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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에는 내게 큰 의미가 있는 축구 경기가 많았다. 7월 24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아시아투어의 일환으로 열린 맨유와 서울의 경기, 8월 1일 중요한 K리그 일전인 슈퍼매치 수원과 서울의 경기, 8월 8일 인천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9 조모컵 한일 프로축구 올스타전이었다.

 

7월 24일 경기와 8월 1일 경기가 축구라는 부분만으로 모든 것을 즐겼던 경기라면, 8월 8일 조모컵의 경우 성격이 달랐다. 경기가 열렸던 인천 월드컵경기장이 위치해 있는 인천은 필자에게는 특별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를 처음 들어가 한 차례의 전학을 하긴 했지만 졸업 전까지 그 곳에서 초등학교 시절을 보냈던 곳이었기 때문이다. 비록 졸업생은 아니었어도 졸업앨범에 이름이 명확히 등재되어 있고, 그렇기에 인천은 언제나 나의 가슴속에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8월 8일 오전에 일찍 출발했다. 내가 다녔던 초등학교와 살았던 아파트를 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오래 전부터 가고 싶어했는데 좀처럼 기회가 나지 않았다. 그런데, 마침내 갈 기회가 생겼다. 그곳을 떠난지 약 14년 만에, 초등학생이었던 성인이 되어 그곳을 찾게 된 것이다.

 

길을 찾는 것은 쉽지가 않았다. 부평역에서 겨우 버스를 타고 갔지만 길을 돌아가는 바람에 내려서 새로운 길을 찾아야 했다. 마침내 묻고 물어서 한 바퀴를 돌아 내가 다녔던 초등학교를 찾았다. 바로 인천 부광초등학교였다.

 

학교는 너무나 많이 변해 있었다. 외관도 달라져 있었고 축구 골대도 옮겨져 있었고 학교 풍경도 많이 달라져 있었다. 토요일이라 그런지 교실로 들어가는 문들이 잠겨 들어가보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많은 것이 달라져 있어도 속으로 내가 다니던 때의 교가도 불러보았고 초등학교 시절을 보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많은 기억을 떠올리며 학교 운동장을 한 바퀴 돌고 나서 교문을 나왔다.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 집에서 학교를 걸어서 통학하던 것을 기억하며 초등학교 때 살았던 집으로 향했다. 혹시나 길이 잘못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살짝 길을 묻기는 했다.

 

걸어오면서 느꼈던건 예전에는 차도가 넓었는데 새로운 건물들이 생기면서 좁아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에 익은 아파트들과 건물들을 보며 걸어왔는데 얼마 되지 않아 낯익은 건물이 나왔다. 1, 2, 3, 4 이렇게 동수가 새겨진 아파트였다.

 

나는 내가 살았던 아파트라는 것을 확신했다. 그리고 그 확신은 정확했다. 14년의 세월이 흘러 변했지만 예전의 건물 흔적들이 그대로 남아 있었고 아파트의 구조와 놀이터는 변함이 없었다. 그리고 근처에 있었던 아파트도 똑같았다.

 

내가 살았던 집으로 올라가보았다. 물론 문을 열고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문 앞까지 가보았고 너무나 행복했다. 엘리베이터를 타면서 홀수 짝수층이 구분되었던 것과 엘리베이터가 고장나서 울었던 어린 시절의 기억도 새록새록 떠올랐다. 변한 것이 없었다. 어린 시절의 기억이 그대로 재생되었고 나는 너무나 행복했다.

 

잠깐의 시간이었지만 너무나 큰 행복감을 느끼고 아파트를 나왔다. 아파트를 나와 버스를 타고 향한 곳은 월미도. 월미도를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다. 1시간 이상 걸려 월미도에 도착했고, 놀이기구와 바다 구경을 했다. 바다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날씨는 더웠지만 바다를 보고 바닷바람을 쐬며 더위를 잊었다. 그리고 근처 분수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아이들을 보며 행복감을 느꼈다.

 

잠깐의 시간 동안 많은 것을 느꼈다. 나의 과거를 돌아보았고, 바다를 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 여행이 너무나도 재미있다는 것을 느꼈고 다음에 또 와보고 싶었다. 많은 것을 구경하지 못했지만 느낀 것은 너무나도 많았다. 행복했다.

 

드디어 여행의 본 목적인 2009 조모컵 한일 올스타전을 보기 위해 인천 월드컵경기장을 찾았다. K리그 올스타가 1-4로 패했지만 경기를 즐길 수 있었다. 여행의 재미가 더 컸기 때문이다. 1200명이 넘는 규모로 단체관람을 온 수원의 서포터즈 그랑블루가 준비한 멋진 응원과 더불어 양팀 올스타 선수들의 멋진 플레이, 그리고 소녀시대의 하프타임 공연까지 너무나도 재미있고 즐거웠다. 수원에서 활약해 2009시즌 J리그 교토 상가로 진출한 이정수는 이날 2번째 골을 넣었고 MVP를 수상하며 제너시스를 받았으며, 경기가 끝난 후 K리그 올스타 응원석으로 와서 수원 팬들에게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모든 것을 보고 인천 월드컵경기장을 나와서 화성 집에 도착한 시간이 11시 50분이었다. 10시 40분에 출발해 11시 50분에 집에 온, 13시간10분의 무박 1일 여행은 너무나도 재미있고 즐거웠다. 여름은 덥지만 기분이 즐겁기에 시원하고 행복한 무박 1일 인천 여행이었다. 아쉬운 부분도 많았지만 다음에 채울 것을 기약하며 즐거웠던 여행의 기록을 끝내고자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여름을 시원하게' 에 송고할 기사입니다.


태그:#이 여름을 시원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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