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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패션디자이너 페스티벌 마무리


서울패션위크 F/W 2009의 본 컬렉션 쇼는 이제 모두 끝났다. 대치동 크링복합문화공간에서 열린 '신진문화패션디자이너페스티벌'도 예란지, 윤진선/홍선영 디자이너의 쇼를 끝으로 막이 내렸다. 전체적으로 패션위크의 마지막을 장식한 이 쇼에는 탤런트 허이재도 참석했다.

이렇게 신진디자이너들의 가능성을 느낄 수 있었던 행사, 이 행사의 마무리를 축하하기 위해 '장기하와 얼굴들'이 대치동 크링복합문화회관에서 공연을 했다. 1일 오후 8시에 열린 이 공연의 모습은 어떨까? 과연 그들이 패션쇼의 피날레를 멋지게 장식했을까?

처음 느낀 장기하의 매력, '싸구려 커피'로 음미하다 

'싸구려 커피"를 열창중인 장기하
▲ 북으로 음미하는 남자 장기하 '싸구려 커피"를 열창중인 장기하
ⓒ 조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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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하와 얼굴들'의 본 공연은 쇼가 끝나고 바로 열렸다. 쇼를 관람하고 난 후 별다른 준비없이 음악이 실행됐다. 디자이너의 쇼를 보고 난 관객들로서는 어리둥절한 형태. 그리고 공연이 열리는 장소는 일반 공연시설이 아닌 휴게공간에 설치된 임시 무대에서 열린 것이다.

허겁지겁 시작된 장기하 공연, 패션쇼에 참석한 관객들은 갑작스러운 공연시작에 당황했지만 그의 출연에 대다수가 열광했다. 당황하며, 그리고 서두르며 시작된 장기하의 공연은 나에게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TV와 여러 매체에서 그의 존재를 알았지만, 실제로 음악을 들을 기회는 없었다. 그런데 때마침 순식간에 시작되는 공연을 본 순간, 왜 사람들이 그에게 열광하는지 알게 됐다. 바로 '싸구려 커피' 이 곡 때문이다. 싸구려 커피를 마시며 하루를 보낸다는 이 내용은 서민적이면서도 감미로웠다. 특히 누군가와 이야기하듯이 전달되는 랩은 쇼를 참석한 관객들의 환호를 불러일으켰다. 

관객들과 가까이 할 수 없자 당황, 그러나 미미시스터즈와 환상의 호흡

이 날 '장기하와 얼굴들'의 공연은 그야말로 '난리법석'이었다. 그의 공연에 열중하는 사람들은 많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쇼를 보고 지친 듯 스넥뷔페에 집중했다. 이때문에 사람들이 분산돼 공연이 집중적으로 열리지 못했다.

뒤쪽에서 장기하와 얼굴들의 공연중이다. 그러나 동시에 시식행사도 열려 사람들이 그들의 공연에 집중할 환경이 갖춰지지 않았다
▲ 너무나 분산된 사람들 뒤쪽에서 장기하와 얼굴들의 공연중이다. 그러나 동시에 시식행사도 열려 사람들이 그들의 공연에 집중할 환경이 갖춰지지 않았다
ⓒ 조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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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좌석도 제대로 갖춰지지 못했다. 대치동 크링복합문화공간 2층 라운지는 공연보다는 휴식을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그러므로 공연을 위한 좌석 배치는 찾아볼 수 없다. 그리고 공연을 위한 무대 설치와 좌석 배정, 또 음향까지도 부실했다.

보컬 장기하는 이런 상황에도 관객들과 호흡하고 싶었다.

[동영상] 함께 하고 싶은 장기하, 그러나 실패

▲ 저희는 여기까지 공연할게요, 앞으로 오세요! 관객들의 참여를 독려한 장기하, 그러나 보안요원의 제재 후, 관객에 대한 불만과 당황한 그의 모습이 보였다
ⓒ 조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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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자리가 많이 비었는데, 앞으로 와서 같이 호흡해요!"

이런 그의 제안이 나가자 사람들은 보다 더 가까이 그에게 다가갔다. 그러나 장기하의 이런 제안은 물거품이 됐다. 갑자기 보안요원이 나와 관객들이 앞에 나오는 것을 막았고 심지어 장기하에게 보안과 안전상 관객들이 앞으로 나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당황한 듯 계속 물을 마신 장기하
▲ 이렇게 당황스러울 수가 당황한 듯 계속 물을 마신 장기하
ⓒ 조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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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에게는 관객과의 호흡이 생명. 장기하는 보안요원의 요청에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어쩔 수 없다는 말에 그는 재빨리 다음곡으로 이어갔다. 뭔가 할 말이 준비된 것 같았으나, 보안요원의 한마디에 굴욕당한 모습을 보이고 말았다.

하지만 '장기하와 얼굴들'은 평상시의 모습으로 공연을 선보였다. '달이 차오른다', '별일없이 산다' 등 밴드의 히트곡도 들려줬고 앙코르 요청까지 받았다. 당황과 굴욕 속에 얻은 앙코르, 그는 솔직하게 "너무 피곤하지만 여러분에게 앙코르를 선보이겠다"며 마지막 열정을 보였다. 하지만 패션쇼와 관련된 이번 공연은 장기하에게 패션에 대한 언급을 못하게 만들어버렸다.

"오늘 옷 예쁜 것 많이 보셨나요? 전 뒤에서 무대 준비 때문에 못봤는데."

패션에 대한 언급은 단지 이 하나에만 불과했다. 보안요원으로부터 안전상의 요청을 받은 후 나온 말이다.

피날레 아쉬워, 패션위크 개선점으로.. 

당황한 상황속에서 공연을 한 장기하, 그러나 미미시스터즈와의 호흡은 예전과 같이 당당한 모습이었다
▲ 그래도 공연은 열심히! 당황한 상황속에서 공연을 한 장기하, 그러나 미미시스터즈와의 호흡은 예전과 같이 당당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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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장기하가 만우절에 '굴욕'을 당하면서, 서울패션위크 측의 공연 행사가 치명적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줬다. 엉성한 자리 배열과 공연으로 보기에는 부족한 음향, 너무 과도한 안전 제재 등이 화근이다. 가수 데뷔 최초로 패션쇼 무대에 선 장기하. 주요 언론들도 장기하의 패션쇼 무대 출연에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게 만족스럽지 못했다. 장기하 본인도 본 공연에 실망한 듯 무대 후 바로 자리를 비웠다. 팬들과의 인사는 생략한 것이다. 관객들과의 호흡을 보다 크게 느끼지 못한 아쉬움 때문일 것이다.

패션위크는 이제 2일 '워너비 패션디자이너' 행사만을 남겨두고 있다. 이제 모든 주요 행사가 끝난 셈이다. 이번 신진패션디자이너 페스티벌은 신진디자이너의 가능성을 확실히 열어놨다. 그러나 패션쇼, 전시회, 공연, 이벤트를 접목시킨 트렌디한 복합 문화 행사라는 주최측의 의도와 이날 공연은 달랐다.

'달이 차오른다, 가자'를 부르고 있는 장기하(가운데)
▲ 관객들의 달이 차오를 때까지 '달이 차오른다, 가자'를 부르고 있는 장기하(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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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시스터즈, 무대 뒤에서도 본연의 모습 
우리가 흔히 아는 '미미시스터즈'는 무대에서 아무 말 안하며 선글라스를 낀 채 과묵함을 유지한다. 두명의 여성으로 이뤄진 이들은 무대에서 등장하고 퇴장할 때 서로 꼭 붙는다. 떨어지는 일은 절대로 없다. 과연 무대 뒤에서는 어떨까?

항상 붙어만 다니는 미미시스터즈, 그러나 그녀들은 배고팠다. 무대후에 주최측이 나눠준 스넥을 받고 있는 모습, 개방형 구조라 일반인에게도 무대 뒤 모습이 쉽게 노출됐다
▲ 배고파! 항상 붙어만 다니는 미미시스터즈, 그러나 그녀들은 배고팠다. 무대후에 주최측이 나눠준 스넥을 받고 있는 모습, 개방형 구조라 일반인에게도 무대 뒤 모습이 쉽게 노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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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미미시스터즈 답다. 무대 뒤에서도 손을 잡으며 본연의 모습을 유지했다. 무대 뒤 공간은 1층 로비에서도 환하게 보이는 공간. 이들은 공연를 마치고 간단한 스넥으로 허기를 달랬다. 미미시스터즈들도 배가 고픈 듯 주최측에서 나눠준 스넥을 맛있게 먹고 있었다. 물론 손을 잡으면서 말이다.

스넥을 받을 때만 빼고, 이들은 평상시에도 이렇게 붙어다녔다
▲ 그래도 우리는 하나! 스넥을 받을 때만 빼고, 이들은 평상시에도 이렇게 붙어다녔다
ⓒ 조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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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SBS U포터, 캠퍼스라이프, 네이버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서울패션위크, #장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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