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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학원에서 강의를 듣고 있는 학생들. 빽빽하게 자리가 찼다.
 영어 학원에서 강의를 듣고 있는 학생들. 빽빽하게 자리가 찼다.
ⓒ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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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는 나도 대학 1년 차 휴학생이다. 얼마 전, 올해 휴학생이 사상 최다율을 기록했다는 뉴스가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어찌보면 나도 그 경이적인 최다 기록에 한 몫 한 셈이다. 그 기록처럼 지금 내 주위에는 휴학생들이 많다.

여대를 다니고 있는 내가 갓 대학에 들어왔을 때만해도 휴학은 개인의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는 이상 잠시 학교를 좀 쉬고 싶어서, 혹은 어학연수를 가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는 개념이 강했다. 그래서 나는 휴학이라는 것을 하지 않게 될 줄 알았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직업을 가지기 위해서는 할 것이 많은 것 같아 이대로 졸업을 할 수 없었다. 게다가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졸업자보다는 졸업 예정자를 더 선호한다고 한다. 또 요즘은 전공 공부만 해서 학점을 잘 따는 것만으로 취업은 꿈도 꿀 수 없고 다들 치열하게 하나라도 뭘 더 따려고 노력하는 추세다.

지금 내 나이는 24살, 졸업을 앞두고 있는 취업 적령기라 주위 친구들 대부분이 취업준비생이다. 많은 이들이 인턴이나 자격증 공부, 어학연수 등 다양한 경험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휴학생들은 휴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인턴에 어학연수까지... 바쁘게 움직이는 휴학생들

올해 4학년인 정아무개(24·이화여대)씨는 현재 학교에 휴학계를 내고 인턴을 하고 있다. 그가 졸업을 한 학기 남기고 휴학을 결정한 이유는 인턴 경험이 필요해서다. 그가 취업하고자 하는 분야는 마케팅. 그는 휴학 한 뒤에 이것저것 지원도 많이 해 본 끝에 현재 마케팅 쪽에서 인턴을 하고 있다.

"요즘 주위 사람들을 보면 학점에다 토익, 심지어 부전공도 기본이고 인턴은 한 번씩 다 하는 것 같아요. 우선 인턴이란 것은 그 쪽 일에 경험해 봤다는 증거니까 기업에서 선호하죠. 심지어 어떤 면접에서는 (내가) 다른 건 다 갖췄는데 인턴을 안 해봐서 아쉽다는 소리까지 듣기도 했죠."

'올해 휴학생이 사상 최대라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는 물음에 정씨는 "확실히 졸업을 안 하면 채용에 불리한 점도 있고, 졸업 대신 이수만 하는 경우도 많으니까 졸업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캐나다로 곧 어학연수를 떠날 예정인 심아무개(25·중앙대)씨도 한 학기를 남기고 휴학했다. 어학연수를 결심하게 된 계기는 처음에는 이대로 해 놓은 것도 없이 졸업을 하려니 허무함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졸업 전에 해보고 싶은 것은 다 해봐야겠다고 생각해서 한 학기만을 남겨둔 채 휴학신청을 했다"고 말했다.

지금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하고 있는 이아무개(25·한양대)씨도 심씨와 같은 생각에서 휴학을 했다. 현재 그는 호주에서 틈틈이 일을 하면서 영어를 배우고 있다. 군제대 후 한 학기를 다니다가 워킹홀리데이를 결심하게 되었는데 그도 졸업하면 다시는 해외로 나갈 기회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고.

이씨는 "가뜩이나 재수를 해서 다른 친구들에 비해 1년 뒤쳐진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어차피 원래 군제대 후에도 1년정도 쉬는 사람들도 있지 않나"라며 "그래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좋은 경험하자는 마음에서 휴학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1년여 가량의 워킹홀리데이 기간을 보낸 후 한국에 돌아오면 취직 준비를 할 것이라고 한다.

'휴학'은 시간 버리는 일 아니라 살리는 일

기본적인 스펙인 토익 점수를 조금이라도 더 올리기 위해 많은 취업 준비생들이 매달린다.
▲ 대학의 한 도서관 기본적인 스펙인 토익 점수를 조금이라도 더 올리기 위해 많은 취업 준비생들이 매달린다.
ⓒ 이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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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2년의 시간을 보낸 남학생들의 마음은 더욱 급하다. 군대를 제대한 뒤 보니, 함께 입학한 동기 여학생들은 이미 취업을 하거나 취업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군대를 제대하고 학교로 복귀한 이아무개(24·연세대)씨 마음도 그랬다.

이씨는 "또래들이 취직한 모습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남자들에게 괜히 불이익을 주는 것 같다"며 "하지만 아직 취업 못하고 준비하고 있는 친구들을 보면 무섭기도 하다"고 말했다. 학교로 돌아왔지만, 다시 휴학을 준비하고 있는 그. 이씨는 "우선 휴학기간 동안 영어나 제2회국어 공부를 할 예정"이라며 "전공이 공대지만 요즘은 과를 막론하고 영어는 기본이지 않냐, 등록금도 만만치 않으니 (휴학기간에) 생활비 정도는 벌어두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대부분의 휴학생들인 '휴학기간'을 나를 돌아보고, 내실을 다지는 시기라고 여겼다. 숙명여대에 재학중인 허아무개(24)씨는 인턴과 함께휴학을 했다. 인턴을 2번이나 했고, 간간히 토익 시험도 치렀다. 인턴이 끝난 현재는 증권투자 상담사 시험 공부를 하면서 운전면허 자격증 공부도 병행하고 있다.

심씨는 "나는 휴학이 졸업 전 임시방편이라고 생각 안 한다"며 "그냥 다들 한다고 쫓아가다 보면 뭘 좋아하는 지 모르기 마련인데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을 젊을 때 값지게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터뷰 해본 휴학생들의 대부분은 공통된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그 중 한 가지는 졸업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고, 나머지 한 가지는 학교를 다닐 때보다 더 부지런하게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도대체 무엇이 한창 젊은 대학생에게 불안감을 심어주고 있는 것일까. '대학생'하면 처음 떠오르는 것이 젊음과 도전과 용기다. 하지만 요즘 대학생들은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발버둥만 치고 있는 것 같다. 휴학을 하는 사람들의 개개인의 사정을 다 뜯어 볼 수도 없고, 휴학을 하는 이유도 가지각색일 것이다. 하지만 사상 최다의 취업난이 사상 최대의 휴학생 비율과 연관이 아주 없지는 않다는 생각이 든다.


태그:#휴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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