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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역사박물관이 2010년 호랑이해를 맞아 마련한 ‘용맹과 해학의 상징 호랑이(虎)’ 특별전이 3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전주역사박물관이 2010년 호랑이해를 맞아 마련한 ‘용맹과 해학의 상징 호랑이(虎)’ 특별전이 3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 김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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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부잣집 딸이 아버지께 말하기를 "밤마다 자줏빛 옷을 입은 남자가 침실에 와서 관계하고 갑니다"하자, 아버지는 "너는 긴 실을 바늘에 꿰어 그 남자의 옷에 꽂아 두어라"하여, 그 말대로 시행했다. 날이 밝아 그 실이 간 곳을 찾아보니 북쪽 담 밑에 있는 큰 지렁이 허리에 꽂혀 있었다. 이로부터 태기가 있어 사내아이를 낳았는데 나이 15세가 되자 스스로 견훤이라 일컬었다.

처음 견훤이 태어난 뒤 포대기에 싸여있을 때, 아버지는 들에서 밭을 갈고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밥을 가져다주려고 아이를 수풀 아래 놓아뒀다고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범이 와서 젓을 먹여 마을사람들은 이를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이후 아이가 장성하자 몸과 모양이 웅장하고 기이했으며 뜻이 커서 남에게 얽매이지 않고 비범했다.

<삼국유사>에 실려 있는 견훤에 대한 설화다. 견훤은 900년에 전주에 도읍을 정하고 후백제를 건국한 장본인으로, 범의 젖을 먹고 자랐다는 글이 이채롭다. '완산지'에는 태조의 고조부인 목조 이안사와 관련된 설화가 등장하는데, 이곳에도 어김없이 호랑이가 등장한다. 비범한 인물 설화에 호랑이가 곧잘 등장하는 것은 그만큼 우리민족에게 호랑이는 각별한 존재였다는 방증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호랑이 기록은 단군신화다. 곰과 호랑이가 사람이 되고자 환웅에게 빌어 곰은 신의 계율을 지켜 사람이 되었고, 호랑이는 이를 지키지 못해 사람이 되지 못했다는 내용이다.

전주지역에도 호랑이와 관련된 주목되는 기록이 있다. 전주향교와 관련된 것으로, 경기전이 들어서면서 전주향교가 지금의 신흥학교 부근으로 옮겨갔는데, 호랑이로부터 화를 입을까 염려되어 담을 높이 쌓았다는 기록이 조선 초 서거정의 '부학기'에 나온다.

호랑이 문양 담요는 나쁜 기운을 막는다는 의미도 있다. 그래서 결혼식 때 신부가 타던 가마에 호랑이 가죽이나 호랑이 무늬 담요를 덮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찰에서는 산신각을 두고 그 안에 산신도를 모시고 있다. 원래 불교와는 관계없는 우리민족 고유의 신앙으로, 불교의 토착화 과정에서 수용된 것이다. 산신도에서 백발의 노인은 산신이고, 호랑이는 산신의 뜻을 받들어 시행하는 심부름꾼이다.

동물속담 중에서 호랑이와 관련된 것은 464개로 전체의 10%에 이른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지 모른다'나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 등 지금도 일상에서 흔히 사용되는 속담도 많다. 이는 개와 관련된 속담(13%) 다음으로 많은 수치다.

십이지에서 호랑이는 열두띠 중에서 쥐와 소에 이어 3번째며, 시간으로는 오전 3시에서 5시, 달로는 음력 1월을, 방위는 동북동을 나타낸다. 역술적으로 호랑이띠는 만인을 통솔할 수 있는 재능을 타고났으며 출세도 빠르고 위엄도 있다. 그렇지만 성격이 급한 편이다.

사신도는 사방위신을 그린 그림으로, 사방의 별자리를 상징적인 동물상으로 나타낸 것이다. 동쪽은 청룡, 남쪽은 주작, 북쪽은 현무, 그리고 서쪽은 백호가 맡는다.

호랑이는 백수의 왕이라 불릴 만큼 용맹함을 상징했다. 그래서 죽은 자를 지키는 무덤의 수호신, 무관의 흉배, 귀신을 막아주는 벽사의 그림 등에도 자주 등장한다. 이뿐만 아니라 호랑이는 민화, 민담 속에서 익살스럽게 비쳐지기도 한다. 우리민족에게 호랑이는 용맹과 해학의 상징으로 무서우면서도 친근한 존재였던 것이다.

전주역사박물관이 2010년 호랑이해를 맞아 마련한 '용맹과 해학의 상징 호랑이(虎)' 특별전이 3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과거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호랑이에 대한 기록을 체계적으로 정리,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전시다.

우리의 역사, 민속, 문화 등에 내재된 호랑이의 상징성 및 관념 등을 알아보고 민화, 맹호도, 무관의 흉배, 목제 호랑이상 등을 통해 호랑이의 용맹함과 관련 설화도 정리했다. 또한 속담 속에 등장하는 해학의 호랑이 등 다양하게 존재하는 호랑이 관련 유물 및 패널을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관람객을 위한 체험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어 가족 단위 관람객에게도 인기가 좋다.

이동희 전주역사박물관장은 "중국의 상징이 용이라면 우리 민족의 상징은 호랑이었다"며 "예전 선조들이 생각했던 호랑이에 대해 꼼꼼히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3월10일까지 전시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전주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전주역사박물관, #호랑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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