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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년 100산"

거창하고 부담스러운 제목과 주제에 대해 매주 토요일마다 산을 오르면서 정말로
"2년 100산"이 실천하기 쉽지않은 목표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2년 100산의 일행들이 2009년 9월 19일, 셋째 토요일에 어느덧 여덟번째 산행을
남양주시에 위치한 백봉산에서 하게 되었다. 처음에 백봉산이라고 하니까 '그러면
한번에 백봉(100봉우리) 등산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하지만 한자로 확인해 본 결과 예로부터 잣나무가 많아서 '잣봉우리'라는 의미로
'백봉산(柏峰山)'이라고 불렀던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백봉산 잣나무를
많이 볼 수는 없었다. 축령산에서 맡았던 잣향기를 맡아보지 못해 조금 아쉬웠다.

등산로 시작 부분에 철제 울타리가 쳐서 있어서 다른 곳으로 갈 확률이 적었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한산했다.
▲ 남양주시 실내체육관에서 백봉산으로 올라가는 등산로 등산로 시작 부분에 철제 울타리가 쳐서 있어서 다른 곳으로 갈 확률이 적었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한산했다.
ⓒ 강성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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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8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남양주시 실내체육관 앞에서 출발하였다. 이곳 출발지
인근에 홍유릉(고종 황제와 명성황후의 합장릉)이 있다는 말을 일행으로부터 전해
들었다.

명성황후는 1985년(고종 32년) 일본 정부의 사주를 받은 낭인에 의해 경복궁의
옥호루에서 시해 당하고 폐위되어 서인으로 강등되었다가 복호되었다. 1897년(광무1)
명성이라는 시호가 내려졌으며, 숙릉이라는 능호가 내려졌다. 그후 1919년 1월 21일
고종황제께서 덕수궁에서 춘추 67세로 승하하셨을 때 홍릉을 조성하면서 그간 숙릉에
모셔져 있던 명성황후의 릉도 옮겨와 합장으로 예장하였다고 한다.

 14년째 성황리에 공연되고 있고, 명성황후의 기일(10월 8일)에 맞춰 일본의 규슈
남단에 위치한 구마모토(熊本)에서도 뮤지컬 명성황후의 아리아가 울려퍼질 거라고
하는 뉴스가 생각이 난다.(출처 : '뮤지컬 명성황후' 일본 땅 밟는다 - 오마이뉴스)

일본인들 특히 가해자의 후손들이 살고 있다는 구마모토의 관련인들이 잘 감상하고
반성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보며 등산길을 재촉한다.

상당히 많은 나무들에 시들음병 방제를 위한 설치를 해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 참나무 시들음병 2차 방제사업 상당히 많은 나무들에 시들음병 방제를 위한 설치를 해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 강성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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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땀이 채 나지않았는데 시야에 이상한 것들이 들어왔다. 나무의 허리 아래
부분을 초록색으로 감아놓은 것들이 꽤 많았다. 자세히 살펴보니 백봉산의 참나무
상당수가 시들음병에 걸려서 방제작업을 해 놓은 것이라고 한다. 사람도 아프면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고, 또 골절이 되면 기브스를 하곤 하듯 나무들도 병에 걸리면
이렇게 집중 치료를 받는가 보다.

아침부터 따가운 가을 햇살이 내리쬐이는데 다행히 백봉산의 등산로에서는 나무들 덕분에 멋진 무늬의 그늘을 따라 걸어 올라갈 수 있었다.
▲ 뜨거운 햇살을 가려주는 그늘 사이로 오르는 백봉산 등산로 아침부터 따가운 가을 햇살이 내리쬐이는데 다행히 백봉산의 등산로에서는 나무들 덕분에 멋진 무늬의 그늘을 따라 걸어 올라갈 수 있었다.
ⓒ 강성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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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오를 때면 생각을 하게 된다. 함께 하는 일행들과 담소를 나누기도 하지만 마냥
복잡하고 바쁘게 생활하던 도시에서와 다르게 말없이 걷는 시간이 많아진다. 그럴 때
만약 따가운 가을 햇살이 머리 위로 내리쬐인다면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곳 백봉산의 등산로에는 적절하게 그늘이 드리워져 있어서 산행길이 덜
힘들고 그저 즐겁다. 저 나무들이 만들어내는 그림자를 한참 바라보면 무슨 유명한
회화작품이라도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우리가 백봉산 그림자 그림 속을 걸어가는 것이 된다.

누군가 저런 장면을 연출해 놓고 미소지으며 산을 올랐겠다 생각하니까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산을 오르면서도 저런 아이디어를 실행할 수 있다는 것은 쉽지않은 삶의 유희 실천인 것 같다.
▲ 큰 바위를 지탱하고 있는 저 나뭇가지의 위력 누군가 저런 장면을 연출해 놓고 미소지으며 산을 올랐겠다 생각하니까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산을 오르면서도 저런 아이디어를 실행할 수 있다는 것은 쉽지않은 삶의 유희 실천인 것 같다.
ⓒ 강성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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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오르는 사람들은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유머 감각도 풍부해 지는 모양이다.

열심히 땀을 닦아가며 올라가는 길에 대단한 힘을 지닌 나뭇가지를 발견했다. 얼핏
보면 굴러떨어지려는 엄청난 바윗덩어리를 막아놓은 듯 보이지 않을까?

다람쥐들과 청설모들이 좋아하는 도토리 열매들을 요즘 산에서 찾아보기 힘들다고 한다.
▲ 풍성한 가을의 열매, 토실토실 익어가는 도토리 다람쥐들과 청설모들이 좋아하는 도토리 열매들을 요즘 산에서 찾아보기 힘들다고 한다.
ⓒ 강성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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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한겨울 눈보라를 헤치면서 헬기까지 동원해서 동물들의 겨울 식량을 공급
하느라 애쓰는데, 다른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미각을 위해 도토리를 열심히(?) 주워서
가지고 간다. 그 사람들은 도토리묵 등의 음식을 먹지않아도 생명에 지장을 받지
않을 텐데 먹이가 사라진 겨울산에서 다람쥐들은 굶어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 본다.

그 많은 등산객들이 재미로 한 두 개씩만 주워가도 상당한 양의 도토리가 없어질텐데
아예 봉투를 준비하고 가방을 비워가지고 와서 열심히 수거해 간다면 그건 지나친 것
이라는 생각이 든다. 만일 그렇게 열심히 수거하는 것을 그만두지 않는다면 어린이들의
동요 가사가 바뀔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산골짝의 다람쥐 아기 다람쥐 도토리 점심이 없어 소풍도 못간다 ~ "

열심히 올라온 것이 확인되는 순간이다. 날씨가 꽤 따뜻했는데 등산로는 이렇게 그늘져서 덜 힘들었다.
▲ 백봉산 정상 가까이 갔을 때 숲 속에서 내려다 본 산 아래 풍경 열심히 올라온 것이 확인되는 순간이다. 날씨가 꽤 따뜻했는데 등산로는 이렇게 그늘져서 덜 힘들었다.
ⓒ 강성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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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와 노인들도 많이 찾는 백봉산에 위험한 구간이 있었다. 
좀 더 안전한 펜스의 설치가 많이 아쉬웠다.
▲ 사유지 경계선인지 갑자기 나타난 철조망에 위협감을 느꼈다 어린이와 노인들도 많이 찾는 백봉산에 위험한 구간이 있었다. 좀 더 안전한 펜스의 설치가 많이 아쉬웠다.
ⓒ 강성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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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철조망 설치공사를 했겠지만 요즘 어린이들과 학생들,
노인들도 백봉산을 많이 찾아오는데 안전을 생각해서 다른 종류의 펜스로 교체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특히 등산로 폭이 좁은 구간에 이렇게 설치된 철조망은 상행
인파와 하행 일행들이 마주 겹칠 경우에 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을 것 같다.

자연석으로 세워놓은 백봉산 정상 표지석이 작고 아담했다.
▲ 드디어 해발 590m 백봉산 정상이다 자연석으로 세워놓은 백봉산 정상 표지석이 작고 아담했다.
ⓒ 강성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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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백봉산의 정상에 도착했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 서로에게 만족한다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다른 등산동호회 일행들도 서로 기분좋은 인사와 화답을 주고
받았고 보기 좋았다. 우리 '2년 100산' 일행들이 드디어 여덟번째 산행을 했다.

깃봉도 태극기도 말끔해서 더 기분이 좋았다.
▲ 백봉산 정상에서 휘날리는 태극기 깃봉도 태극기도 말끔해서 더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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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해 간 오이와 시원한 얼음물과 간식을 나누어 먹고 다시 하산을 시작했다.

백봉산은 등산로 입구에서부터 정상까지 계속 올라오기만 한 것이 아니라 두세번을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와야 하는 구간이 있어서 산의 높이에 비해 그리 쉽기만 한 산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주말을 맞아 산을 찾은 중·고등학생들이 그 내려가는 구간에서
정상으로 가는 방향이 어느쪽이냐고 묻곤 했을 정도였다.

잠자리도 가을볕을 쬐며 잠시 쉬고 있었다. 
햇살도 잠자리 날개도 전부 찬란한 인생을
투영하고 있는 듯 했다.
▲ 하산길에 만난 잠자리의 휴식 잠자리도 가을볕을 쬐며 잠시 쉬고 있었다. 햇살도 잠자리 날개도 전부 찬란한 인생을 투영하고 있는 듯 했다.
ⓒ 강성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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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길 등산로 옆 마른 나무기둥 위에서 편안하게 쉬고 있는 잠자리는 정말 한가로운
장면 그대로였다.

시골 외갓집의 대청마루 그늘에 누워서 낮잠을 자던 그 순간과 비슷해 보였고 이대로
자연의 한조각이 되는 기분이었다.

털을 깍은 슈나우저를 만났는데 아쉽게 줄을 매고 있지않았다.
▲ 역시 하산길에 만난 강아지 털을 깍은 슈나우저를 만났는데 아쉽게 줄을 매고 있지않았다.
ⓒ 강성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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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만난 강아지가 의외였고 반가웠다. 하지만 애완견에 대한 견해는 다양하다.

강아지의 주인들이야 당연히 가족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개줄을 맨다든지 하는 최소한의 규정은 꼭 지켜야 할 것 같다. 안전
사고의 문제도 예방해야 하고 등산로 아무데나 배변을 하게 된다면 다른 사람들이
불쾌한 결과를 맞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조금 높은 곳에 맺힌채 가을볕을 흠뻑 받으며 토실토실
영글어가는 밤송이들이 정말 보기 좋았다.
▲ 탐스럽게 영글어가는 햇밤송이들 조금 높은 곳에 맺힌채 가을볕을 흠뻑 받으며 토실토실 영글어가는 밤송이들이 정말 보기 좋았다.
ⓒ 강성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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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는 같은 장면도 올라갈 때 보이는 것이 있고, 내려갈 때 눈에 띄는 것이 있나
보다. 이 밤송이들은 하산길에 눈에 크게 들어왔고 기분 좋게 해 주었다. 부디 저
밤송이들이 다 익을 때까지 밤나무에 잘 붙어 있기를 기대해 본다.

하산해서 만난 가을의 또 다른 기쁨이었다.
▲ 막 터지려고 하는 코스모스 꽃망울 하산해서 만난 가을의 또 다른 기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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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적으로 코스모스의 꽃망울이 활짝 피어난 장면을 본 듯 해서 기분이 더 좋았다.
코스모스는 볼 때마다 반가운 생각이 든다.

가을 노래 한자락,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있는 길~ '이 생각났다.

맑은 가을 햇살을 자축이라도 하듯 웃고 있는 코스모스가
백봉산 하산을 축하하는 듯 반가웠다.
▲ 활짝 피어나 환하게 미소짓는 코스모스 맑은 가을 햇살을 자축이라도 하듯 웃고 있는 코스모스가 백봉산 하산을 축하하는 듯 반가웠다.
ⓒ 강성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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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봉산 등산을 마치는 하산길에 환한 미소로 피어있던 코스모스의 환영을 받았다.
2009년의 가을이 무르익고 있었다.

백봉산 등산을 마치면서 몇가지를 생각해 보았다. 백봉산의 등산로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안내판(굵은 사각나무 기둥에 안내 팻말들을 붙여놓은)들을 많이 보았는데 정작
그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는 곳의 위치에 대한 안내가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
아쉬웠다. 안내판이 세워져 있는 곳의 이름을 정하고 각 안내판 마다의 거리도 표기
한다면 좀 더 효과적인 '안내'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가져보았다. 예를 들면
입구 1번 안내판에서 산 정상쪽의 마지막 안내판까지 각각의 이름(예를 들면 '백봉
삼거리', '나무쉼터', '갈림바위' 등)을 지어주고, 또 그 거리까지 정확하게 표기해
준다면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오늘 등산의 아쉬운 점은 산행거리가 너무 길어지고 시간도 오래 걸릴 것 같아 묘적사
방향으로 내려가지 못한 것이었다.

신라 문무왕 때 원효 선사께서 무술 도량으로 창건하였다고 하고, 그 후 세종 때 학열
대사께서 중건하였다고 하는 묘적사를 둘러보는 것은 다음에 다시 백봉산을 찾을 때
반대편 등산로를 택해서 올라가면서 둘러보기로 했다. 그 때 국왕의 직속 비밀요원들이
군사훈련을 했다고 하는 것과 임진왜란 때 유정 대사께서 승군을 훈련했다는 것, 그리고
수령이 200년이나 된다는 보리수 나무를 한번 살펴 보기로 했다.

덧붙이는 글 | 이번에는 남양주시 실내체육관에서 시작하는 백봉산의 등산로 한쪽을 왕복했다. 다음번에 다시 찾을 때에는 묘적사를 거쳐서 올라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 홍유릉을 찾아가서 명성황후를 생각하며 둘어보기로 했다.



태그:#남양주시, #백봉산, #수리봉, #홍유릉, #묘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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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풍광을 지닌 곳들을 다닌 후에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서 비슷한 삶의 느낌을 가지고 여행을 갈만한 곳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그리고 내가 살면서 맞닥뜨리게 되는 사회적 문제점들이나 기분 좋은 풍경들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생각하고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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