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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교실' 담당 교사가 몽둥이로 학생을 때리고 있다. 학교장은 학생 구타와 관련해서 “아이들 때리는 거 못하게 하고 있고, 아이들을 때린다는 보고는 못 들었다”며 사실상 학생 구타를 부인했다.
▲ 푸른교실 '푸른교실' 담당 교사가 몽둥이로 학생을 때리고 있다. 학교장은 학생 구타와 관련해서 “아이들 때리는 거 못하게 하고 있고, 아이들을 때린다는 보고는 못 들었다”며 사실상 학생 구타를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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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평택의 한 사립 고등학교에서 실시중인 학생지도 프로그램이 인권침해 논란을 낳고 있다. '학생지도'라는 미명 하에 교사들의 과도한 체벌이 이뤄지는 것은 물론, 학생들의 사생활과 인권이 침해받고 있다며 학교를 자퇴했거나 자퇴를 고민하는 학생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택 ㅇ고는 지난 2007년부터 '푸른교실-녹색교실'이라는 이름의 학생지도 프로그램을 '특색사업'으로 운영해 오고 있다.

'푸른교실-녹색교실'의 실상은 '단체기합'

그러나 푸른교실(아래 푸교)'은 아침 교문지도와 교내지도 등에서 적발되면 방과 후에 받게 되는 이른바 '단체 기합'에 다름 아니라는 지적이다. 지각, 명찰, 티셔츠, 매니큐어, 가방, 머리끈, 목걸이, 학생증, 양말 등의 '불량'을 이유로 적발된 학생들에게 가해지는 체벌이라는 것. (아래 상자기사 참조).

푸른교실에 적발된 남녀 학생들이 어깨를 겯고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하는 체벌을 받고 있다.
▲ 푸른교실 푸른교실에 적발된 남녀 학생들이 어깨를 겯고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하는 체벌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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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에 따르면, 매일 오후 6시 40분부터 8시까지 1단계로 학생부 담당 교사가 학생들을 운동장에 모아놓고 운동장 구보하기, 오리걸음걷기, 팔 벌려 뛰기 등의 단체 기합을 실시한다.

'푸교'에는 전 학년에 걸쳐 하루 평균 보통 40~100여 명 안팎의 남녀 학생들이 입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 1100여명의 학생 중 10% 남짓이다. 기자가 현장 취재를 간 날도 100여 명의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오리걸음과 구보를 하고 있었고, 일부 학생들은 지도 교사에게 몽둥이로 맞고 있었다. '푸교' 대상인 학생이 건강 등을 이유로 "못 하겠다"고 하거나 불참하면 이는 대부분 매질로 이어진다.

학교 측이 교육계획서를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푸교'는 4회당 1번으로 계산되는데, 이게 3번째 쌓이면 해당 학생은 푸교와 함께 2단계로 '녹색교실(아래 녹교)'까지 받아야 한다. 그러나 학생들은 녹교가 일정한 기준 없이 교사들의 임의대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녹교'는 '푸교'가 끝난 8시부터 밤 10시까지 계속된다.

'녹교'에서는 학생들을 모아놓고 연습장이나 공책을 빽빽하게 채우는 일명 '깜지'를 쓰게 한다. 내용은 상관없으나 일정 분량만큼 써 내지 않으면 귀가시키지 않는다는 것이 학생들의 주장이다.

이 과정에서 돈이 없거나 하는 일부 학생들은 저녁 식사도 굶은 채 10시까지 '녹교'를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집이 먼 학생들은 귀가하는 데에도 곤란을 겪고 있었다. '푸교'와 '녹교'를 담당하는 교사들이 시간외 근무수당을 꼬박꼬박 챙기고 있는 것과는 대조되는 부분이다.

▲ 푸른교실 단체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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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견디겠다" 2명 자퇴 ... 생리통 호소 여학생에겐 "확인 받아오라"

'푸교'와 '녹교'가 처음 시행된 작년(2007)에는 두 명의 학생이 이를 견디지 못하고 학교를 자퇴했다.

"대외적 이미지 홍보에만 집착하는 학교 측의 태도가 싫었고, '푸교'에 정당한 이유가 있어 불참했다. 그런데 이것이 문제가 돼 불려가서 상황을 말할 기회도 없이 걸음을 걷지 못할 만큼 맞았기 때문에 이런 학교 상황을 견딜 수 없어 자퇴를 하게 됐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한결같이 "ㅇ고에 입학한 것이 잘못"이라고 말했다.

또, '푸교'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생리통을 호소하는 여학생에게 생리중임을 확인받아오라는 지시를 내리고 이를 확인하려 한 교사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알려진 이 사건에 대해 해당 교사는 "('푸교'를 피하기 위해) 생리를 하고 있다고 거짓말 하는 학생들이 많아서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했다.

o학교의 인권침해는 이뿐 아니다. 교사에게 귀뺨을 맞고 고막이 터진 학생이 있는가 하면, 교사에게 폭행을 당한 이후 정신과 치료를 받는 학생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학생의 부모는 "애가 사람을 무서워하면서, 자꾸 책상 밑으로 숨는다"고 말하고 있다. 또 지난 10일, 한 교사는 복도에 침을 뱉은 학생에게 그것을 핥아 먹으라며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폭행하기도 했다.

푸른교실에 참가한 100여 명의 학생들이 "복장단정"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운동장을 달리고 있다.
 푸른교실에 참가한 100여 명의 학생들이 "복장단정"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운동장을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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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측 "체벌은 불가피... 때리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런 사업이 어떻게 시행될 수 있었을까.

'푸교-녹교' 사업은 시행 준비 단계에서부터 문제가 있었다. 학교 측은 학생들이 결정한 것에 따랐다고 하는 반면, 학생들은 반대의 증언을 하고 있는 것.

학교 측이 작년 5월 학교 인터넷 누리집을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푸교 운영은 학생회 대의원회의(반장모임)의 결정에 따라 실시하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당시 학생회 대의원 간부였던 졸업생은 이를 정면으로 부인했다. 이 학생에 따르면 "대의원회의에서 논의하고 결정한 것이 아니라 (푸교 내용은) 담당 선생님이 만든 것이고, 회의에서는 '학생 규칙(학생생활규정)'을 어기면 반성문을 쓰고 자율학습을 하기로 한 것 정도"라고 말했다. 학교 측에서 내놓은 '푸교' 운영과 관련한 공지사항과는 배치되는 증언인 셈이다. 그러나 학교장은 여기에 대한 물음에 대답을 하지 않았다.

ㅇ고 ㄱ교장은 7월 초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푸교-녹교'의 취지에 대해 "학생들을 구타하지 않고 생활지도 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또 '푸교-녹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학생 구타와 관련해서도 "아이들 때리는 거 못하게 하고 있고 아이들을 때린다는 보고는 못 들었다"며 학생 구타를 부인했다.

이어 ㄱ교장은 "'푸교-녹교'가 좋은 방법이라고 해서 한 것이다. 체벌하는 거 다 싫어하지만 학생이 제 본분을 지키기 위해서는 방법이 없다"며 체벌의 불가피성을 주장했다. 이와 함께 약 2-3주 전 학생조회 시간에 "학생은 학생답게 복장을 단정히 입어라. 그래도 안 되면 지금 이후 적발되는 사람은 여름방학 때 '푸교-녹교'를 실시하겠다"고 훈화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학부모들 "'푸교-녹교'에서 삼청교육대 떠올린다"

푸른교실-녹색교실을 학교 특색사업으로 진행한다는 내용이 담긴 교육계획서의 일부
▲ 특색사업? 푸른교실-녹색교실을 학교 특색사업으로 진행한다는 내용이 담긴 교육계획서의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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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고는 '오고 싶은 학교-머물고 싶은 학교'를 기치로 내걸고 '3무 운동'을 펼치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체벌 없는 학교'이다. 이를 위해  모든 교사의 '학생에 대한 체벌 금지'를 학생생활지도 기본 계획으로 명시해놓고 있다.

그럼에도 '푸교-녹교'가 학생 인권 침해로 이어지는 것을 학생과 학부모들은 심각한 상태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학생에 대한 건전한 생활지도의 수준을 넘어 교사들의 체벌과 통제를 정당화하는 제도라는 것이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1년이 넘도록 '푸교-녹교'가 시행되었음에도 여기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숫자가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음을 그 증거로 내세웠다. "푸교-녹교라는 이름에서 삼청교육대를 떠올린다"는 학부모도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인권교육센터 '들'의 배경내 활동가는 "학교(교사)가 청소년을 사람이 아닌 사물화해서 보고 있다. 학생 개인에게 치욕일 수 있는 것까지 요구하는 건 비인간적 행위다. 기본적으로 학교에서 지켜야 할 교칙이 정당한 규제인가 하는 합의가 없는 상황에서 강압적이고 비인간적인 체벌로 학교가 얻을 것은 무엇인가"라고 지적했다.

세계인권선언 60돌이기도 한 올해 3월 발효된 초중등교육법 18조 4항에서는 '(학생의 인권보장) 학교의 설립자.경영자와 학교의 장은 헌법과 국제인권조약에 명시된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여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ㅇ고의 '푸교-녹교'는 여름방학 중에도 계속될 예정이다.

▲ 푸른교실1 푸른교실에 적발된 학생들이 '복장단정' 의 구호를 외치며 운동장을 뛰는 등 단체 기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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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학교에 맞으러 오는 게 아니다"
교문 앞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을 '지도'하는 ㅇ고교 선도부의 모습. 군사 문화의 잔재와 인권 침해의 이유를 들어 대다수의 학교에서 '선도부'가 사라진 지 오래되었으나 ㅇ고교는 현재진행형이다.
 교문 앞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을 '지도'하는 ㅇ고교 선도부의 모습. 군사 문화의 잔재와 인권 침해의 이유를 들어 대다수의 학교에서 '선도부'가 사라진 지 오래되었으나 ㅇ고교는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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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고교 '푸른교실-녹색교실'의 인권 침해 논란과 관련하여 '푸교-녹교'에 참가한 경험이 있는 학생들을 서너 차례에 걸쳐 만났다. 학생들이 말한 푸교-녹교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했다. 학생들은 인터뷰 하는 동안 누구랄 것 없이 학교(교사)측의 행태에 분노하고 있었고, 한편으로는 인터뷰 이후 있을 지도 모르는 학교 측의 보복이나 또다른 징계에 대해 매우 두려워 하고 있었다. 익명 보장을 요구한 학생들의 뜻에 따라 이름은 밝히지 않는다. <기자의 말>

-무엇 때문에 걸렸나?
ㆍ2분 늦었다는 이유로 지각에 걸렸다.
ㆍ집이 ○○쪽이라 대중 교통이 자주 없다. 등교 시간이 8시 10분인데 버스를 안 놓치면 7시 45분에 올 수 있는데 놓치면 8시 40분에 도착한다. 내가 늦어서 지각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버스가 제 시간에 안 와서 지각하는 것까지 잡는 건 너무하다.

-학생들이 주로 어떤 것으로 걸리나?
ㆍ학교 생활 모든 면에서 지적받는다. 선생님들마다 기준이 조금씩 다르다. 그냥 잡으면 걸리는 거다. 그러다보니 선생님들과 가까이 지내는 게 아니라 피해 다니게 된다. 선생님들 보면 바로 도망간다.
ㆍ금붙이를 빼앗겼다. 안 돌려주고 녹여서 불우이웃돕기에 쓴다고 했다. 억울했지만 항의할 수 없었다.

-푸교-녹교 통해 학생들의 행동이 수정되었다고 보나?
ㆍ절대 아니다. 개선되었다면 1년도 더 지난 지금은 한 명도 없어야 한다. '푸교-녹교'는 행동 수정이 아니라 눈속임일 뿐이다. 행동 수정에 대해 학교(교사)에 고맙다 이런 게 아니다. 푸교 걸린 게 부당해서 계속 도망가면 학교(교사)에서는 자퇴를 권유한다. 안 할 거면 학교 그만 두라는 거다. 군말 없이 지키든가 아니면 무조건 따라야 한다. 죽지 않는 이상!

-10시까지 하는 '녹교'에 걸리면 어떻게 하나?
ㆍ녹교에 걸리면 집에 가는 차가 없다. 그러면 학교에서는 녹교를 면제(?)해주는 대신 푸교를 4주(원래 2주 기본)로 늘려준다. 죽을 맛이다.

-입학 후 학교에서 '푸교-녹교' 설명해줬나?
ㆍ흡연에 대한 처벌과 '푸교-녹교' 있다는 내용의 서약서 받아갔다. 서명하기 싫었지만 학교 안 다닐 수 없으니 서명했다.

-학교에서는 '푸교-녹교'가 체벌 대신 하는 것이라고 하던데?
ㆍ무슨 소리, 분명 체벌이다. 푸교 한 번 빠지면 수업 중에 학생부장 선생님이 와서 이름 부르며 복도에 줄 세운다. 온 복도와 교실에 다 울리도록 퍽퍽 소리 나게 맞는다. 그 소리를 듣는 교실의 아이들도 공포감에 떤다. 120% 체벌이다! 수업 중에 불러내서 때리는 건 진짜 아니라고 생각한다.
ㆍ푸교 진행하는 교사의 기분에 따라 푸교 강도도 달라진다. 연속으로 운동장 10바퀴 돈 적도 있다. 쉴 때는 무조건 '고맙습니다' 해야 한다. 어이없어 죽는 줄 알았다. 끝날 때도 '감사합니다' 해야 한다. 안 하면 혼난다.
ㆍ우리 가방 뒤지는 것도 아나? 토요일 같은 때 선도부가 교실에 들어와서 '나가!' 그러고는 교실 다 뒤진다. 사물함, TV 뒤, 액자 뒤, 태극기 뒤까지 다 뒤진다. 선생님은 뒤에서 감독하고 있다. 가끔 선생님들이 우리(여학생) 주머니나 속옷도 뒤진다. 속옷에 담배 숨기는 애들 있다고 속옷까지 검사한다.

-친구들끼리는 '푸교'를 두고 어떻게 이야기하나?
ㆍ학교 그만두고 싶다. 선생님들이 완전 저승사자다. 선생님들이 학생들한테 빼앗은 명찰을 손목에 주렁주렁 걸고 다니는 걸 아이들은 '부의 상징'이라며 비웃는다. 처음 푸교 생겼을 때 교장 선생님이 '징계해도 안 되면 본보기로 퇴학시킨다'고 했다. 그건 진짜 아니다. 우리가 사회적 물의를 크게 일으킨 것도 아닌데 정말 너무하다. 다시 선택하라면 ㅇ고교 절대 안 온다.

-학교(교사)의 행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ㆍ도가 너무 지나치다. 학생들의 잘못도 있겠지만 푸교를 무슨 무기처럼 사용한다. 어떤 선생님은 마음에 안 들게 하는 애한테 '너 푸교 가' 그런다. 심지어 다른 선생님은 수행평가 못 보면 푸교 입실시키겠다고 공포감을 조성했다. 실제로는 안 했지만. 선생님들이 이런 걸 즐기는 것 같아 싫다.

-학교에서 어떻게 해 주길 원하나?
ㆍ당장 '푸교-녹교'부터 없애야 한다. 교사의 감정에 따라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하는 체벌도 함께 사라져야 한다. 우린 학교에 맞으러 오는 게 아니다. 인문계와 전문계 학생에 대한 차별도 너무 심하다. 전문계 애들은 인간 이하의 대접받고 산다. 사람 대접 받고 싶다.

덧붙이는 글 | 기사 관련 추가 제보를 기다립니다.



태그:#인권, #푸른교실, #평택, #자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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