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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경제위기는 아랑곳 않고 천정부지로 오르는 학자금은 여대생들의 삭발투쟁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는 학생 본인뿐만 아니라 서민들의 가계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반값 등록금' 공약을 내건 바 있지만, 아직 감감무소식입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최근 '등록금이 가계에 미치는 영향'을 연재해오고 있습니다. 이어서 '등록금 대책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전국네트워크'와 공동으로 2달여동안 기획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이 기간동안 <오마이뉴스>는 '유명인사들이 말하는 등록금' '나의 등록금 고지서를 보여드립니다' 등 다양한 기획 기사를 내보낼 예정입니다. [편집자말]
한국대학생연합 소속 대학생들이 2일 보라매 공원에서 '등록금 인하와 청년실업 해결을 촉구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한국대학생연합 소속 대학생들이 2일 보라매 공원에서 '등록금 인하와 청년실업 해결을 촉구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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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금 대출로 신용불량자가 된 학생이 1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나 역시 대학을 졸업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학비로 낸 대출금을 분할상환하고 있고 졸업하기 전엔 신용불량자 대열에 설 뻔 했던 적도 있다.

미국산 펄프를 이용해 공장을 운영하던 아버지의 사업도 IMF를 피해갈 수 없었다. 1997년 후반부터 점점 자금난에 허덕이더니, 결국 내가 대학에 입학할 무렵에는 폐업신고 직전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상황이 많이 어려웠지만, 내가 원하는 대학 학과의 합격통지서를 받았을 땐 나보다 부모님이 더 기뻐하셨다. 상황이 그러한지라 부모님과 의논 후에 학자금 대출을 받기로 했고, 은행에서 절차를 밟은 뒤 등록금을 납부했다.

설레는 기분으로 대학에 입학을 했고, 학교 신문사에 들어갔다. 신문사 활동을 하게 되면서 학내 소식을 많이 알 수 있었고 다양한 사람들을 접할 수 있었다. 1학년 겨울방학 졸업 호를 만들면서 학자금 관련 기사를 쓴 적이 있다.

폐업 직전의 아버지 뒤로 하고 대학에 입학하다

학자금 대출 조건에 따라 대학졸업 후 그동안 미뤄뒀던 빚을 갚아야 하는 학생들이 많아 졸업생들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다는 내용이었다. 기사의 제목은 '학사모 쓰고 빚더미에 오르고'로 붙였었다. 무려 8년 전에 썼던 기사인데 점차 빚더미에 오른 대학생이 늘어나 이제는 1만명이 넘는다니 경악할 노릇이다.

이후에도 사정이 여의치 않아 나는 여러 번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 신문사에서 주는 장학금이 있긴 했지만 등록금을 내기에는 부족했고, 아르바이트를 해서야 겨우 등록금을 낼 수 있었다. 신문사 활동으로 아르바이트도 어려웠기 때문에 학자금 대출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아마 지금 학자금 때문에 신용불량자가 된 학생들 대부분은 나처럼 한 번 이상의 대출을 받은 사람일 것이다. 대출 등록금이 점점 늘어나 이자도 갚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는 경우가 있다. 까딱하다 입금해야 할 날짜라도 놓치면 신용불량자가 돼버리고 만다.

대학을 졸업하고 난 후 3년이 지났지만 한 달에 한 번씩 원금과 이자를 포함해 10만원에 달하는 돈이 통장에서 빠져나간다. 졸업 후 직장을 구하지 못했을 때의 10만원은 작은 돈이 아니었다. 물론 지금도 10만원은 나에게 있어서 작은 돈이 아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몇 년이 지난 후에야 많든 적든 안정적으로 벌이를 할 수 있게 됐다. 그 후론 그나마 마음이 편해졌지만, 그것 외에 달라진 것은 없다. 다만, 등록금 대출상환이 끝나는 시점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에 위안을 삼을 뿐이다.

그래도 내가 동생에게 대학에 가라고 하는 이유

전국등록금네트워크와 서울지역대학생연합, 민주노동당 서울시당이 4일 오전 서울 시청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액등록금으로 고통받고 있는 서민들에게 서울시가 나서 학자금 대출이자를 낮춰줄 것을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전국등록금네트워크와 서울지역대학생연합, 민주노동당 서울시당이 4일 오전 서울 시청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액등록금으로 고통받고 있는 서민들에게 서울시가 나서 학자금 대출이자를 낮춰줄 것을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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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검정고시를 치른, 올해 20살이 된 동생과 대학 진학을 두고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대학진학을 권유하자 동생은 별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난 동생에게 재차 권유했다. 나에게 대학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견문을 넓히고 자신의 미래 직업을 결정할 수 있는 통로가 됐기 때문이다.

다행히 동생도 새로운 것에 대해 호기심을 느꼈고 시험을 준비하면서 나름 공부에 대한 흥미를 붙이기 시작했다. 혹시 동생이 등록금 때문에 대학에 안 간다고 한 건 아닐까란 걱정에 '모아둔 돈이 있으니 신경쓰기 말고 잘 고민하라'고 말해뒀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보다 등록금을 먼저 고민하는 동생을 보면서 등록금 때문에 마음 졸였던 내 모습이 겹쳐져 씁쓸했다.

후배들 중에도 내 동생처럼 생각하는 아이들이 많고 학교를 다니면서도 등록금 때문에 극단적인 결정을 하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프다. 치솟는 등록금 때문에 젊은이들의 꿈이 추락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 다만 한 가지만 말해두고 싶다. 아무리 힘든 상황이 오더라도 자신보다 그리고 자신의 꿈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는 걸 명심하라고 말이다.  


태그:#등록금, #학자금, #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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