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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지난 주말보다 달러당 45.50원 폭등한 1269.00원으로 거래를 마친 가운데 서울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이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환율 45원 폭등 1269원 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지난 주말보다 달러당 45.50원 폭등한 1269.00원으로 거래를 마친 가운데 서울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이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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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이 미쳤는데 어떻게들 사시나요?"

요새 프랑스 유학생들끼리 서로 주고받는 인사말이다. 올해초 1유로당 1100원에 머물었던 원화가 9월에 들어서면서부터 상승에 상승을 거듭하더니 이번 주 들어서는 하루가 다르게 수치가 올라가면서 월요일인 6일에 1700원, 7일 1800원, 8일은 1900원에까지 도달하는 신기록을 이루고 있다.

하루 일과를 컴퓨터에서 환율 정보를 확인하는 걸로 시작하는 많은 유학생들은 처음에는 수치가 하도 높아서 파운드인 줄로만 알았다. 1유로당 1900원에 해당하는 수치는 작년 10월 말에 비하면 50% 증가한 수치인데, 유학생들 사이에서 농담으로 주고받았던 2000원 도달 가능성이 당장 코 앞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살인적 수준으로 치솟는 환율의 제 1희생자는 유학생이다. 프랑스는 국립대학교일 경우 다행히 학비가 거의 없지만 다달이 내야하는 방세와 차비는 줄일 수가 없는 형편이다. 미국과는 달리 학생들의 아르바이트가 거의 없는 프랑스인지라 부모에게서 돈을 받아쓸 수밖에 없는 학생들은 지금 초 비상이다.

이런 상황에선 당연히 지출을 줄여 최대한 아껴쓰는 방법 밖에는 다른 도리가 없다. 파리에서 음악을 전공하고 있는 배모씨는 줄일 수 있는 건 먹는 것과 문화생활비밖에 없다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평소에 자주 가던 음악회도 줄이고 가능하면 좀 더 싼 좌석표를 구하고 있다. 책도 꼭 필요한 책이 아니면 도서관에서 빌려보고 있고 당분간 여행도 자제하고 있다. 친구들을 만날 때도 밥 시간 피해서 만나거나, 밖에서 만나기보단 집에서 만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서 이 어려운 사태를 극복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또 다른 학생은 집에다 돈 보내달라고 하기 위해 전화해놓고는 차마 말은 못하고 안부만 묻고는 전화를 끊었다. 한국도 경제가 어려운데 계속 돈을 보내달라고 하는게 염치없게 여겨졌기 때문이다.

한 여학생은 내의처럼 입고 다녔던 얇은 검정색 면티의 겨드랑이에 구멍이 커다랗게 난 것을 발견하고는 휴지통에 버리려고 했다가 그냥 천 조각을 기워 입기로 했다. 앞으로 날씨는 추워질텐데 내의처럼 입는 면 티 없이 겨울을 보내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지금 끼니를 걱정해야 할 형편에 의복을 새로 구입할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지난 9월 30일 오전 서울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외환딜러가 분주한 모습으로 거래를 하고 있다.
 지난 9월 30일 오전 서울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외환딜러가 분주한 모습으로 거래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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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딸의 조기 유학을 뒷바라지하고 있는 한 엄마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 셋의 생활비로는 방세를 포함하여 한 달에 적어도 2000유로는 필요하다. 환율이 1500원이었을 경우에는 한국에 혼자 남아서 기러기 아빠 노릇을 하고 있는 남편이 한달에 300만원을 보내면 되었는데 지금은 400만원을 보내야 하는 실정이다. 웬만하면 어디서 일이라도 해서 조금이라도 보태고 싶지만 그것도 쉽지는 않다."

현재 유학생들의 어려운 상황은 이전의 IMF 시절을 방불케 한다. 당시 많은 유학생들이 자금 부족으로 학업도 끝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프랑스를 떠나기도 했는데 그 와중에서 집세와 전화료 등 여러 가지 공과금을 제대로 해결하지 않고 들어간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한국인에게는 다시는 집을 세놓지 않겠다는 주인들이 많아져서 새로 들어온 한국 유학생들에게 많은 피해를 입힌게 사실이다.


태그:#환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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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 자유기고가, 시네아스트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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