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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남편이 퇴근을 했다. 남편에게 "오늘(2일) 새 차 왔는데 보러 갈래?" "벌써 나왔어. 진짜 빨리나왔네?" 남편도 새 차를 보더니 "그래 잘했다. 그 차 가지고 나가면 늘 불안했었는데. 새 차 마음에 들어?" "응 아주 마음에 들어" 별 큰 소리 없이 지나가는 남편이 그저 고맙기만 했다. 이번 차는 오토차량이라 남편에게 사용법과 시운전을 부탁했다. 봐줘서 고맙다는 애교차원에서.

 

"진짜 벤츠 타고 다니세요?"

 

20일 전쯤이었다. 지역의 시민기자들과 점심을 먹었다. 점심식사가 끝이 나고 "벤츠타고 갈 사람 빨리 가요"했다. 벤츠란 말에 귀가 번뜩이는 몇 사람이 있었나보다. 그들은 내 차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그중 두 사람이 눈이 커지더니"정말 벤츠다고 다니세요?" 하고 묻는다. 난 웃으면서 "네 벤츠 가지고 다녀요"했다. 그들은 그 시간만큼은 그대로 믿는 듯했다. 웃음도 나고 미안하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나의 벤츠(17년 된 엑셀)에 나와 두 여인이 함께 타게 되었다. 차에서 그 이야기가 생각나서 다시 한 번 크게 웃었다. 얼마나 달렸을까? 갑자기 차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플러그가 또 다 된 거야' 혼자 생각했다. 같이 타고 가던 여인들은 놀라면서 "차가 갑자기 왜 이렇게 흔들려요?" "걱정 마. 플러그가 마모되었나봐" 나도 그렇게 말은 했지만 약간은 긴장이 되었다.

 

그런데 그날따라 경적기도 소리가 났다, 안 났다 하는 것이 아닌가. 그들을 내려주곤 바로 단골 카센터로 가서 5만7000원을 주고 플러그를 갈았다. 경적기는 아직 완전고장이 아니라 그대로 왔다. 그리곤 집으로 갔다. 그때까지만 해도 난 차를 바꿀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마음이 시키네, 아주 강력하게

 

그런데 11월 하순경 운전을 하면서 갑자기 차를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것도 아주 강력하게 마음이 시켰다. 정말 이상했다. 내년이 되면 18년이 되고, 그에 따라 모든 것이 올보다 더 마모가 되고, 지금보다 상태는 더 나빠지겠지. 타이어, 배터리, 교환해주어야 하고, 간간이 플러그 마모되면 그것도 갈아주어야 한다. 그 외에도 노후된 차량이라 생각지도 않던 일이 생길 것은 뻔한 일이었다.

 

그런 차를 계속 타고 다닌다는 것은 위험율이 높은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 그렇다고 내가 그런 상황을 잘 대처할 자신도 없고 능력은 더더욱 없다. 무조건 차를 오래타고 다닌다고 잘 하는 일이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명이 함께 하니 말이다. 그때부터 괜스레 신호에 걸릴 때마다 거리를 누비고 다니는 차를 유심히 보게 되었다.

 

'어떤 차가 괜찮을까?' 하면서. 그때 눈에 들어오는 차종이 있었다. H자동차의 '**떼'였다. '그래 오랜만에 큰 사고 한번 쳐보자. 노후차량세금지원도 나온다는데' 부지런히 집으로 향했다. 그리곤 자동차 대리점을 찾아 통화를 하기 시작했다.

 

얼마 후 남편이 들어왔다. 난 남편에게 내 생각을 대충 이야기 했다. 남편의 반응은 그다지 반대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하긴 차가 너무 오래되어서  위험하긴 해" 하는 정도였다. 아들아이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이틀만에 새 차 나오고 17년 된 정든차는 폐차장으로

 

다음날부터 본격적으로 견적서를 이메일로 받고 자동차영업사원과 통화를 자주하기 시작했다. 남편은 그래도 설마 그렇게 빨리 일을 저지를까?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난 이왕 마음먹은 거 빨리 해결을 하고 싶었다.

 

가만히 있을 때 내가 새 차를 타고 다니는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아졌다. 그런 생각이 들자 하루라도 빨리 새 차를 타고 싶어졌다. 그렇게 11월 마지막 월요일과 12월 첫 주가 시작되었다.

 

11월 마지막 되는 날 난 자동차영업소를 찾아 계약을 하고 말았다. 저녁에 남편에게 계약서를 보여주면서 "나 오늘 차 계약했는데" 하니깐 남편이 "아주 제대로  대형사고 치고 말았네" 하며 조금은 어이없어 하는 표정을 짓는다. "어쨌든 계약을 했으니깐 계약서나 봐줘" 했다. 그리곤 계약하고 2일 만에 새 차가 나온 것이다. 

 

총  5일 안에 생각하고, 견적서 받고, 계약하고 새차가 나온 것이다. 사고 한번 제대로 잘 친 것같다. 사실 나도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동안 밥은 어디로 먹었는지 잠은 어떻게 잤는지 조차 모르게 빨리 지나가고 말았다.

 

그런데 새 차는 그동안 아주 익숙하게 타고 다니던 스틱차량이 아닌 오토차량이다. 영업사원이 새 차를 가지고 와서 설명을 해주고 한번 시동을 걸고 시운전을 해보라고 한다. 시동을 걸고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니 차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액셀레이터는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난 기겁을 했다. 영업사원이 웃는다.

 

어쨌든 그렇게 해서 새 차는 나왔고 17년 동안 가지고 다니던 엑셀차량은 영업사원이 끌고 갔다. 폐차장으로. 영업사원이 끌고 가는 정든 내 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배웅을 했다. 그렇게 그 차를 보내고 말았다. 다음날 영업사원과 통화하면서 엑셀 차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 차 폐차장으로 갔어요?" "아마 지금쯤 찌그러져 있을 거예요." "섭섭하네요." "오래 타셨잖아요." 한다.

 

자동차도 이젠 디지털시대

 

새 차가 나온 날 저녁에 남편과 함께 시운전을 해보고 차량 설명서도 자세히 읽어 보았다.  그다지 크게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다음날, 차를 가지고 나갈 일이 있었다. 중요 주의사항은 크게 써서 운전대 옆에 놓았다.

 

그리곤 드디어 새 차의 운전대를 잡았다. 조금은 긴장된다. 힘을 주지 않아도 차가 스르르 부드럽게 아주 잘 나간다. 가끔은 왼발로 클러치를 밟으려 하지만 헛발질이다. 기어 변속을 하려고 오른손이 변속기 쪽으로 가지만 그 역시 헛손질이다.

 

'아 맞아. 이 차는 클러치 밟기와 기어변속이 필요 없는 오토차량이지.'

 

20분 정도 운전을 하고 나니 절로 웃음이 나온다. '오토는 역시 편하구나. 음~~ 오토는 이런 맛이 있는 거야.' 이번에는 오토차량 구입을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태까지는 자동차만은 아날로그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이제부터는 자동차도 디지털시대라~~

 

오래된 습관이 하루아침에 없어지는 것은 어렵지만 머지않아 새로운 습관에 익숙해질 것이다.  이번 사고는 정말, 진짜  제대로 잘 친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저 사고쳤어요' 응모


태그:#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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