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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목사님 소개로 아내를 만난 지 두 달 보름만에 결혼을 했다. 아내에게 바랐던 혼수품은 딱 한 가지였다. '바리깡'이라는 이발기계와 가위였다. 혼수품으로 이발기계를 바란 이유는 머리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싶은 마음이 없었고, 머리카락 긴 것을 싫어하고 머리숱이 많아 석 달에 두 번 정도 머리카락을 자르기 때문이다. 머리카락 한 번 자르는 데 만 원은 들어가니 적은 돈은 아니었다.

이발기계를 처음 만져 보는 아내에게 머리카락을 맡겼는데 정말 머리가 아니었다. 목사님이 얼마나 꾸중을 하셨는지 모른다. 첫 작품은 완전 실패였다. 결국 미장원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한 번, 두 번 경험이 쌓이니 조금씩 조금씩 나아졌다. 손재주가 있어 그런지 다섯 번 정도 자르니 목사님도 별 말씀을 하지 않으셨다. 아내는 자기가 자른 내 모습을 보면서 기뻐했다. 아내는 나뿐만 아니라 아이들 머리카락까지 자르기 시작했다.

가위로 큰 아이 머리카락을 자르고 있다. 큰 아이 머리카락이 가장 자르기 힘들다고 한다.
 가위로 큰 아이 머리카락을 자르고 있다. 큰 아이 머리카락이 가장 자르기 힘들다고 한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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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깡'이라는 이발기계뿐만 아니라 가위도 잘 다룬다. 큰 아이 머리는 막내동생보다 작다. 작은 주먹만 한다. 머리카락을 자를 때마다 큰 아이 머리카락이 가장 자르기 힘들다고 말한다. 앞뒤로 머리가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인헌이 너 머리카락은 정말 자르기 힘들다. 머리도 주먹만 하고, 앞뒤 짱구니 말이다."
"엄마, 그래도 우리 집에서 내 머리카락이 가장 부드러워요."
"맞다. 아빠 머리카락을 자르면 철사를 자르는 느낌이다."


막둥이 머리카락은 자르기 쉽다. 이발기계로 그냥 밀면 된다. '빡빡이'로 만들어준다. 가위로 자를 필요가 없다. 가위로 자르지 않으니 손쉽게, 빨리 자른다. 그리고 머리도 잘생겼다. 어디 모난 곳이 없다.

아내가 막둥이 머리카락을 이발기로 자르고 있다. 우리집에서 막둥이 머리카락을 자르기가 가장 쉽다.
 아내가 막둥이 머리카락을 이발기로 자르고 있다. 우리집에서 막둥이 머리카락을 자르기가 가장 쉽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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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막둥이 머리처럼 아빠와 형도 생겼으면 엄마가 자르기 편한 것인데."
"엄마 내 머리가 제일 잘 생겼어요?"
"그래 막둥이 머리가 제일 잘 생겼다. 가위로 깎지 않아도 되니까, 엄마가 얼마나 편한지 모르겠다."

"아빠와 형아는 머리가 못생겨 엄마를 힘들게해요. 엄마 앞으로도 내 머리 깎아 줄거예요?"
"당연하지. 우리 막둥이 머리카락을 엄마가 자르지 않으면 자를 사람이 없지."
"엄마손은 '가위손'이예요."
"맞다, 엄마손은 가위손."

12년 이발 경력 작품치고 괜찮다.
 12년 이발 경력 작품치고 괜찮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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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을 다 자르고 사진을 찍었다. 깔끔하다. 나와 아이들 머리카락만 자른 솜씨치고 이제는 손색이 없다. 한 번씩 미장원 개업을 생각해보지만 미장원이 머리카락 자르는 일만 있는 것이 아니니 포기했다.

나와 아이들 머리카락만 자르는 것이 아니라 아내는 자기 머리카락과 딸 아이 머리카락까지 자른다. 1년에 나는 20번 정도, 아이들은 15번 정도 머리카락을 자른다. 한 번 머리카락을 자를 때마다 아이들은 5천 원, 어른은 만원 정도 하니 가위손인 아내 덕분에 1년에 우리집 이발비용 40만 원 정도를 아끼는 것이다.

▲ 엄마는 가위손 이발 12년 경력 아내가 큰 아이와 막둥이 머리카락을 자르고 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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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이발, #가위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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