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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난 토요일 모내기를 하려다가 큰 형님이 축사를 소독했던 소독약을 깨끗하게 씻지 못하고 치는 바람에 애써 키웠던 모가 다 말라 죽어 모를 심지 못했습니다. 형님과 동생, 어머미와 나까지 얼마나 애가 탔는지 모릅니다. 동생이 발이 넓어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모를 어렵게 구해 오늘에야 모내기를 했습니다.

우리집은 벼 품종 중 '남평 벼'를 주로 심습니다. 그런데 이곳 저곳에서 얻어와 심어 보니 벼 품종이 네 종류-남평, 동진, 일미, 이름 모르는 신품종-나 되었습니다. 올해 우리 집 밥상에는 다양한 밥이 올라 올 것입니다. 그래도 모를 심을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다 동생 덕입니다. 새벽같이 일어나 모내기를 가니 형님과 동생이 이미 모내기를 다 할 수 있도록 준비가 끝났습니다.

  모내기 하기 전 무논입니다.
 모내기 하기 전 무논입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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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할 일은 모를 이앙기에 실어주는 일입니다. 10년 이상 한 일입니다. 이 일도 참 힘듭니다. 보기보다 어렵지요. 허리를 폈다 굽혔다 해야 합니다. 또 모를 심고 나면 상자가 나옵니다. 상자를 큰 길까지 옮겨야 합니다. 한 번씩 모가 모자라면 뛰어가서 모를 가져와야 합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하는 일입니다.

  동생과 형님이 모내기를 하기 위해 이앙기에 모를 싣고 있습니다.
 동생과 형님이 모내기를 하기 위해 이앙기에 모를 싣고 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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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이앙기를 산지 10년쯤 되었습니다. 그 때는 최신형입니다. 요즘도 어떤 이앙기는 걸어다니면서 심지만 동생은 10년 전에 이앙기에 앉아 운전 하면서 심었습니다. 그 때는 정말 신기했습니다. 모내기를 한 곳과 하지 않은 곳이 전혀 다른 모습입니다.

  모내기 한 논과 하지 않는 논이 전혀 다른 모습입니다.
 모내기 한 논과 하지 않는 논이 전혀 다른 모습입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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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시간이 나면 이앙기가 다 심지 못하는 구석진 곳과 모가 뿌리를 내리지 못해 뜬모가 생긴 곳에 사람 손을 빌어 심습니다. 아무리 이앙기가 있어도 마지막만은 사람 손길입니다. 어릴 적 모내기를 어른들이 못줄을 잡고, 노래를 부르면서 모내기를 하는 모습이 아련히 떠오르지만 이제 시골도 그런 모습을 찾아 보기 힘듭니다.

이앙기로 심어도 마지막에는 사람 손으로 모를 심어야 합니다.
 이앙기로 심어도 마지막에는 사람 손으로 모를 심어야 합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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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석진 곳은 이앙기가 심을 수 없기 때문에 사람 손으로 심어야 합니다.
 구석진 곳은 이앙기가 심을 수 없기 때문에 사람 손으로 심어야 합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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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내기를 끝내고 논을 보니 마음이 뿌듯합니다. 모내기를 한 후 약 150일이 되면 벼베기를 합니다. 150일 동안 동생과 형님이 아침과 저녁으로 보살펴 주어야 합니다. 두 번쯤은 농약을 쳐야 합니다. 2000년에 동생이 오리농법으로 친환경 벼농사를 지었는데 어떤 사람이 오리를 다 훔쳐 가버리는 바람에 상처를 받은 후 오리농법을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농약을 치지 않으려고 많은 노력을 합니다.

  모내기를 다 끝낸 무논입니다.
 모내기를 다 끝낸 무논입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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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내기를 끝낸 논을 보면서 마음이 뿌듯했습니다. 올해도 풍년이 들어 밥 걱정 하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하지만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한국 사람은 밥심으로 산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밥심으로 산다고 하지만 밥을 갈수록 적게 먹습니다. 2007년 한 사람이 쌀을 76.9킬로그램을 먹었다고 합니다. 98년에는 75.8킬로그램, 올해는 74.3킬로그램 정도 먹는다고 하니 해마다 1킬로그램 정도 적게 먹습니다.

쌀 소비량이 줄어든 것이지요. 쌀 소비량이 줄어들면 당연히 재고량이 늘어납니다. 쌀 재고량은 지난해보다 44.8%가 늘어난 76 9천여 톤이 재고로 남아 있습니다. 이 때쯤이면 쌀값이 올라가야 합니다. 하지만 올해는 쌀값이 지난해 15만 5천원에서 14만 5천원으로 떨어졌다고 합니다.

"텔레비전 보니까 쌀 재고량이 많이 늘었다고 하던데."
"많이 늘었지. 밥을 갈수록 적게 먹으니 늘어날 수밖에 없다."

"밥 좀 많이 먹어야겠다."
"이 때쯤이면 쌀값이 올라가야 하는데 오히려 떨어졌다 아이가. 그런데 밥 많이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재고량이 늘어나는 이유가 따로 있다."
"따로 있다고?"
"북한에 쌀을 안 준다 아이가?"
"북한에 쌀 안 주는 것 하고 재고량 늘어나는 것이 무슨 관계인데."
"참 우리나라가 북한 쌀을 줄 때 무슨 쌀을 주겠노. 우리나라 쌀을 안 주나. 그런데 작년부터 올해까지 쌀 한 톨도 안 주니 재고량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아이가."


언론들은 쌀 소비량이 줄어들어 재고량이 늘어나고 쌀값이 떨어진다고 했지만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습니다. 언론이 알면서도 보도를 하지 않는 것인지 모르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재고량이 는 이유 중 하나는 북한에 쌀을 지원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남한 정부가 북한에게 쌀 차관 형식으로 2000년과 2002~2005년, 2007년 연간 30만~50만t 쌀을 지원했습니다.

재고량이 76만여 톤 늘었습니다. 소비량이 줄어든 것을 빼고 해마다 30~50만톤을 지원했던 것처럼 지난해와 올해도 북한에 지원했다면 재고량 때문에 쌀값이 떨어지거나 농사짓는 분들이 걱정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12년 만에 모내기를 했다가 칭찬은커녕 '쇼'였다고 비난만 받았습니다. 오늘 모내기를 하고 나서 재고량이 늘어난 진짜 이유를 알고 나니 제발 '쇼' 하지 말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습니다. 남북 관계 악화가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것만 있는 줄 알았드니 쌀이 남아도는 이유가 된다는 사실을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쌀 재고량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북한에 빨리 쌀을 지원해야 합니다.

▲ 모내기 이앙기로 모내기를 하는 모습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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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모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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