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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6일) 대전시청 앞에 마련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향소에 다녀왔습니다. 서거 4일째인 오늘에서야 무거운 마음으로 분향소를 찾았습니다.

 

 

 

처음 비보를 접했을 때는 너무나 황당했습니다. 한 나라를 이끌었던 대통령이 자살을 하다니, '이건 말도 안 돼'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사실이라고 TV에서는 연신 속보를 내보내주고 있었습니다. 마침 서울에 볼일이 있어 어안이 벙벙한 채로 서울행 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버스 안 위성 방송에도 온통 그분 소식뿐이었습니다. 이거 거짓말 아니야?

 

서울 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했을 때 터미널 주변에는 온통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실은 호외가 뿌려지고 있었습니다. 여기저기 신문을 손에 쥔 사람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터미널에서 만난 친구에게 물었습니다. 지금 '내가 울어도 되겠냐'고. 친구는 답이 없었습니다. 당혹감에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가슴 속에서부터 올라오는 먹먹함을 주체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루 종일 TV, 신문, 라디오에서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소식과 그분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 보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영욕의 대통령, 최고의 승부사 등 그분의 행보를 일컫는 수사들이 기사를 장식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권위주의를 버리고 민주주의의 진일보하게 했던 그분에게 붙은 서민 대통령이라는 말이었습니다.

 

가난했던 어린시절을 이겨내고 어렵게 공부하고서도 판사가 아닌 민변 변호사의 길을 걸었고, 그분이 맡았던 사건들도 탄압받던 노동자와 서민들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국민들이 "우리처럼 어려운 생활을 아는 분이 세상을 떠나 너무 마음이 아프다"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 일 것입니다. 노 전 대통령의 진솔하며 인간다움이 묻어나는 사진 몇 장이 사람들을 울컥거리게 만드는 것도 그런 그런 이유에서 일 것입니다.

 

 

대전시청 앞 분향소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추모의 글귀를 적은 노란 풍선이 대전 시청을 둘러싸고 있었습니다. 햇볕이 강하게 내리쐬는 오후 2시, 얼어붙은 것 같은 적막감과 고요함 속에서 침통한 표정의 사람들은 저마다 국화를 들고 분향소에서 차례를 기다려 그 분을 애도했습니다.

 

어린아이를 데리고 나온 젊은 엄마부터 60대 할머니까지 먼저 보내게 돼 안타깝다며, 그 곳에서는 편안하시라고 추모의 절을 올렸습니다. 사진 앞에는 담배도 여러 갑 놓여있었습니다. 함께 분향소를 찾은 분이 나즈막이 한마디 했습니다.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다시는 이런 이런 아픔을 겪는 일이 없게 해야겠다고 반성하고 있다"고. "그래서 면목없지만 이렇게 찾아왔다"고. 저도 한마디 했습니다. "남아있는 사람들이 남은 숙제를 해야하겠다고".

 

 

 

분향을 마치고 되돌아 오는 길에 후배 녀석에게 문자가 하나 왔습니다. 봉하마을에 왔다고. 많은 사람들이 슬퍼하고 분노하고 있다고. 비보를 처음 접했을 때 당혹감에 어찌해야 할지 몰랐던 건 나도 모르게 대통령과의 특별한 인연이 있는 것도 아닐 뿐더러, 내가 과연 울 자격이 있는지라는 생각에서였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제 어렴풋이 알 것 같습니다. 소중한 사람을 잃은 것에 대한 슬픔.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을 잃은 것에 대한 슬픔, 안타까움입니다.

 

29일이면 그분의 영결식이 열립니다. 또 다시 시청 광장을 버스로 봉쇄해 그분이 가는 길. 국민들의 애도의 길이 막히는 일이 절대 없기를 바랍니다. 고인께 명복을 빕니다. 

 


태그:#노무현, #분향소, #대전 ,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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