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세운상가가 헐린다. 그리고 종로통에 있는 피맛골도 헐린다고 한다. 서울시내 곳곳에서는 뉴타운이란 새로운 동네를 위해 지금의 동네는 없어졌고, 없어지고 있다. 보다 깨끗하고 세련된 것을 위한 희생양이 된 이것들의 공통분모는 전부 '철거'의 대상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철거라는 단어를 보고 듣는가. 사실 철거는 더 나은, 더 좋은 것을 만들기 위해 지금의 것을 허무는 것이다. 그것을 허물어 새로운 건물을 짓든 아니면 그냥 공터로 두든, 철거는 지금보다 더 나은 것을 위한 과정에서 첫 번째로 거쳐야 하는 필수적인 것이다. 즉 철거는 한걸음 나아가기(개발을) 위한 분명한 이유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이유 없이 철거를 한다면 그것은 파괴가 아닌가.

 

그래서인지 철거는 으레 받아들여져야 하며 이것에 거부감을 갖는다는 것은 더 나은 생활을 거부하는 것이고, 때로는 시대에 역행하는 행동으로 보여 지기도 한다. 특히 오늘날 같이 새것(뉴)을 좋아하는 풍토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물론 새것도 좋다. 그러나 새것을 강요하여서는 안 되며, 그 강요를 하기에 앞서 새것에 대한 충분할 설명과 새것을 강제로 수용해야 하는 수용자들을 설득해야 한다. 그리고 화려한 미사어구에 포장된 '새것'이 자칫 불쾌하고 고통을 연상하게하는 '철거'를 동반한다는 사실도 감추어서는 안 된다. 새것은 아무데서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금까지 아끼고 의지해오던 터전 위에 생기는 것이다. 따라서 자칫 새것을 갈망한 그들 스스로 제 발등 찍기가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철거라는 단어를 얼마나 금방 잊는가. 새것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과 기대감에 취해서, 새것에 선행하는 철거를 너무 등한시 한건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 문병희


태그:#철거, #뉴타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정직한 시선과 정직한 사진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