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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양도 케이블카 조감도
 비양도 케이블카 조감도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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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정신이 있는가? 비양도에 케이블카라니. 이건 정말 아니다. 비양도가 어떤 곳인가? '제주에 길을 만드는 여자' 서명숙은 이렇게 얘기한다.

비양도! 제주에서 가장 젋은 화산섬… 협재해수욕장에서 바라다보면 아련한 꿈처럼 떠 있던 섬. 탤런트 고현정의 컴백드라마 <봄날>의 촬영지로 더 많이 알려진 섬….

그녀는 이 섬 자체이자 중심에 있는 오름 비양봉 정상에서, 사방에 펼쳐진 에메랄드빛 바다와 아스라이 보이는 한라산을 보면서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23년에 걸친 기자생활을 과감히 그만둘 것을 결심한다. 이후 제주에 아름답고 평화로운 길을 만들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그게 '제주올레'다. 어쩌면 비양도가 '제주올레'를 만든 시발점인 셈이기도 하다.

서명숙은 이곳을 일상의 공간에서 탈출시켜주는 '파라다이스'라고 까지 극찬했다. 그리고 '제주의 올레길' 중 비양도가 가장 아름다운 코스가 될 것이라 힘주어 말한다. 이곳이야말로 '제주올레의 메카'가 될 것이라고 약속한다. 이곳이 제주 걷는 길의 메카가 된다면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 올 것이고 비양도 주민들의 삶도 윤택해 질 것이라 확신한다.

한림항에서 똑딱선으로 15분이면 갈 수 있는 곳. 제주에 속해 있는 유인도 중 유일하게 차가 다니지 않는 곳. 아니 차가 없는 곳. 유일하게 손수레가 주요 이동 수단인 곳. 그러기에 비양도의 미래를 이미 그려놓고 있는 그녀는 두어 시간이면 이 섬을 한바퀴 걸어 돌 수 있지만 '하루쯤 묵어가라'고 권한다.- <제주걷기여행> 139쪽

곶자왈도 모자라 이젠 비양도까지 삼킨다고?

이 작은 섬에 전국에서 아니 전 세계에서 '걷는 이'들이 찾아 올 날이 멀지 않았는데… '동아시아의 걷는 길의 성지'가 될 날도 멀지 않았는데, 이곳에 해상 케이블카가 설치된단다.

반복하지만 이곳은 제주 서부지역 아니 제주도의 여름경관을 대표하는 곳이다. 제주국제공항 국내선 대합실 좌측 끝 10번 탑승게이트(아시아나항공 탑승게이트) 정면 벽에는 '제주의 사계(濟州의 四季)'라는 제목으로 4개의 사진이 걸려 있다. 그 중 여름철을 대표하는 경관으로 협재에서 찍은 비양도 전경이 걸려 있는데 이제 이 사진도 내려야 할 판이다.

<어린왕자>에 나오는 보어뱀과 같은 자태로 각종 CF촬영 단골 로케장소이기도 하며, 많은 사진작가들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최근까지만 해도 비양도를 배경으로 한 CF광고도 볼 수 있었지만, 이 또한 이제 보기 힘들게 됐다.

바로 이런 곳에 해상케이블카를 설치한단다. 이곳에 인근 골프장업체(라온랜드)가 해상케이블카를 설치하려 하고 있다. 자본의 탐욕이 얼마나 무서운가? 제주의 허파인 곶자왈을 훼손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바다와 섬에 까지 그 촉수를 뻗치고 있으니 하는 말이다. 

이들은 사업비 320억원을 들여 제주시 한림읍 협재리와 금릉리 사이 육상과 비양도 해안에 각각 15m 높이의 탑 2개를 세우고, 해상에는 50m 높이의 탑 2개 등 4개의 탑을 설치해 길이 2km에 달하는 관광케이블카를 시설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더 황당한 것은, '친환경적 개발'을 입만 열면 외치고 있는 제주도 당국이 "별 문제 없다"며 사업승인해 주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의 '관광과 지역경제 활성화'가 그 명분이다. 제주관광의 활성화와 지역경제를 생각하는 담당공무원들의 충정을 폄하할 생각은 결코 없지만, 조금만 길게 보면 오히려 비양도와 금릉·협재해안이 갖는 가치를 절단하는 것임을 인식했으면 한다.

케이블카 설치하는 순간 비양도는 죽는다

제주공항에 있는 제주의 사계 사진
 제주공항에 있는 제주의 사계 사진
ⓒ 이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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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언컨데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순간 '비양도는 죽는다'. 아니 비양도 만이 아니다. 협재와 금릉해수욕장도 마찬가지다. 한림서부 지역의 아니 제주도의 대표적인 경관이 사라진다. 이 경관가치는 금전으로 환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비양도 주민들은 물론 협재와 금릉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들, 나아가 제주도민들 전체, 또한 그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소중한 자산이다.

비양도 케이블카는 어쩌면 한라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것보다 더 큰 문제다. 한라산은 그 면적이 비교적 커서 그 해당지역의 행태·경관자원의 파괴가 우려되지만 비양도 케이블카는 협재·금릉 해안과 비양도 전체의 경관에 심각한 위해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유명 국립공원은 대부분 세계자연유산이며 유명 관광지이다. 자본주의의 최첨단을 달리는, "돈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한다는 미국인들"이라는 말이 사실이라면, 케이블카는 대박 관광상품일 텐데, 국립공원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미국의 국립공원청 또한 예산 부족으로 쩔쩔 매면서도 이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

"미국은 자연보호와 경관관리의 수단으로 공공지(public lands)에서는 내무성 산하 '토지관리국(The Bureau of Land Management ; BLM)'의 제도인 시각자원관리(Visual Resource Management ; VLM)를 적용하고 있다. 그 외의 지역에도 경관·조망 보호와 보존을 위해 연방·주·지방자치단체의 조례나 법률을 제정하여 지역지구제를 실시하고 있다." - <자연경관보전·관리를 위한 제도운영 방안 연구> 2004.5, 환경부

이렇듯 미국은 '자연경관 관리'에 있어 엄격하다. 미 국립공원청은 "현 세대 및 미래세대가 즐기고, 배우며 영감을 얻을 수 있도록, 손상되지 않은 자연적 문화적 자원과 국립공원 시스템의 가치를 보존"하는 것을 미션으로 설정하고 있다.

그들의 책무가 "손상되지 않은 자연·문화자원의 '보존'"이기에, 이를 훼손하는 어떠한 인공시설물도 용납하지 않는다. 이 중 보존해야 할 대상은 생태계도 있지만, '경관'도 주요한 대상이다. 그러기에 케이블카 같은 시설의 설치는 꿈도 꾸지 못한다. 야생 자연경관을 파괴하는 흉칙한 철구조물들이 어떤 이유로든 용납되지 않기 때문이다.

애기업개돌 산책로 주변 영화세트장 건설도 문제

공중에서 본 비양도. 좌측에 움푹 패인 곳이 세트장 부지.
▲ 비양도 공중에서 본 비양도. 좌측에 움푹 패인 곳이 세트장 부지.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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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양도는 국립공원이 아니므로 괜찮다고 주장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비양도는 그 경관적인 면으로만 볼 때는 국립공원에 버금가는 가치를 가지고 있다. 더욱이 제주가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다면 우선 순위 후보지로 지정될 곳이 분명하므로 그 보존가치는 더 크다 . 

케이블카뿐만이 아니다. '애기업개돌'이 있는 산책로 주변에 건설된 예정으로 있는 '영화세트장' 계획도 문제다. 제주도 당국은  바로 이곳에 영화세트장과 6층 규모의 호텔 건립을 위한 개발사업 승인과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를 올해 초 내주었다. 영화 제목이 <특종>이라 했던가. 정말 그 발상이 '특종감'이다.

제주도의회 김수남 의원은 지난 9월 16일 지역신문인 <제민일보>에 기고한 글을 통해 이렇게 주장했다.

"2006년 기준 제주자치도의 관광산업은 절대적이고, 경관은 제주자치도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이 때문에 전국에서 최초로 경관영향평가를 운영하였고, 제주도 전역을 대상으로 절·상대보전지역, 지하수·생태계·경관보전등급을 지정하여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2003년도 제주도경관관리기본계획 또한 제주도의 아름다운 해안경관을 보전하기 위하여 해안도로에서 바다쪽으로는 경관보전을 위하여 개발을 억제가 필요하다고 제언하였다. 이를 위해 2005년도에 도의회 동의를 받아 해안도로변을 전부 개발이 불가능한 절대보전지역으로 지정하였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제주자치도는 법령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하여, 비양도 공유수면에 영구 건축물로 들어서는 세트장과 6층 규모의 호텔 건립을 위한 개발사업 승인과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를 하였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제주자치도가 일관되게 견지하던 경관관리의 원칙을 스스로 어겼다.이번 개발사업 승인으로 제주자치도 다수의 주민들을 배신하였으며, 원칙과 일관성을 상신한 행정의 전형을 보였다."

김수남 의원의 얘기는 정곡을 찌르고 있다. 영화세트장 만이 아니라 해상케이블카 계획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분석이다.

제주도는 그동안 여러 가지 대형이슈(영리병원, 해군기지 등)에 가려 이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지 않았다. 도내 시민환경단체들에게 주어져 있는 과도한 하중도 문제여서 그들이 나서주기만을 기다릴 수도 없는 문제다.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할 주체는 '비양도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몫'이라 생각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제주의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비양도와 협재·금릉을 사랑하는 모든 도민,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호소한다. Daum카페 '비사모(비양도를 사람하는 모임)http://cafe.daum.net/bisamoem'



태그:#비양도, #제주올레, #서명숙, #케이블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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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부탄과 코스타리카를 다녀 온 후 행복(국민총행복)과 행복한 나라 공부에 푹 빠져 살고 있는 행복연구가. 현재 사)국민총행복전환포럼 부설 국민총행복정책연구소장(전 상임이사)을 맡고 있으며, 서울시 시민행복위원회 공동위원장, 행복실현지방정부협의회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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