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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이어 전국공무원노조와 민주공무원노동조합, 법원공무원노조가(이하 공무원노조)가 시국선언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그들의 의사표명에 약속이나 한 것처럼 보수언론 등은 국가공무원법 등을 근거로 들며 시국선언이 무슨 '반 체제적행위'라도 되는 것처럼 흥분하고 있다. 사실 그들이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해가 된다. 지금까지 시국선언의 주체는 교수, 학생, 종교인, 좀 더 정확하게 그들의 표현을 빌려 말하자면 일부 교수, 학생, 종교인들의 행위였지만 '공무원'이라는 신분에서의 시국선언은 그 의미가 또 다르다. 일단 숫자만 13만이다. 도저히 '일부'라는 말로 덮어버릴 수 없는 숫자다.

 

 숫자뿐 아니다. 말로는 시민의 종. 즉 '공복'이지만 사실상 공무원은 국가권력을 집행하는 직접적인 수단이다. 즉, 정부내지는 집권층의 손과 발이 되어야 하고 지금껏 그렇게 충실하게 임무를 수행해 온 집단이다. 그런 공무원집단이 시국선언을 하겠다고 나섰으니 정권을 잡고 있는 세력이나 보수언론 입장에서는 도저히 곱게 넘어갈 수는 없을 것이다. 이것은 그들의 권력의 '기반'과 관계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미 사법적으로, 또한 행정조직 내 자체적으로 다양한 제재 수단이 예고되고 있다.

 

 공무원노조의 시국선언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역시 현행법 상 규정되어 있는 공무원의 복종의무, 정치적 중립 의무와 정치운동, 집단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는 법령과 시국선언 행위간의 충돌이다. 공무원노조의 시국선언에 대해서 비판하고 있는 주된 논리 역시 이러한 법규에서, 정확히는 법규의 해석에서 출발하고 있다. 과연 공무원노조의 시국선언이라는 행위가 현재 보수언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명백한 위반인가. 심지어 공무원의 품위유지 규정까지 들먹일 정도로 그렇게 잘못된 일인가.

 

 대한민국 헌법 제 7조 1항에는 공무원은 국민 전체의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라고 명시되어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공무원이 봉사하고 복종해야 할 대상은 집권당이나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이다. 이것은 대통령에게 공무원이 불복종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대통령의 권력에 대해서 논하자면, 대통령의 권력은 개인이 모여 이룬 집단 즉, 국민에게서 나오고 대통령이 권력을 가지고 있다는 말은 결국 국민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대표성을 말하는 것이다.

 

 결국 대통령의 행정부의 수반으로서의 권력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국민의 동의가 필연적으로 전제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상황, 즉 국민과의 소통이 단절된 상황에서, 또한 대통령의 독선이 지적이 되는 상황에서 대통령과 국민의 의사가 다르다면 공무원은 과연 누구의 의사에 복종해야 하는가. 헌법은 분명히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봉사할 것을 요구한다. 즉 시국선언 행위는 공무원의 복종의무를 위반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시국선언이 현직 대통령에 대한 불복종 선언이 아닌 현재 정부가 추구하는 방향에 대한 이견을 제시하고 있으며 그것이 대통령 권력의 근거인 국민의 여론인 만큼 불복종행위라 볼 여지가 없다.

 

 공무원노조의 시국선언에서 문제되는 또 한 가지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에 관한 것이다. 현재 국가공무원법 제 65조, 제 84조 등은 공무원의 정치운동금지에 관하여 명시하고 있다. 공무원의 정치 중립은 참으로 중요한 것이다. 공무원이 단순히 집권한 정치세력에 따라 그 행정의 처리를 손바닥 뒤집듯 바꾸어 버린다면 행정의 계속성이나 일관성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공무원 노조의 시국선언이 정치적 중립을 훼손한다는 주장은 타당성을 가질 수도 있다. 그만큼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공무원노조의 시국선언이 그 동안의 시국선언의 방향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는 바, 결국 그 내용은 현재 우리사회에서 나타는 퇴행적인 현상들, 즉 민주주의의 후퇴에 대한 우려와 위정자의 독선에 대한 지적, 그리고 서민을 보호하는 정책의 필요성에 대한 내용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 선언의 내용이 정치적으로 좌편향인가? 반체제적인가? 

 

  그렇게 주장하고 있는 보수언론은 민주주의에 대한 확립과 수호를 주장하고 국민의 대표인 대통령의 민의를 거스르는 것을 지적하며, 서민을 보호하자는 주장이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는 행위라 규정하는 것인가. 민주주의의 확립, 수호 그리고 다수의 서민을 위한 정책 등은 정치적인 보수, 진보, 좌편향, 우편향 등과는 하등의 상관이 없는 오히려 건전한 국가를 건설하기 위한 필수선결조건에 가까운 것이다.  이러한 행위를 반국가적 행위로 묘사하는 주체들은 민주주의 후퇴를 원하고 소수를 위한 정책을 찬성하며 지도자의 독단과 독선으로 점철된 국가 운영을 원하는 것인가. 그들이 원하는 것이 그것이 아니라 믿고 싶다.

 

 따라서 시국선언은 정치적인 중립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으며 오히려 민주주의라는 대원칙의 관점에서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단순히 정부의 손과 발이 되어 그것이 어떤 내용이 되었든 시키는 대로만 하는 공무원이 아닌 민주적 공무원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닌가.

 

 공무원노조의 시국선언에서 문제되는 또 한 가지 문제는 국가공무원법 제 33조 3항, 제 66조 1항 등에 규정된 집단행동 금지와 관련된 부분이다. 대법원의 판례는 '집단행동' 이란 '공무'가 아닌 어떤 일을 위하여 직무전념의무를 해태하는 등의 영향을 가져오는 집단적 행위를 말한다, 고 분명히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그렇다면 시국선언이 '공무'가 아닌 일인지 또한 시국선언이 직무전념의무를 해태하는 행위인지를 명백히 해야 한다.

 

 지금 시국선언이 공무원노조의 총파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은 너무도 자명하므로 구태여 설명할 이유가 없다. 시국선언을 한다 해서 국민에게 제공되는 행정서비스가 마비되거나 그 질이 현저히 떨어질 이유가 전혀 없다. 단순한 노조의 '의사표명'이 어떻게 직무해태와 연결될 수 있는가. 또한 민주주의의 확립과 관련된 일은 국민의 기본권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으며 서민의 생존권 역시 '공적으로' 중요하다 못해 필수적이다. 따라서 시국선언 행위가 '공무'에서 벗어난다고 말하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다.

 

 이러한 모든 행위를 차단하고 제재하겠다는 발상은 단순히 '법치'를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법치라는 것을 내세워 공무원의 정치적 판단을 거세하고 오직 집권자가 수족처럼 부리는 로봇으로 만들겠다는 것 외에 달리 해석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공무원이 무조건적으로 규정에 복종한다면 만약 이 땅에 다시 반민주적인 독재정권이 등장했을 때 시민에게 봉사하고 책임을 다해야 할 공무원이 시민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단순한 '공권력'으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이미 그러한 역사를 경험하지 않았는가. 그 어떤 정치적 상황에서도 침묵하고 '공복' 아닌 정권의 파수견으로 공무원을 만드는 것이 과연 올바른 일인가.

 

 보수언론은 공무원노조의 시국선언을 범법행위 및 반체제적 행위로 호도하는 악의적인 행위를 당장 중단해야 하며 행정안전부는 시국선언에 관련된 모든 공무원에게 그 어떤 불이익도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한 행위야 말로 민주주의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다. 공무원 역시 대한민국의 국민이며 대한민국의 국민은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할 권리가 있다. 그것이 현재 공무원법에 근간을 무너뜨릴 정도의 위법이 아닌 만큼 이러한 행위를 제재하겠다는 발상은 그야말로 반민주적이고 위헌적인 발상이다.

 

 지금까지 시국선언의 주요 내용이 민주주의 확립, 수호에 관한 내용이었고 이것은 충분히 다수의 국민에게 중요한 문제이다. 이러한 행위를 정치적으로 보혁갈등으로 몰아가고 공무원노조의 입을 막으려는 것은 여전히 보수언론과 현재 집권층이 전근대적인 반공논리와 그들의 밥그릇만을 챙기기 위한 욕심에서 허우적대고 있으며 그러한 갈등을 조장하고 국가기관을 앞세워 국민을 압박하는 방식만이 그들의 생존방법임을 증명하는 것임을 스스로 선언하는 것이다. 나는 공무원노조의 용기 있는 선택에 박수를 보낸다. 또한 현 정권은 이러한 국민의 소리를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태그:#시국선언,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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