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한가위입니다.
새벽에 눈이 떠졌습니다.
서재로 내려오자
어젯밤의 흔적이 선명합니다.
제주도에서 신혼여행을 오신 김태훈·김수연 2일차 부부와 함께 마시던 와인.
친구와 우의를 나누며 책장을 넘겼던 네 처녀들이 펴둔 잡지.
커피향을 피웠던 커피 밀.
춘천의 김문식 선생님이 불쑥 들러 선물이라며 내려놓고 가신 방패연과 얼레.
지난달 밤새 함께 술을 마시며 마음을 섞었던 인테리어 디자이너 손솔잎 교수님이 모티프원에 다시 오고 싶다며 부러 두고 가신 VICTORINOX의 다용도 스위스칼.
콩이 그려주신 기도하는 여인과 북한산아래에서 무소유의 삶을 사시는 다니엘과 젬마 부부께서 주신 조약돌의 인물상.
송효섭 교수님께서 스페인을 다녀오시면서 열심히 그림 그리라는 격려의 선물 드로잉펜.
지난해 정표로 건네주신 일산 시눌님의 오래된 부채.
세상의 모든 시인들에게 감사하며 대전의 윤성중 선생님 가족이 보내주신 여러권의 시집과 수필집.
그리고 힘겨운 현실을 오히려 행복으로 받아들이며 서울의 직장으로 간 아내의 사진.
지난밤의 황홀했던 기억과 이 모든 사람들의 고마움을 짧지 않은 시간 추억하는 동안 아침 해가 모티프원의 갈댓잎에 닿았습니다.
억새잎에는 레드클라우디의 디자이너 주미정씨가 걸어놓고 가신 축복의 토끼가 걸려있습니다.
그리고 박수진씨가 상큼한 샴푸 향을 머리에 감고 일층으로 내려왔습니다.
서재의 강아지풀을 보자 가을임이 상기되었습니다.
정원으로 나가자 풀잎 위의 이슬이 반겼습니다.
쪽풀꽃이 땅과 친하게 피었습니다.
옆집 청향재 정원의 낙상홍이 아침 햇살 아래 붉고,
좀작살나무가 보라빛 열매를 넘치도록 달았습니다.
화살나무의 단풍이 아침햇살을 만나니 불붙은 연인의 마음입니다.
해모가 밤으로부터 정신을 되찾는 하품을 하고
패트롤중이시던 송제훈 소장님이 손을 내밀어 해모에게 인사를 청합니다.
해모도 하루에도 몇 차례 머리를 쓰다듬어주시던 송 소장님께 귀를 내려 순종을 표하고 발을 들어 애정을 바칩니다.
모티프원의 실내에서는 그동안에 음악회가 열렸습니다.
네 처녀들의 막내 같은 맏이 수진씨가 친구들을 위해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를 연주하고,
신혼부부를 위해 '사랑으로'를 연주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 부부에게 겨울이라도 이불 대신 사랑을 덮고 잘 것을 주문했습니다. 이 수줍은 복지사와 무용가 부부는 진심으로 행복해 했습니다.
이번 한가위! 이 신혼부부처럼 달콤하고,
수진씨가 연주하는 음악처럼 감미롭고,
디저트로 준비한 홍옥처럼 탐스럽고,
힘차게 엄마젖을 빠는 아이처럼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고향!
가슴으로 울고 싶을 때나
사람으로 외롭거나
도시의 골목에서 서러울 때
언제나 어머니의 탯줄처럼
내게 온기와 용기를 전해주던 그 고향을
모두 모두 잘 다녀오세요.
그리고 더욱 행복해지세요.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과
홈페이지 www.motif1.co.kr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