐이다.

류승원 박사는 하천에서 모래와 자갈 기능이 밝혀진 것은 20년 밖에 안 되었다고 한다. 모래와 자갈은 ▲물을 저장하는 공간이고 ▲지하수와 지표수 사이의 완충지대이며 ▲바닥 요철의 여과기능이 있고 ▲물고기의 서식처이다.

특히 여과기능은 생물적 작용도 있지만 물리적 작용이 더 크다. 강에서 모래와 자갈을 깊이 거둬내면 이 모든 기능이 다 사라진다. 모래와 자갈 없이 수질을 좋게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4대강 사업이 되면 낙동강의 백사장은 거의 사라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한다. 이유는 단 한 가지다. 저들에겐 모래가 뱃길을 막는 제거 대상일 뿐이기 때문이다.

보에 갇힌 강물은 식수로 사용할 수 없다

MB의 4대강 사업의 명분은 홍수와 가뭄 해결이다. 그런데 홍수가 나는 지역과 가뭄이 드는 지역은 낙동강 본류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다. 가뭄이 드는 지역은, 태백 삼척 등의 강원도 지역과 울산, 경주 등 경북 동해안 지역이고, 홍수 빈발 지역도 낙동강 하구의 저지대이다. 낙동강 본류가 흐르는 지역에서 홍수가 나거나 가뭄이 드는 지역은 없다.

홍수는 지천에서 나지 본류에서 나지 않는다. 한국방재협회의 '유역단위 홍수대책 추진방안' 중 1999년에서 2003년까지의 피해액 평균 비율을 보면 국가하천 3.6%, 지방하천 55%, 소하천 39.9%이다. 또한 최근 10년간 집중호우 최대 피해지역은 4대강 본류가 아닌 강릉, 삼척, 평창, 양양, 인제 등 강원도 산간 지역과 동해안 지역이다.

낙동강의 수질을 높이고 수량을 확보해서 식수원을 안정시킨다고 하면서 약 1조 4천억 원을 들여 부산의 취수장을 남강으로 이전하려고 한다. 이것은 이 정부 스스로가 강이 썩어서 더는 낙동강 표류수를 식수로 쓸 수 없게 된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이다.

현재 태백에서 발원한 물이 1300리 낙동강을 거쳐 부산 낙동강 하구를 지나 바다로 나가는데 11일이 소요된다.(시간당 평균 유속 2.2Km) 그런데 8개의 보가 설치되면 130일 정도로 지연된다는 것이 박재현 교수나 김좌관 교수의 연구 결과다. 이렇게 10배 정도 유하 시간(전문용어로 물이 정체하는 것을 유하라 한다)이 늘어나면 부영양화로 녹조가 덮이게 되고 용존산소 부족으로 강물은 썩게 된다. 결국 상수원을 옮기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번 강정보, 달성보, 함안보 현장에서 확인한 것 중 하나가 모래를 쌓아둘 곳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함안보의 경우 지자체와 협의를 끝냈다고 하는 데 다른 두 곳은 협의 중이라고만 했다. 낙동강만 하더라도 남산의 8배(4.4억㎥)나 되는 어마어마한 준설된 모래를 쌓아놓을 곳이 있는지 의문이다. 준설토로 저지대의 농토를 개토하는 데 쓰인다고 하지만 준설토의 일부만 사용될 것이다. 준설토는 쌓을 장소도 문제지만 적치장에 쌓여있는 동안 바람에 노출될 경우 발생하는 비산먼지가 황사보다 더한 환경재앙을 가져오기 때문에 심각한 것이다.  

4대강 사업 이후 강과 그 유역은 어떻게 변할까?

오니층이 발견된 함안보 공사 현장. 오니층을 은폐하기 위해 그물망으로 덮어놓았다.
 오니층이 발견된 함안보 공사 현장. 오니층을 은폐하기 위해 그물망으로 덮어놓았다.
ⓒ 김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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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의 경우 4대강 사업을 진행하면, 여덟 개의 댐을 새로 만드는 것과 같다. 그렇기에 댐이 세워지고 나면 그 지역이 어떤 환경 변화를 겪는지를 알아보면 된다. 결국 4대강 사업이 예정대로 완성된다면 국토의 대부분이 댐 지역과 같은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안동에서 만난 주민들과 최윤환(권정생 어린이 문화재단 상임이사)씨의 이야기에 의하면 안동댐이 생기고 안개 끼는 날이 많아져서 일조량이 줄어 과수와 특용작물 등의 농사가 큰 타격을 받았다고 한다. 또 천식 등 호흡기 질환 환자와 관절염 환자가 많이 늘었다. 기압이 낮아져 연탄가스 중독으로 사망한 사람도 많다. 이런 일은 춘천 지역에서 똑같이 일어나는 일이라고 한다.

낙동강 하굿둑 건설 이후의 경우도 예가 된다. 부산농민회 분들에 따르면, 1980년대 초 낙동강 하굿둑 건설 당시 갈수기에 해수가 물금취수장까지 들어와 식수대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명분으로 하굿둑을 만들었다고 한다. 당시 낙동강 하굿둑을 만든 현대건설 사장이 지금의 이명박 대통령이다.

하굿둑이 들어서고 나서 채 1년이 안 되어 강은 녹조로 덮였고, 갈퀴질만으로 잡혔던 장어와 다양했던 어종 자체가 사라져 어민들은 큰 손해를 보았다고 한다. 최근에는 강의 오염도를 희석시키기 위해 일주일에 두번 바닷물이 들어오도록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남해 동해의 적조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데 강의 녹조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냐고 한다.

내 지역구인 안산의 시화호도 당시 같은 배경으로 건설되었다. 시화호는 시화지구 대단위 간척 사업의 일환으로 1987년 4월부터 6년 반에 걸쳐 시화방조제를 완공하면서 조성된 인공호수다. 당시 나는 물은 가두면 반드시 썩기 때문에 시화호의 담수화를 강력히 반대했다. 하지만, 수자원공사는 기술적으로 물을 썩지 않게 할 수 있다며 담수호를 만들었다.

나의 주장대로 담수호가 된 시화호에는 주변 공장의 하수와 생활하수가 유입되면서 심각한 수질오염 문제가 발생했다. 3년이 채 못되어 시화호 일대 농작물이 해를 입고, 수십 만 마리의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는 '죽음의 호수'가 되어 버렸다. 결국, 정부는 2002년 2월 공식적으로 담수호를 포기하고 바닷물을 들어오게 해 시화호를 해수호로 변경시켰다.

결국 4대강도 16개의 보를 만들어 유속을 10배 이상 늦추게 되면 시화호에 버금가는 환경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

4대강 사업은 건설업자 배불리기 사업

답사 마지막날인 30일 김상화 대표, 박재현 교수, 이희선 대표 등과 함께 답사를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답사 마지막날인 30일 김상화 대표, 박재현 교수, 이희선 대표 등과 함께 답사를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 김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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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했듯 보로 인해 낙동강 물을 반드시 썩을 것이다. 가동보를 통해 물을 내려 보낸다고 하지만 박재현 인제대 교수에 의하면 수심이 6m가 되면 3m 이하의 물은 그 위의 물과 달리 차갑고 오염이 많이 된 물이 되며, 가동보로 내려 보내는 물은 이 오염된 물이기 때문에 보를 지날 때마다 물의 오염도는 점점 더 커지게 된다고 한다. 다시 말해 하류로 갈수록 공급받는 물은 썩은 물이라는 것이다.

결국 정부여당이 선전하는 그림에서 보이는 가득찬 강물과 조경이 잘 된 공원과 운동장에 가득찬 물은 썩은 물일 수밖에 없다. 그 썩은 물 위 떠 있는 유람선을 타고 강변의 조경을 감상할 사람들은 누구일까? 공사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강변 조경에 드는 예산은 전체 예산에 5%도 안 된다고 한다. 그럼 썩은 물을 만드는데 95% 이상의 돈을 쓰는 것이다.

이제까지 이야기한 것을 정리해 보면 보가 완성이 되면, 기존의 생태계는 괴멸된다. 다양한 어류는 사라지고 베스 같은 외래 어종만 남게 된다. 깊은 물을 싫어하는 두루미, 왜가리, 백로, 부리가 짧은 작은 새들은 사라지고 오리 종류만 남는다. 강과 그 어귀를 서식 터로 삼고 있는 어류 조류는 모두 사라진다. 아름다운 백사장을 더는 볼 수 없다. 안개로 인해 유역 농민들의 농사에 타격을 주고 건강을 해친다. 강물은 녹조로 덮이고 썩는데 하류로 갈수록 더 썩는다. 따라서 상수원을 옮길 수밖에 없고 4대강 예산은 천정부지로 올라가게 된다.

자! 이런 것이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다. 부산 농민의 말이 지금도 귓전을 때린다.

"4대강 살리기는 건설업자 배불리기 이외 아무 것도 아니다."

나는 이번 답사 기간 중 안동 하회마을에서 주민들의 노력으로 보의 위치를 변경하게 하고 함안에서 수위를 조금이나마 낮추게 한 것, 달성보·함안보·양산의 오니층 발견 등에서 4대강 저지운동의 조그만 희망의 싹을 발견하기도 했다. 이제 이 희망의 싹을 잘 틔워 4대강에서 저 돌관자의 삽질을 멈추게 하는 일에 국민과 함께 노력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김영환(민주당 국회의원, 국토해양위원회, 민주당 4대강저지특위)은 이번 낙동강 답사에 이어 2월 6일에는 한강을 답사해 4대강 죽이기 사업의 현장을 둘러보고, 계속해서 금강, 영산강 등 모든 현장을 둘러볼 예정이다.



태그:#김영환, #돌관자, #4대강, #오니층, #낙동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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