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땡볕더위 시골의 여름나기 어머니 제삿날은 땡볕이 내리쬐는 여름입니다. 어머니가 좋아하는 마당가 봉선화를 영상에 담았습니다. 동화 같은 얘기 구경하세요.
ⓒ 조도춘

관련영상보기


연일 숨통을 꽉꽉 조이는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립니다. 그러나 파란하늘에 떠있는 솜털 같은 뭉게구름은 어른들을 동심의 세계로 이끌어갑니다. 지난 27일은 어머니 기일이었습니다. 10년 전 오늘 같은 더운 여름날 어머니는 홀로 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매미는 왜 그리도 시끄럽게 울었던지.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은 왜 그리도 하얗던지.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오늘 같은 날은 어머니 생각이 더 납니다. 제삿날이 되면 남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다지 없는 것 같습니다. 여자들만 음식장만 하느라 분주하죠.

더위와 싸워가며 고생하는 아내와 처남댁. 뭐 도와 줄일 없나 둘러보았지만 마땅히 도움이 되는 일이 없습니다. 아침에 제사상에 올릴 음식을 사러 시장까지 가는 아내를 데려다주는 것이 고작이었죠. 카메라를 들고 이곳저곳을 둘러보다 마당가에 곱게 피어난 봉선화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어렸을 적 손가락마다 봉선화 꽃잎을 붙였다가 불그스레하게 물이 들어 창피해서 손을 펴지 못한 기억이  납니다.

마당가에 핀 봉선화
▲ 봉선화 마당가에 핀 봉선화
ⓒ 조도춘

관련사진보기


어렸을 적에 '봉숭아'로 더 많이 불렀던 것 같습니다.
▲ 봉선화 어렸을 적에 '봉숭아'로 더 많이 불렀던 것 같습니다.
ⓒ 조도춘

관련사진보기


다소곳이 피어있는 봉선화. 조용하게만 보였던 꽃대에서 연신 바쁘게 돌아다니는 녀석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개미들입니다. 개미는 땀도 나지 않는 모양입니다. 더운 여름날에도 개미는 정말 부지런합니다. 그러나 녀석들이 바삐 다니는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봉선화 꽃대사이에 진딧물이 자리를 잡고 있었던 것입니다. 개미는 부지런히 녀석들을 잡기위해 이곳저곳을 분주하게 다녔던 것입니다. 개미 덕분에 봉선화는 까만 씨앗 주머니를 가득 채울 때까지 무사히 여름을 보낼 것 같습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개미의 바쁜 여름나기를 구경하고 있는데 긴 꼬리 제비나비가 봉선화에 놀러왔습니다. 번질번질 윤기 나는 까만 날개는 제비의 날개와 많이 닮았습니다. 꽃잎을 찾아 들어가는 빠른 몸놀림도 닮은 것 같습니다. 녀석은 몇 끼를 굶는 것처럼 덥석 봉선화에 입을 맞대고는 떨어질 줄 모릅니다.

이때 고양이 한 마리가 어슬렁거리며 나타났습니다. 고양이의 관심은 봉선화에 있는 것은 아닌 듯합니다. 포식자의 몸놀림으로 사뿐사뿐 봉선화 나무 밑을 돌아 임시로 놓아둔 제사준비에서 나온 쓰레기 더미에 눈독을 드립니다.

망중한을 즐기고 있는 제비나비입니다.
▲ 제비나비 망중한을 즐기고 있는 제비나비입니다.
ⓒ 조도춘

관련사진보기


빈 종이만 있는 박스라 금방 알아차리고는 돌아서려는데 봉선화에 망중한을 즐기고 있는 제비나비가 순간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웬 공짜 떡" 고양이 날렵하게 잡으려고 하였지만 나비는 날렵하고 민첩한 비행솜씨로 순간탈출에 성공하였습니다. 역시 제비나비입니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되었습니다. 고양이는 못내 아쉬웠던지 주변을 두리번거렸습니다. 그 모습에 서운함이 역력히 묻어납니다. 나도 가끔은 '로또' 대박을 꿈꾸기도 하지만 꿈은 꿈으로써 좋은 것 같습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모양입니다.

쓰레기 뒤지기부터 시작하여 떨어지는 공짜나비까지 놓친 고양이. 포식자의 위용은 종이 짝처럼 구겨지고 카메라를 의식이라도 하는 듯 슬슬 꽁무니를 빼더니 대문 밖으로 줄행랑을 칩니다. 체면 구겨진 자기의 모습을 의식이라도 하듯 말입니다.  마치 한편의 동화를 보는듯한 기분입니다. 

늘 한결같은 아버지의 마음

민주엄마는 옥수수 따기에 재미있어 합니다.
▲ 옥수수따기 민주엄마는 옥수수 따기에 재미있어 합니다.
ⓒ 조도춘

관련사진보기


대지을 달구던 해는 구름에 가려 서산으로 기우거리고. 제사음식이 어느 정도 준비가 되자 아버지는 그 동안 텃밭에 가꾼 여름채소를 자랑할 모양으로 민주엄마와 함께 텃밭으로 향합니다. 몇이랑 안 되지만 고추며, 가지, 대파, 옥수수가 제법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가끔씩 찾아오는 자식들에게 늘 푸짐하게 챙겨 줄 채소들입니다. 민주엄마는 쏠쏠한 이 재미에 자주 시골을 찾게 되고 아버지는 챙겨주는 재미에 계절마다 새로운 재철 채소 씨앗을 심습니다. 부모의 마음은 자식이 아이였을 때나 어른이 되어도 늘 베풀려고만 합니다.  

한참 매운맛이 더해지고 있는 고추가 주렁주렁 달렸습니다. 어른 키보다 더 큰 옥수수가 밭둑 따라 줄지어서있고 옥수수 열매껍질을 벗기자 튼실한 알맹이에 윤기가 반지르르 납니다.

살아생전 엄마는 옥수수를 모두 내다 팔았습니다. 옥수수는 아침 일찍 삶아 새벽시장에 팔기 때문에 옥수수 따는 날이면 누가 깨우지 않아도 아침 일찍 눈이 떠집니다. 혹 껍질을 벗기다 실수로 잘못 벗겨져 상품가치가 없는 것이나 알이 촘촘하지 않은 못난이만 우리 차지입니다. 형제가 많아 그것도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그 중에 좋은 것을 골라 먹을 수 있었습니다. 못생겨도 달콤 고소한 맛은 지금도 기억이 납니다.

“옥수수는 어떻게 삶아야지 맛이게 삶을 수 있어요.”
“압력솥에다 당분 물을 넣고 잘 섞이게 까불어 압력솥에 푹 삶아 노면 맛있어. 매 삶아야 돼”

아버지는 맛있는 옥수수 삶는 방법을 가르쳐 줍니다. 엄마가 옥수수 삶던 모습을 기억하면서 말입니다. 옛날엔 압력솥이 없었습니다. 장작불을 지피는 검은 가마솥이었죠. 옥수수를 넣고 하얀 김이 펄펄 나면 옥수수가 삶아지는 것이죠. 그리고 뜸을 드려야 하는데 그 뜸을 기다리는 시간을 정말 지루하였습니다. 그래서 옥수수맛이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옥수수는 알맹이도 먹지만 수염도 차로 먹을 수 있다고 합니다.
▲ 옥수수 옥수수는 알맹이도 먹지만 수염도 차로 먹을 수 있다고 합니다.
ⓒ 조도춘

관련사진보기


“옥수수수염이 좋다면서요.”
“옥수수수염을 몰냐서(건조하여) 푹 되레 같고 그 놈을 밥 먹고 나서 한 컵씩 그리 마시면 당뇨에 그리 조타 그래.”

지금은 옥수수수염차가 상품으로 판매가 되고 있지만 아버지는 약이 없었던 시절부터 늘 민간요법으로 옥수수수염을 사용하셨습니다. 동의보감이나 한국본초도감 등 문헌상에 따르면 옥수수수염은 요로결석 및 만성 신우염 개선, 전립선비대증, 배뇨장애, 신장 기능 개선 등 에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아버지는 당뇨에도 좋다고 합니다.

누나는 매미가 좋아?

누나가 잡은 매미에 신기해하는 현서입니다.
▲ 수완이와 현서 누나가 잡은 매미에 신기해하는 현서입니다.
ⓒ 조도춘

관련사진보기


고추매미는 아침부터 시끄럽습니다. 한 마리가 울면 덩달아 함께 합창을 합니다. 꼭 개구쟁이들이 장난을 치는 것 같습니다. 우는 매미는 수컷매미라고 합니다. 암컷매미를 유혹하기 위하여 더운 여름날을 노래를 부른다고 합니다. 지상에서 열흘 남짓 살기위하여 10년을 땅속에 있었으니 애타는 매미의 마음이야 오죽하겠습니까. 하루 종일 울어대는 그 마음도 이해할만 합니다.

이런 사정을 잘 알이 없는 이이들은 곤충채집망으로 참매미를 잡았습니다. “맴맴~” 매미는 비명을 질러보지만 언어소통이 될 리 만무합니다. 현서(6)는 누나가 잡은 매미를 한번 만져 보고픈 마음은 있지만 섣불리 다가서지 못하고 “누나는 매미가 좋아. 누나는 매미가 좋아”하면서 누나 곁으로 다가가다 얼굴을 가까이 들이민 매미에 비명을 지르며 도망갑니다.     

덧붙이는 글 | u포터에 송고했습니다.



태그:#옥수수, #매미, #아버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