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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펜하겐의 명물 인어공주 동상 앞에 화가 최병수씨가 설치한 얼음 펭귄들. 지구온난화로 인한 생물 다양성의 긴박한 위기를 표현한 것이다.
 코펜하겐의 명물 인어공주 동상 앞에 화가 최병수씨가 설치한 얼음 펭귄들. 지구온난화로 인한 생물 다양성의 긴박한 위기를 표현한 것이다.
ⓒ 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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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는 안데르센 동화의 나라다. 그중에서도 인어공주는 코펜하겐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물이다. 해안의 산책로를 따라 1km쯤 걸어가면 다소곳이 앉아있는 '코펜하겐 최고의 미녀' 인어공주를 만날 수 있다.

동서와 고금을 불문하고 미녀는 늘 뭇사람들의 관심과 이목을 집중시키기 마련인 모양이다. 이 사랑스런 코펜하겐 최고의 미녀는 64년에 머리가 떨어져 나가고, 84년에는 팔이 떨어져 나가고, 심지어 2003년에는 동상이 완전히 파손되어 바다에 던져지기도 했다고 한다. 미인박명이든 미모가 죄(?)라면,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셈이다.

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COP15)가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지금, 이 최고의 미녀는 전 세계에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행동을 촉구하기 위해 온 뭇예술가들의 구애(?)로 인해 '수난'과 '몸살'을 앓고 있다. 연일 코펜하겐의 명물 인어공주를 배경으로 한 퍼포먼스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CO2 STOP!" "MB OUT!"

녹색연합 활동가들이 17일 코펜하겐의 명물 인어공주 동상 앞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4대강 삽질'을 멈추라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MB OUT! 녹색연합 활동가들이 17일 코펜하겐의 명물 인어공주 동상 앞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4대강 삽질'을 멈추라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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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COP15에 참석하기 위해 코펜하겐에 도착한 17일 오후 2시(현지시각)에도 코펜하겐 북동쪽 노르드 톨드보드 항구 근처 바닷가의 인어공주 동상 앞에서 일단의 퍼포먼스가 벌어졌다.

정부 대표들을 압박해 합의와 타결을 이끌어내기 위해 한국에서 NGO공동대응단으로 온 환경재단 기후변화센터(고건 이사장, 최열 대표)와 녹색연합(최승국 사무처장)의 환경운동가와 활동가들은 영하의 날씨 속에서도 "CO2 STOP!"과 "MB OUT!"을 외쳤다.

환경재단의 최열 대표와 최병수 화가, 고철환 교수(왼쪽부터)가 코펜하겐의 명물 인어공주 동상 앞에서 해수면 상승에 취약한 나라를 새긴 나무를 바닷속에 담그고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환경재단의 최열 대표와 최병수 화가, 고철환 교수(왼쪽부터)가 코펜하겐의 명물 인어공주 동상 앞에서 해수면 상승에 취약한 나라를 새긴 나무를 바닷속에 담그고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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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들과 기후변화 연구자 및 예술가 집단 등 48명의 인원이 COP15에 참관한 환경재단에서는 이날 최열 대표와 고철환 교수, 최병수씨 등 3명이 해수면 상승에 취약한 도시들을 차례대로 새긴 십자가를 바다에 담그고 "CO2 STOP!"를 외치면서 "토크쇼만 하지 말고 CO2 감축 행동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최열 대표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아래 참조)에서 "정부 당국자간 협상을 압박하고 타결을 촉진하기 위한 방법으로 예술가들의 감성에 호소하는 것이 효과적이기 때문에 예술가 집단과 함께 퍼포먼스를 기획했다"면서 "CO2를 줄이기 위해 행동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이번 COP15는 정치협상으로만 진행돼 네 팀의 예술가 집단을 초청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화가 임옥상씨는 지난 12일 '기후변화 국제행동의 날'에 각 대륙별로 지구 위기를 나타내는 대형 조형물을 시내에 전시했고, 마임협회 회장인 유진규씨는 13일 5대 CO2배출국 정상과 5대 석유 메이저들이 북극곰을 죽이는 현실을 우화적으로 묘사한 공연을 했고, 광고인 이제석씨는 코끼리(선진국)가 싼 배설물을 참새(개도국)가 어떻게 치울지 몰라 고민하는 모습을 풍자한 작품을 벨라 센터 안에서 공개해 큰 관심을 끌었다.

한국 예술가집단 퍼포먼스, 리우 회의 때도 '인기 짱'

외국에서 온 활동가들이 17일 코펜하겐의 인어공주 동상 앞에서 벌어진 환경재단의 퍼포먼스에 동참해 함께 "스톱 CO2"구호를 외치고 있다. 펭귄은 화가 최병수씨가 설치한 것이다.
▲ CO2에는 국경이 없다 외국에서 온 활동가들이 17일 코펜하겐의 인어공주 동상 앞에서 벌어진 환경재단의 퍼포먼스에 동참해 함께 "스톱 CO2"구호를 외치고 있다. 펭귄은 화가 최병수씨가 설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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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의 마지막 퍼포먼스는 전날(17일) 조각가 최병수씨가 인어공주 동상 앞에 펭귄 얼음 조각을 설치한 것에 이은 연작이다. 최씨는 지난 1992년 리우 지구정상회의(Earth Summit) 당시에도 쓰레기로 싸인 지구를 상징하는 대형 걸개그림을 전시해 리우 회의를 상징하는 공간으로 알려질 만큼 '인기 짱'이었다고 한다.

녹색연합의 이유진-손형진씨가 17일 코펜하겐의 명물 인어공주 동상 앞에서 '기후가 아닌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펼침막을 들고 있다.
 녹색연합의 이유진-손형진씨가 17일 코펜하겐의 명물 인어공주 동상 앞에서 '기후가 아닌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펼침막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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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재단 퍼포먼스의 초점이 지구환경에 맞춰져 있다면, 이번 COP15에 3명의 소수정예 활동가들이 참관한 녹색연합의 퍼포먼스는 한국의 녹색성장이 '그린 워시'(Green Wash)임을 강조하는 데 맞춰졌다. '그린 워시'는 환경 친화적이지 않고 녹색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녹색으로 포장하는 것을 일컫는 말을 뜻한다.

녹색연합의 이유진 기후에너지국장과 손형진 간사 등은 이날 인어공주 동상 앞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요리사 복장을 한 채로 녹색페인트로 칠해진 원자력발전소와 불도저 모형을 들고 있는 퍼포먼스를 연출했다. 한국 정부가 국제사회에 내세우는 '녹색성장'이 실제로는 2022년까지 원자력발전소 12기를 신규로 건설하고 온실가스를 엄청나게 배출하는 '4대강' 토목 공사를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풍자하기 위한 퍼포먼스였다.

이날 퍼포먼스에는 아프리카 가나 등 다른 나라에서 온 환경 활동가들과 언론인들도 한국 NGO의 퍼포먼스에 관심을 보이거나 직접 함께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이명박 대통령 기조연설, 'Taking Action Together'

한편 이날 이명박 대통령은 'Taking Action Together'(함께 행동하자)라는 제목의 기조연설에서 기후변화 문제해결을 위해 '너부터'에서 '나부터'의 정신으로 전환하는 'Me First' 정신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또 온실가스를 '얼마나 줄이느냐' 못지않게 '어떻게 줄이느냐'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선진국과 개도국을 아우르는 글로벌 파트너십 연구소 설립을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오는 2012년 제18차 당사국 총회를 한국에서 유치해 Post-2012 기후체제의 성공적인 출범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이 17일일 오후(현지시각) 코펜하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Taking Action Together'이라는 제목의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17일일 오후(현지시각) 코펜하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Taking Action Together'이라는 제목의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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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최열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8·15 경축사에서 국가비전으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선언했으나 그 이후 CO2 배출량이 전혀 줄지 않았다"면서 "그동안 '고탄소 회색성장'에 앞장서온 사람들이 갑자기 '저탄소 녹색성장'을 얘기하니 국민은 헷갈릴 수밖에 없고 그런 상황에서는 국민의 신뢰와 협조를 구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다음은 현지에서 최열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환경재단은 예술가 집단 네 팀과 함께 왔는데 이들과 결합하게 된 배경은?
"정부 당국자 간 협상을 압박하고 타결을 촉진하기 위한 방법으로 예술가들의 감성에 호소하는 것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1992년 리우 지구정상회의(Earth Summit) 당시 화가 최병수씨가 쓰레기로 싸인 지구를 상징하는 대형 걸개그림을 가져갔는데 당시 그 걸개그림을 걸어놓은 곳이 보름간 리우 회의를 상징하는 장소가 될 만큼 가장 인기가 있었다.

그 이후 1997년 교토 의정서 당시에도 얼음 펭귄을 설치해 펭귄이 사라질 만큼 지구온난화가 심각한데 당국 간 회의만 하는 것을 풍자하고, 서울대 이애주 교수의 춤으로 의정서 타결에 노력을 보탠 적이 있다. 이번 퍼포먼스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환경재단의 최열 대표와 화가 최병수씨가 해수면 상승에 취약한 도시를 새긴 나무에 구호를 적은 판을 달고 있다.
▲ 바다에 잠길 도시들 환경재단의 최열 대표와 화가 최병수씨가 해수면 상승에 취약한 도시를 새긴 나무에 구호를 적은 판을 달고 있다.
ⓒ 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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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COP15에서는 어떤 점에 주안점을 두고 있나.
"CO2를 줄이기 위해 행동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이번 COP15는 정치협상으로만 진행돼 네 팀의 예술가 집단을 초청했다. 우선 임옥상씨는 각 대륙별로 지구 위기를 나타내는 대형 조형물을 전시했고, 마임협회 회장인 유진규씨는 5대 CO2배출국 정상과 5대 석유 메이저들이 북극곰을 죽이는 현실을 우화적으로 묘사한 공연을 했다. 또 젊은 광고인 이제석씨는 육지에서 가장 덩치가 큰 동물인 코끼리(선진국)가 싼 배설물을 참새(개도국)가 어떻게 치울지 몰라 고민하는 모습으로 강대국 책임을 풍자했다. 벨라센터 안에서 단 30초 공개했는데도 전 세계에 퍼지고 있다.

오늘 최병수씨가 한 마지막 퍼포먼스는 어제(17일) 인어공주 동상 앞에 펭귄 얼음 조각을 설치한 것에 이은 연작이다. 원래의 기획 의도는 3m짜리 대형 통나무 의자로 해수면 취약도시들이 바닷물에 잠기는 것을 형상화했으나 현지에서 재료를 구하기 힘들어 나무십자가에 해수면 취약도시들이 바다에 잠기는 것을 표현해 '토크쇼를 중단하고 당장 CO2 감축 행동에 나서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 코펜하겐 총회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우세한데 현지에 와서 보니 어떤가.
"지구온난화를 막는 CO2 감축은 정부 간 협상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지구는 이미 낭떠러지에 서 있는데 사람들은 아직도 시간이 남아있다고 착각하고 있다. 슬로 모션으로 진행되기에 느끼지 못할 뿐이지 낭떠러지에 있다. 지금 인류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서로 책임과 돈을 따질 여지가 없다. 지금은 더 큰 책임이 있는 선진국들이 개도국의 요구를 100% 수용해서라도 일단 지구를 구하고 볼 일이다."

- 처음에는 코펜하겐 총회를 '호펜하겐'으로 기대를 걸었으나 '노펜하겐'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만큼 비판적이다.
"위기의식은 어느 때보다도 팽배해 있다고 본다. 세계 105개국 정상이 코펜하겐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전 세계에서 기자들이 5000명이나 모인 것이 이를 웅변한다. 인류는 위기를 극복해온 지혜가 있기에 극적 타결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다만, 다음으로 결정을 넘기지 말고 '연장전'을 해서라도 이번에 매듭을 짓고, 다음 총회에서는 새로운 전략으로 지구 온난화에 대처해야 한다고 본다."

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열리는 코펜하겐의 벨라 센터. 회의 초반에는 '호펜하겐'이라는 기대를 걸었으나 '노펜하겐'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다.
▲ 호펜하겐이냐 노펜하겐이냐 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열리는 코펜하겐의 벨라 센터. 회의 초반에는 '호펜하겐'이라는 기대를 걸었으나 '노펜하겐'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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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총회에서 한국의 역할은?
"1997년 IMF 외환위기 때문에 한국은 교토의정서에 서명한 38개국(CO2 배출 감축 의무가 있는 선진산업국은 39개국이었으나 미국은 서명을 거부해 빠졌다)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에 한국의 CO2배출량은 1990년 대비 2배가 늘었다. 정부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2020년까지 2005년 배출량 대비 4% 감축'하는 방안을 최종 확정했는데 적어도 두 자리 수는 되어야 한다.

이에 대한 구체적 전략이 필요한데 정부에는 전략이 없다. 준비가 안 돼 있다는 얘기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8·15 경축사에서 국가비전으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선언했으나 그 이후 CO2 배출량이 전혀 줄지 않았다는 데서 알 수 있다.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한 구체적 전략이 없기에 그런 것이다. 이를테면 CO2 배출 책임이 큰 전기, 철강, 교통 등 분야와 기업과 가정 등으로 구체적 목표를 정해서 가야 하는데 그게 없다."

-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 정부가 지구온난화 해결을 위해 연구해온 집단과 사람을 끌어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동안 '고탄소 회색성장'에 앞장서온 사람들이 갑자기 '저탄소 녹색성장'을 얘기하니 국민은 헷갈릴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는 국민의 신뢰와 협조를 구할 수 없다.

그런데도 NGO(비정부단체)의 역할을 무시하고 정부가 직접 나서서 '저탄소 녹색성장'을 광고 홍보하니 코스트(비용)만 많이 들고 국민이 따라가지 않는다. 정부가 NGO의 역할공간을 증대시키지 않으면 국민의 자발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환경재단 기후변화센터 최열 공동대표(왼쪽에서 두번째)가 LG전자 김영기 부사장(맨오른쪽) 등과 함께 코펜하겐의 근교의 해상 윈드 팜(풍력 발전단지)를 둘러보고 있다.
 환경재단 기후변화센터 최열 공동대표(왼쪽에서 두번째)가 LG전자 김영기 부사장(맨오른쪽) 등과 함께 코펜하겐의 근교의 해상 윈드 팜(풍력 발전단지)를 둘러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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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기후변화협약, #코펜하겐, #인어공주, #COP15, #최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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