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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영씨 연휴에 뭐해?"
"여행을 가볼까 하는데 아직 못 정했어."

아침에 출근하여 들려오는 직원들의 이야기가 정겹다. 5월 1일 근로자의 날을 시작으로 연휴가 시작된다. 많은 직장인들이 여행을 떠나볼까?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까? 고민을 하고 있다. 연휴에는 고즈넉히 책을 한 권 읽어보면 어떨까? 직장생활이 힘들 때 위안을 얻었던 책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책을 읽으면 사진처럼 웃음이 나오고 마음이 편해진다. 사진은 에코동의 블로그에서 퍼왔다. http://blog.daum.net/ecodong
▲ 책이 응원해 주는 힘 책을 읽으면 사진처럼 웃음이 나오고 마음이 편해진다. 사진은 에코동의 블로그에서 퍼왔다. http://blog.daum.net/ecodong
ⓒ 에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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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4월, 직장생활의 위기


흔히 겪는 직장생활의 어려움을 이야기해보자. 상사와의 갈등, 동료와의 불화, 업무의 어려움 등등 여러가지를 꼽을 수 있겠다. 실업자 100만의 시대라지만 누구나 직장생활을 하며 스트레스를 받고 때때로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나도 그랬다.

나는 직원 6명이 일하는 작은 출판사에서 일하고 있다. 때문에 사장님과 직접적으로 의사 전달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4월 초부터 업무로 배당받은 원고가 어려운 과제로 다가왔다. 일단 나와는 생각이 달랐고,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았다. 이해가 되지 않는 상태로 일을 하려니 머리가 아프고, 마음이 힘들었다. 일에 연관된 사람들을 탓하는 마음이 들었고, 무엇보다 일로서 받아들이지 못하고 감정에 휘둘리는 나에 대하여 습관처럼 자책하기 시작했다.

관점을 바꿔주는 인생의 멘토 법륜스님

결국 일은 쉽사리 진척되지 않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어찌어찌 3주에 걸쳐 억지로 마무리 지었다. 하지만 내 마음이 흡족치 않았다. 역시나 검토하신 사장님도 손을 더 봐야 한다며, 나의 일하는 태도를 지적하셨다. 이야기 끝에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말을 들으며 자존심이 몹시 상했고,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물론 이 일뿐 아니라 여러 해소 되지 않았던 고민들이 함께 묶여 그런 생각들이 나왔을 것이다.

지난 금요일, 사장님께 "일이 나랑 맞지 않는다"고 이야기를 꺼냈다. 사장님께서는 가볍게 "다시 해보라"고 하셨다. 하지만 여전히 마음이 오락가락했다. 그렇게 망설임이 있을 때 떠오르는 분이 있다.

바로 법륜스님이시다. 어렵고 힘들 때 직간접적으로 멘토가 되어주셨던 그 분은 최근 <즉문즉설>로 사람들의 고민을 해결해주신다. 인터넷 서점을 통해 법륜스님의 신간 <행복한 출근길>을 주문하고 받아보았다. 주말 동안 책을 읽으며 내 안의 망설임과 감정적 동요는 점점 가라앉았다. 그리고 관점이 바뀌었다.

"내가 이 직장에 있는 것은 사장님을 위해서가 아니고 나의 이익을 위해서 있다는 걸 먼저 자신이 알아야 합니다. 그러니까 이 직장에 있으면서 사장이 시키는 일을 행한다고 하더라도 사장을 미워할 필요는 없는 겁니다. 

... 중략...

그 입장에서 그것을 이해하면 내가 괴롭지 않습니다. 그것이 옳고 그른 것을 떠나서 그 입장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그러면 그를 미워하거나 원망하는 태도가 아닌 측면에서 그에게 이 문제에 대한 재고를 건의해 볼 수가 있습니다."  - <행복한 출근길> 책 속에서

책을 읽으며 스스로를 돌아보다

이 책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만나는 어려움에 대한 11가지 질문과 그에 대한 법륜스님의 답변으로 구성되어 있다. 질문과 상황은 조금씩 달랐지만 책장을 넘길 때마다 내 이야기로 받아들여졌다. 책을 읽으면서 진짜로 그 일이 문제가 있었는지, 내 생각에 사로잡혀 일을 하기 싫은 마음을 낸 건 아닌지? 내게 질문을 던져보게 된 것이다. 또 내가 누군가를 위해서 일해주고 있다는 착각에 잠시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다.

그렇게 나를 돌아보면서 발견한 것은 '나는 못해'라는 내면의 숨어 있던 작은 목소리였다. 더 잘하고 싶고, 더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못할 것 같은 두려움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랬구나, 두려웠구나.' 있는 그대로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못할 것을 지레 두려워하지 말고, 다시 한 번 해자는 용기가 조금씩 생겼다.

내 자리 오른쪽에는 창이 있다. 비록 옆건물 벽이 보이지만 언제든 햇살을 느낄 수 있는 이 자리가 좋다. 사진을 찍고보니 내 자리가 참 넓고 일하기 좋은 환경이라는 생각이 든다. 매일 아침 싸오는 도시락과 환경을 생각하는 자기컵, 죽었던 화분 이파리를 와인병에 꽂아 응용한 리싸이클링 화병까지 나의 소소한 손길들이 느껴지는 내 책상을 보니 자랑스럽고 기분이 좋아진다.
▲ 회사에서 나의 책상 내 자리 오른쪽에는 창이 있다. 비록 옆건물 벽이 보이지만 언제든 햇살을 느낄 수 있는 이 자리가 좋다. 사진을 찍고보니 내 자리가 참 넓고 일하기 좋은 환경이라는 생각이 든다. 매일 아침 싸오는 도시락과 환경을 생각하는 자기컵, 죽었던 화분 이파리를 와인병에 꽂아 응용한 리싸이클링 화병까지 나의 소소한 손길들이 느껴지는 내 책상을 보니 자랑스럽고 기분이 좋아진다.
ⓒ 권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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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만나는 작은 기적

월요일, 출근해서 그 일을 다시 검토하고 연구해 보았다. 언제 그토록 싫어하던 일이었는가 싶었다. 조금씩 재미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런 것이 일상이 작은 기적이 아닐까? 오늘 아침 출근하는 길에는 콩나물 시루같은 지하철 안에서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빙긋 웃음이 나왔다.

한 시간쯤 일찍 출근하여 리뷰를 정리하고 일을 하고 있으니 지금 이 자리가 천국이라는 생각이 든다. 며칠 있으면 '근로자의 날'이다. 재충전의 시간, 많은 직장인들이 이 책을 읽고 행복한 출근길이 되길 소망해본다.

근로자의 날 함께 읽어볼 만한 구절
모두가 나무를 벨 때 한 그루 나무 심기


잘 해야 한다. 이겨야 한다는 생각 없이 일한다는 것이 무엇인지요?
경쟁하기 싫은 마음에 그 일을 포기하거나 열심히 하지 않게 되는 것은 아닌가요?

오늘날 우리 사회는 끊임없이 경쟁을 붙여서 대가를 뽑아 내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 질활을 얻는 사람도 늘어나고, 그 경쟁이 싫어서 포기하면 낙오자가 되어서 다른 문제를 만들기도 합니다. 즉 스트레스를 받느냐, 아니면 낙오자가 되느냐 이런 식입니다.

하지만 이 두 가지가 아니고도 그것보다 앞서갈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수행입니다.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한곳을 향해 달려 가더라도 그것이 바른 방향이 아니면 가지 않아야 합니다. 이것이 수행의 시작입니다. - 중략

이처럼 경쟁하면서 끝없이 자기 에너지를 소진하지 말고 경쟁하지 않는 길로 가면 됩니다.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이 아니고 경쟁을 안하는 겁니다. 그것을 놓아 버리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그렇게 해서 자기 삶을 온전하게 개척해 나가야 합니다 사람들과 휩쓸려서 뒤따라 다니면 가을 바람에 휘날리는 낙엽처럼 바람이 멈추는 순간 어느 개울에 떨어질지도 모르는 그런 허망한 인생을 살아서는 안됩니다. 그렇게 인생을 살면 결국 후회하게 됩니다.  - 중략

나쁜 담배를 피워서 몸을 해쳤는데 좋은 담배를 피우면 고칠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말입니다. 담배를 끊어야 되는 것이지요. 그렇게 새로운 길을 가시기 바랍니다.


행복한 출근길

법륜스님 지음, 김영사(2009)


태그:#행복한 출근길, #법륜스님, #직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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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람을 만나는 이유는 나를 찾기 위함이고, 내가 글을 쓰는 이유도 나를 만나기 위함이다. 그리고 그런 나에 집착하지 않은 삶을 살고 싶다. "만남도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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