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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아내와 내가 만나 결혼한 지 올해로 벌써 꼭 만 15년이 지났습니다. 학창시절 같은 단과대의 선후배로 만나 생활하다 누구들처럼 이렇다 할 프러포즈도 없이 운명처럼 결혼을 했던 것 같습니다. 가난한 집안의 막내아들인 하늘 같은 선배(나)와 착하고 활동적이며 당차기까지 한 후배(아내)가 만나 사랑을 하게 되었던 것이지요.

 

마치 'TV문학관' 같은 잊지 못할 결혼식을 올렸고, 형님의 낡은 자동차를 빌려 전국을 한 바퀴 돌며 신혼여행을 했었습니다. 피곤하고 힘들었지만, 평생의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을 행복하고 아름다운 아내와의 여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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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수 개월이 지난 후 직장에서 일하고 있던 중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고, 아기를 가졌다는 놀랍고 흥분되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두근거리고, 흥분되었던 시간은 얼마 가지 못했습니다. 병원의 의사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듣게 되었던 것이지요.

 

"아마도 풍진인 듯합니다. 아이가 기형아가 될 수도 있으니 몇 차례 검사 후, 결정을 내려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병원에서 집에 돌아온 후 눈물을 멈추지 않고 큰 소리로 울부짖는 아내를 꼭 감싸 안았습니다. 충격과 슬픔을 이기지 못하는 아내를 안고서 나도 소리 없이 흐느꼈습니다. 우리 부부는 둘이 서로 부둥켜안고서 오랫동안 울었습니다.

 

그런 일이 있은 다음, 또 몇 개월이 지났습니다. 아내는 첫 아이에 대한 아픈 기억 때문인지 틈만 나면 눈물을 흘렸습니다. 우리는 의사의 권고에 따라 충분한 시간을 갖고 다시 아이를 갖기로 하자며 서로 위로했었습니다. 그러던 중 4월 하순 어느 봄날, 회사에서 바쁘게 근무하고 있던 중 아내로부터 뭔가 예감이 이상하게 느껴지는 급한 전화를 한 통 받았습니다.

 

"여보, 나 아이를 가졌대! 근데 말이야, 놀라지마. 호호호 글쎄 쌍둥이래!"

"뭐라고? 싸~ 싸~ 쌍둥이?"

 

나는 아내의 전화를 받고나서 한참 동안 실어증에 걸린 사람처럼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놀라움과 당황스러움, 뭐라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생소한 느낌 속에 멍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빠가 되기 위한 준비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내게 사랑스런 쌍둥이 딸들, 그녀들은 봄날의 예쁜 꽃으로 기적처럼 그렇게 아름답게 찾아왔습니다.

 

나중에 얼마 동안의 시간이 흐른 다음 아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첫 아이가 하늘나라로 간 것을 아시고, 한꺼번에 두 아이를 보내주셨나 봐요."

 

사랑하는 우리 집 쌍둥이 딸들은 4월 23일, 그러니까 '세계 책의 날'이자 대문호 세익스피어의 생일인 바로 그날에 방긋방긋 웃는 얼굴로 내게, 아내에게 어여쁜 봄꽃으로 찾아왔습니다.

 

쌍둥이 딸, 그녀들은 책을 좋아하는 엄마를 닮고, 여행을 좋아하는 아빠를 반씩 닮아 세상에 나왔습니다. 그녀들은 올해 어느새 중학생이 되었습니다. 키와 몸무게도 눈에 띄게 크고 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아빠가 눈앞에 있어도 별로 의식하지 않고 옷을 갈아입고, 샤워를 하고 나와서 겉옷을 걸쳐 입을 때도 아빠의 시선 따윈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여전히 어린애 같으면서도 허물없는 친구 같은 그런 존재들입니다.

 

나는 그녀들과 키득거리며 수다를 떨고, 가끔은 간지럼 태우기 같은 유치한 장난을 하며 놀기도 합니다. 때론 별것 아닌 걸로 서로 삐지기도 하고,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금방 또 낄낄거리기도 합니다. 아내를 포함하여 세 여자에 늘 포위되어 살고 있으면서 비교적 괜찮은 대접을 받고 사는 나는 어떻게 보면 꽤 복 많은 남자입니다.

 

우연히 <오마이뉴스>를 이리저리 살펴보다 별 생각 없이 응모하게 된 쌍둥이 딸들과 아빠의 붕어가 된 엽기표정의 사진이 <나는야 엄지짱>에 선정되었다니 생뚱맞지만, 하여튼 기분 좋은 일입니다. 그녀들과 엽기적인 표정으로 찍은 퍼포먼스 휴대전화 사진 한 장으로 또다시 새로운 추억거리가 만들어졌고, 우리 집 네 식구에게 이색적인 즐거움이 생겼으니 다 쌍둥이 딸들 덕분입니다.

덧붙이는 글 | '<엄지 공모> 우리 가족사진을 공개합니다'에 응모하여 우수상을 받게 되어 작성하게 된 기사입니다.


태그:#엽기적인 가족사진, #쌍둥이 딸, #엄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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