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도 KBS 2TV 개그콘서트에서 김준호, 홍인규, 이상구 3명의 개그맨이 '같기도'란 팀을 만들어서 일상생활 속 모호한 것을 꼬집어 내 재미있게 풀어내면서 인기를 끌었다. 이런 개그 프로그램의 소재가 최근 대중문화 속에서 펼쳐 보이면서 사람들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구체적으로, 최근 인기를 받고 있는 SBS 드라마 아내의 유혹에서 교민역을 맡은 변우민은 노숙자 신세 또는 다소 과장된 연기를 선보이면서 시트콤을 연상케 하였고, MBC 시트콤 '태희혜교지현이'에서는 버라이어티에서 주목을 받은 윤종신, 박미선, 홍지민이 기존의 캐릭터를 그대로 지닌 채 참여하게 되면서 버라이어티 떠올리게 했다.

이런 가운데 공연문화예술계를 보게 되면 문화 장르 간 융합으로 무비컬 또는 펑케스트라 등 새로운 장르가 나오고 이와 동시에 고급문화 또는 순수문화로 인식되었던 오페라, 오케스트라, 현대미술, 국악 등이 타 장르와의 융합을 통해 대중에게 쉽게 다가가고 있다.

이미 지난해부터 뮤지컬계에서는 '댄서의 순정' '내 마음의 풍금' '미녀는 괴로워' 등 영화와 뮤지컬을 결합한 '무비컬'이 인기를 끌었으며 '내 마음의 풍금'의 경우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최우수작품상과 더불어 극본상, 연출상 등을 받으며 무비컬이 단순 붐이 아니라 하나의 장르로 나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예술계에서는 이미 장르 간 융합화가 진행된 지 오래 되었는데 특히 미술계에서는 이런 흐름이 보다 유기적이고 활성화 되었다. 그동안 문학 음악 영화와의 만남에 불과했다면 최근에는 과학과의 만남을 통해 다양한 시도를 추구해 나가고 있다.  

뇌 과학을 미술의 감성을 투영해 메디컬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직업을 가진 장동수 작가 그리고 동식물의 혼합을 통해 하이브리적 상상력을 그림에 표현하는 이희명 작가를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그리고 음악에서도 많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여성 재즈피아니스트 이노경씨는 올해 재즈와 트로트의 만남을 통한 CaTrot 앨범을 발간해 화제를 낳았다. 이밖에 음악을 '전시'하는 한옥미 작곡가는 연주와 퍼포먼스를 통해 음악을 얌전하게 앉아서 조용히 듣는 것이 아닌, 일반적인 음악회와는 전혀 다른 장면을 연출한 가운데 지난 2월 연주회에서는 시조와의 퓨전을 통해 음악을 새롭게 재해석해 냈다.

이밖에 드라마 베토멘 바이러스로 오케스트라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커져가면서 최근 마케팅 및 광고 등 다양한 매체와 접목을 시도하고 있다. 그리고 국악의 경우 대중화를 위해 서양음악과의 융합을 지향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TEXT와의 만남을 가지면서 '해설이 있는 국악 길잡이 공연'으로 보다 쉽게 대중들 앞에 다가가고 있다.   

이같이 점차 문화예술은 장르적 경계가 낮아지고 다른 장르와의 융합을 통해 보다 쉽게 관람객들과의 진정한 소통을 펼쳐나가고 있다. 

어쩌면 '새로움'을 추구하는 문화예술에서 다른 장르와의 결합은 단순 사회 흐름에 따른 것이 아닌 극히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더욱이 디지털 시대 기술과 매체의 발달로 인해 이런 창조와 변화의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그런데 이런 변화 속에서 몇 가지 우려가 되는 것이 있다. 바로 정통성과 정체성의 문제이다. '대중화' 또는 '새로움' 이란 구호 아래 문화예술이 무차별하게 장르 간 융합이 이루어 지고 있는데 이런 장르의 변화 속에서 기존 장르의 보편적인 인식 또는 이해가 전제될 필요가 있다.

근본적으로 기존 장르에 대한 이해도 없이 끊임없이 변화와 창조를 외친다는 것은 뿌리가 약한 문화장르의 경우 그 정체성에 있어 큰 위험이 작용될 염려가 있다. 더욱이 문화예술 가운데 국악 또는 전통춤에는 우리 민족 고유의 정통성이 내재되어 있는데 대중화를 추구하기 위해 서양음악과 융합, 이런 다양한 변화 속에 우리 정통성마저 와해될 우려를 낳을 수도 있다.    

장르와 장르가 충돌하고 융합하는 컨버전스 시대, 이 새로운 트렌드에 맞춰 시청자들 혹은 관객들 역시 다양한 입맛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문화예술인들은 문화 간 벽을 허물고 거기에 새로움을 추구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하지만 앞으로 이런 현상이 단순 트렌드로 머물러지지 않고 계속 나갈 수 있도록 투자 지원되어야 한다. 이런 흐름 가운데 문화인들은 기존 장르가 지닌 고유성에 대해서도 대중들에게 이해시키는데 노력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