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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생애 마지막 순간들'을 기록한 김대중평화센터 홈페이지 초기화면.
▲ 마지막 순간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생애 마지막 순간들'을 기록한 김대중평화센터 홈페이지 초기화면.
ⓒ 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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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하기 3일 전인 7월 10일(금) 동교동 자택 응접실에서 영국의 국영방송 <BBC>와 인터뷰를 가졌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존 서드월쓰(John Sudworth) 서울 특파원과 북핵문제, 햇볕정책,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인상 등을 주제로 대담을 나누었는데, 이것이 그의 마지막 언론 인터뷰였다.

1시간 동안 녹화 대담을 마친 김 전 대통령은 "힘든 회견이었다"고 말했다. 이미 건강이 악화된 그가 힘들게 인터뷰했음을 짐작케 한다. 이 인터뷰 내용은 7월 17일 BBC World의 Asia Today에서 방송되었고, 인터뷰 내용 전문은 사단법인 김대중평화센터 홈페이지(www.kdjpeace.com)에 올려져 있다.

김대중평화센터는 28일 발표한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생애 마지막 순간들'이라는 자료에서 "이 인터뷰가 생전에 김 전 대통령께서 하신 마지막 공식일정이다"고 확인했다.

고인이 이사장이었던 김대중평화센터는 이날 비서실 일정기록, 경호실 근무일지, 담당 비서들과 행사 참석자들의 증언을 종합해 김 전 대통령이 병원에 입원해 서거하기 전 마지막으로 한 일들을 정리해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생애 마지막 순간들' 자료를 발표했다.

퇴임후 6년 6개월간 100여 회 언론 인터뷰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지난 6월 27일 동교동 자택에서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와 가진 인터뷰가 국내언론과 한 마지막 인터뷰로 기록되었다.
▲ 마지막 인터뷰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지난 6월 27일 동교동 자택에서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와 가진 인터뷰가 국내언론과 한 마지막 인터뷰로 기록되었다.
ⓒ 안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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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대통령은 2003년 퇴임 후 6년 6개월 동안 무려 100여 차례나 국내외 언론과 인터뷰를 했는데, 국내 언론과의 마지막 인터뷰는 지난 6월 27일(토) 오전 동교동 사저 응접실에서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기자와 가진 1시간 동안의 인터뷰였다. 비서실은 이날 "이 인터뷰는 국내언론과 가진 마지막 인터뷰였다"고 공식 확인했다.

당시 인터뷰에서 김 전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 서거 때 하지 못했던 추도사를 밝혀 다른 언론에도 인용되었다. 고인은 또 이날 민주주의의 위기, 잃어버린 10년, 정치인의 자세, 행동하는 양심 등에 대해 말했는데 이 인터뷰 내용은 <오마이뉴스>가 펴낸 책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의 서문으로 실렸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 6월 11일(목) 서울 여의도 63빌딩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6.15 남북공동선언 9주년 기념행사'에서 '행동하는 양심이 되자'를 주제로 연설했다. 이것이 그의 생애 마지막 연설이 되었다. 이날 행사는 건강이 좋지 않아 당초에는 참석이 어려웠으나 5차례나 의사들의 진료를 받고 행사 중간에 참석했다고 한다.

그의 마지막 미발표 연설도 북핵 문제 및 한반도 평화에 관한 것이었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 7월 14일(화)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주한유럽연합상공회의소 초청 연설이 예정되었으나 하루 전날 폐렴 증상으로 입원하는 바람에 이루어지지 못했다. 당시 연설문 제목은 '9.19로 돌아가자'였고, 연설문은 완성돼 있었다. 9.19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6자회담에서 합의된 '9.19 공동선언'을 말한다.

마지막 해외여행도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위한 여정

지난 5월 4일부터 8일까지 4박 5일 일정으로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한국의 정치 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차기 국가주석을 승계할 시진핑 국가부주석을 만나 한중 문제, 한반도 동북아 문제, 6자회담 등을 주제로 대화를 나눈 것이 김 전 대통령의 마지막 해외여행이었다.
▲ 마지막 해외여행 지난 5월 4일부터 8일까지 4박 5일 일정으로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한국의 정치 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차기 국가주석을 승계할 시진핑 국가부주석을 만나 한중 문제, 한반도 동북아 문제, 6자회담 등을 주제로 대화를 나눈 것이 김 전 대통령의 마지막 해외여행이었다.
ⓒ 김대중평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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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마지막 해외여행도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을 위한 여정이었다. 그는 지난 5월 4일부터 8일까지 4박 5일 일정으로 중국 베이징을 방문했다.

그는 한국의 정치 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차기 국가주석을 승계할 시진핑 국가부주석을 만나 한중 문제, 한반도 동북아 문제, 6자회담 등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그는 또 베이징대학에서 '북핵해결과 동북아의 미래, 중국에 기대한다'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사회과학원을 방문해 한반도 및 동북아문제 전문가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김 전 대통령은 5월 5일자 미공개 일기에서 당시 시진핑 부주석과의 회담에 대해 "북핵문제(절대 불용), 6자회담 계속, 남북관계 잘 되기를, 미국도 좀더 협력해야 등 많은 문제 의견 일치, 만족스러운 회담이었음"이라고 적었다.

그가 보낸 마지막 서신도 중국 방문 후 시진핑 국가부주석과 탕자쉬엔 전 국무위원에게 환대에 대한 감사와 북핵문제에서 중국의 역할 등을 담은 서신을 보냈다. 이 서신들은 병원 입원 당일날인 7월 13일 친필서명을 받아 주한중국대사관을 통해 각각 전달했다. 탕자쉬엔 전 국무위원은 이번 김 전 대통령 영결식에 중국 정부의 조문 사절단 대표로 방한했다.

마지막 외부 만찬은 지난 5월 18일 저녁 방한한 클린턴 전 대통령과 하얏트호텔 양식당에서 가진 만찬이었다. 당시 만찬에 대해 김 전 대통령은 <마지막 일기>에 이렇게 적었다.

마지막 외부 만찬은 지난 5월 18일 저녁 방한한 클린턴 전 대통령과 하얏트호텔 양식당에서 가진 만찬이었다. 두 사람은 '오랜 친구'처럼 각별한 사이였다. 사진은 김대중도서관에 보관된 클린턴 친필편지.
▲ 마지막 만찬 마지막 외부 만찬은 지난 5월 18일 저녁 방한한 클린턴 전 대통령과 하얏트호텔 양식당에서 가진 만찬이었다. 두 사람은 '오랜 친구'처럼 각별한 사이였다. 사진은 김대중도서관에 보관된 클린턴 친필편지.
ⓒ 김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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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클린턴 전 대통령이 내한한 길에 나를 초청하여 만찬을 같이 했다. 언제나 다정한 친구다. 대북정책 등에 대해서 논의하고 나의 메모를 주었다. 힐러리 국무장관에게 보낼 문서도 포함했다. 우리의 대화는 진지하고 유쾌했다."

김 전 대통령 서거 후인 지난 8월 23일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희호씨에게 위로의 전화를 해 "5월 18일 당시 김 전 대통령께서는 저에게 미국의 정책을 좀 바꿔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씀을 하셨고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만남 이후 클린턴은 북한을 전격 방문해 억류된 여기자들을 데려왔다.

마지막 읽은 책은 만화 <조선왕조실록>... 마지막 국내여행은 고향길 '수구초심'

김 전 대통령은 '책 읽는 즐거움을 위해서라면 감옥에 다시 가야겠다'는 농담을 할 만큼 평생에 걸쳐 애서가이자 독서가였다. 최경환 비서관은 "대통령님께서는 건강이 여의치 않고 눈도 침침해지셨지만 서재나 침실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고 안타까운 마지막 독서의 순간을 전했다.

그가 입원하기 전까지 마지막으로 읽은 책은 <제국의 미래>(에이미수나, 비아북), <오바마 2.0>(김홍국, 나무와 숲), <조선왕조실록>(박시백, 휴머니스트) 3권이었다. 특히 <조선왕조실록>은 대하역사만화로 총 14권 중 4권 '세종-문종실록' 부분을 62페이지까지 읽었다. 4월 4일자 미공개 일기에는 "박시백 화백이 만화로 그린 조선왕조실록을 읽고 있는데 재미있고 참고가 된다"고 적었다.

김 전 대통령은 생전에 지인들과 여러 곳의 요청으로 많은 휘호를 썼다. 주로 '경천애인(敬天愛人)', '사인여천(事人如天)', '실사구시(實事求是)', '行動하는 良心' 등의 글귀를 한자로 썼는데 미국 망명 중에는 휘호전시회를 개최하기도 하고 휘호를 써 넣은 도자기를 만들어 국내외 인사들에게 선물로 사용했다.

마지막으로 쓴 휘호는 4월 24일 하의3도 농민운동기념관에 보낸 휘호다. "하의3도 농민운동기념관"을 한자로 써서 보냈는데, 이 휘호는 지금 하의도 기념관 건물 전면에 새겨져 있다. 고향 주민들이 일제 치하의 수탈에 항의해 벌인 농민운동을 기린 기념관에 보낸 이 휘호가 생애 마지막으로 쓴 휘호다.

수구초심(首丘初心)이었을까? 김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24일(금) 고향 하의도를 14년 만에 방문했다. 그는 하의도에서 선영을 둘러보고, 하의3도 농민운동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하고, 모교인 하의초등학교와 덕봉서당, '큰바위 얼굴' 등을 둘러보았다. 이 고향방문이 생애 마지막 국내여행이었다. 그는 이날 일기장에 이렇게 적었다.

14년만에 고향 하의도를 찾은 김대중 전 대통령 내외가 섬마을 어린이들과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사랑해요"를 외치며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마지막 국내여행 14년만에 고향 하의도를 찾은 김대중 전 대통령 내외가 섬마을 어린이들과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사랑해요"를 외치며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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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만의 고향방문. 선산에 가서 배례. 하의대리 덕봉서원 방문. 하의초등학교 방문, 내가 3년간 배우던 곳이다. 어린이들의 활달하고 기쁨에 찬 태도에 감동했다. 여기저기 도는 동안 부슬비가 와서 매우 걱정했으나 무사히 마쳤다. 하의도민의 환영의 열기가 너무도 대단하였다. 행복한 고향방문이었다."

섬소년이었던 그는 자신의 탯줄을 묻은 고향의 마을 이름(후광리)을 평생의 아호로 쓸 만큼 고향을 사랑했다.




태그:#김대중, #김대중평화센터, #마지막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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