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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7일 열리는 제4회 세계시민기자 포럼 기조연설을 한 <참여군중>의 저자인 하워드 라인골드의 연설문입니다.  <편집자주>

안녕하세요. 미국 북 캘리포니아에 살고있는 하워드 라인골드입니다.

 

이 기회를 빌어 기술력, 조직력, 그리고 정치적 표현을 하나로 응집해 매우 흥미로운 가두 시위에 참여하고 계신 한국인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고자 합니다.

 

우선 여러분에게 중요한 질문을 하나 하고 싶습니다. 한국은 기술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더 많은 시민을 참여시킴으로써 어떻게 민주주의 형태를 진화시킬 수 있는지 전 세계에 보여줄 기회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에게 하고 싶은 질문은 바로 다음과 같습니다:

 

어떻게 하면 참여 군중이 단순한 군중이 아닌 현명한 군중이 되도록 할 수 있을까?

 

그럼, 지금부터 답을 해보겠습니다. 그전에 제 소개부터 간략히 하고 시작하죠. 현재 저는 스탠퍼드 대학과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강의하고 있지만, 저 또한 수년 동안 온라인 활동에 참가해 오고 있습니다. 또한, 관찰자 입장에서 여러 권의 책도 집필했습니다. 창업도 했습니다.

 

이곳 미국에서 베트남전에 반대하며 가두 시위가 한창이던 1960년대에는 정치 활동가이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제가 보기에 여러분은 지금 시민 저널리즘뿐 아니라 민주주의에서 참여 군중의 진화라는 측면에서도 아주 중요한 시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민주주의에서 참여 군중의 진화

 

여러분 중 상당수가 아마 2002년에 출간된 제 책을 이미 읽으셨으리라 생각되지만, 아직 읽을 기회가 없었던 분들을 위해 간략하게 배경 설명을 드리고자 합니다.

 

2000년과 2001년, 저는 지구 상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감지했습니다. 마닐라에서는 시민들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정권 퇴진 운동을 조직했고 인터넷에서는 다수의 네티즌들이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활동을 전개했습니다. 위키피디아를 통해 지식이 창조되고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를 통해 새로운 소프트웨어가 개발되었습니다.

 

사람들은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방식으로 협력하기 시작했습니다. 사회 과학자들이 부르는 집단행동, 즉, 함께 하는 활동에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연구를 통해 인류 발전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단계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매 순간 언어이든, 알파벳이든, 인쇄물이든, 또는 인터넷이나 휴대전화이든 매체에 상관없이 새로운 방식으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기술이 있고 인류는 이런 기술을 활용하는 능력을 개발해 왔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함께 활동하기 위해 미디어를 통한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안해 냅니다.

 

과학, 기술, 민주주의, 지식. 현대사회를 특징짓는 이 많은 요소를 진정 가능하게 한 것은 인쇄물과 인터넷을 탄생시킨 기술을 활용하는 능력과 이에 기반한 집단행동입니다. 우리는 현재 인터넷, PC, 디지털 카메라, 그리고 휴대 전화가 새로운 매체로 융합되는 현상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융합의 태동을 보고 있는 것입니다.

 

제 책이 한국어로 출간되었을 무렵 한국에서는 노무현 대통령 선거를 둘러싸고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흥미롭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제 글이 선거의 방향을 결정한 막바지 투표 참여 캠페인의 예로 인용되었다는 것을 들었습니다. 한편, 그 이후 마드리드에서는 폭탄 테러가 일어났고 스페인 정부는 이 사건이 바스크 분리주의자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스페인 시민들은 정부의 주장을 믿지 않았고 대규모 시위를 벌여 다시 한번 선거의 방향을 바꾸어놓았습니다.

 

필리핀, 한국, 그리고 스페인에서 발생한 일련의 사태에서 국가수반은 말 그대로 국가수반에 머물렀습니다. 대규모 군중이 자발적으로 시위를 조직할 수 있었기 때문이고 이는 이제 그들에게 가용하게 된 언론을 활용할 수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저는 미국, 아프리카, 아시아, 중국, 그리고 한국 등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일들을 관심 있게 지켜보는 과정에서 한가지 공통 주제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실로 강력한 대규모 집회는 국민의 정부에 대한 실망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은 정부가 자신을 기만하고 있다고 생각하거나 정부가 자신의 의견을 귀담아 듣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 결과로 표출된 시위는 영향을 미쳤습니다.

 

단순한 군중 규합 아닌 진정한 시위와 저항으로

 

하지만, 활동가로서의 제 개인적 경험과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뉴스에 비추어볼 때 관련 메커니즘을 발전시켜서 단순히 군중을 규합하는 것에서 벗어나서 진정한 의미의 시위와 저항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저널리즘의 역할이 필수적입니다. 저는 오마이뉴스를 시민 저널리즘의 예로 인용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유형의 롱테일 시청료 모금 시스템을 통해서 시민들이 자금을 지원할 뿐 아니라 시민 저널리즘을 실현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오마이뉴스와 다른 시민 저널리스트들이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허구인지에 대한 정보를 신속하게 국민에게 전달할 방법을 정립하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민주주의에서 언론의 역할에 대해 잠시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미국과 비교하면 한국은 아직 자유 언론과 민주주의의 역사가 짧기 때문입니다.

 

1990년대에 온라인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에 착수할 무렵 저는 <가상 공동체>라는 책을 집필했고 당시 제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 다른 이들과 의사소통하기 시작하면서 대두한 가장 중요한 특징은 무엇인가. 이는 결국 개인의 자유에 관한 문제로 귀결된다고 결론지었습니다. 개인이 더 많은 개인적 자유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국가가 전체주의적이거나 권위주의적 정권을 국민에게 강요할 수 있게 될 것인가.

 

이 질문은 저를 '공공 영역'에 관한 정치 이론으로 이끌었습니다. 한마디로 말해, 이 이론에 의하면 민주주의를 실현하려면 정보가 양방향으로 흘러야 합니다. 국민은 국가 활동에 대해 정확하고 진실된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하고 이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입안하는 정치인들은 비밀리에 정책을 입안해서는 안 됩니다. 여기서 저널리스트의 소임은 정책 입안가들의 주장을 잘 파악하는 것입니다.

 

정보는 반대 방향으로도 흘러 여론을 형성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유 사회의 시민은 충분한 정보, 그리고 좋은 정보를 제공받아야 하고 다른 이들과의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사안에 대해 논의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시민들의 의견, 정확히 말하자면 정보에 기반한 의견이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최근의 가두 집회가 하는 기능 중의 하나는 바로 여론을 표출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정확한 정보에 기반한 여론을 수렴하고 국민이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하게 되어 여론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진실 규명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그러면 우선 정보의 정확성에 대해 먼저 말씀 드리겠습니다. 인터넷은 가공할 만한 힘을 가진 것만큼이나 그에 상응하는 문제점도 가지고 있습니다. 누구나 글을 올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은 막대한 양의 정보를 제공해주지만 상당수는 입증되지 않은 정보입니다. 이런저런 루머가 삽시간에 유포됩니다. 미국인들은 대선 기간에 후보자에 대한 허위 정보가 담긴 이메일을 받고 상당수는 사실이라고 믿습니다. 미국에는 정통 매체, 주류 매체 이외에 정보의 정확성을 확인할 수 있는 단일화된 출처가 없습니다.

 

저널리스트들의 역할은 어떤 뉴스를 접했을 때 출처를 추적해 해당 출처가 정확한지 규명하고 여러 출처를 찾아내 정보의 정합성을 상호 대조하는 것입니다. 또한, 전문가를 섭외해야 합니다. 독자적 조사를 수행해야 합니다. 루머가 사실이라면 국민에게 널리 알리고 반대로 허위 정보라면 이를 바로잡아야 합니다.

 

모든 이들이 기자가 될 수 있는 시민 미디어 시대에는 더 많은 사람에게 제도화된 방식으로 더 신속하게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진실 규명 메커니즘에 대한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증대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한국 정치 전문가는 아닙니다. 현재 한국에서 발생하는 모든 상황을 이해하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최근 시위가 한국 정부의 미국산 소고기 수입 결정에 대한 국민의 불만족에 기인한다는 것은 이해하고 있습니다. 저는 국제 통상 문제 전문가도 아닙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의 대미 정책에 대해 시민들이 상당한 불만을 느끼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정통한 것은 물론 아닙니다.

 

국민이 현재 떠도는 루머를 확인할 방법이 있어야 하고 국민은 루머의 사실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모든 여건이 마련되어있습니다.

 

NGO 활동가들은 오마이뉴스와 기타 언론사에 관심을 기울일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시민 기자도 있고 편집자도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단순한 자발적 시위를 넘어서서 운동을 형성하고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위를 할 수 있는지를 전 세계에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여건이 마련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아주 간략하게 제 개인적 경험에 대해 다시 말씀 드리겠습니다.

 

저를 포함해 1960년대 젊은 세대들은 정부 정책에 상당한 불만을 가지고 있었고 미국 곳곳에서 가두 시위와 폭력 시위를 벌였습니다. 특히 대선과 관련해 민주당은 혼란에 빠졌고 젊은 층이 정치에 다시 관심을 보이기까지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당시 우리가 반대했던 정책을 주도한 사람들은 힘의 지렛대를 유리하게 조작할 수 있는 법을 알고 있었고, 어떻게 법안을 입안하고 원하는 후보를 대통령으로 당선시킬 수 있는지 알고 있었습니다. 결국 그들은 계속해서 정치 활동을 독점했습니다.

 

선거를 위해서는 사람을 동원할 필요가 있습니다. 선출 공무원에게 가서 이렇게 말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많은 표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당신을 패배시킬 수 있는 유력 후보에 표를 몰아줄 준비가 되어 있다."

 

시위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합니다.

 

어떻게 운동을 형성할 수 있을까요? 시민들 간에 이성적이고 비평적인 토론이 필요합니다. 시민들은 인터넷을 비롯한 기타 매체를 통해 사안에 대해 논의하고, 오마이뉴스 시민 저널리즘 및 주류 매체등의 뉴스매체와 인터넷 검색을 통해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파악해 정책 토론을 펼쳐야 합니다.

 

시민들이 정보에 입각해, 그리고 이성적인 방식으로 토론할 수 있기 전까지 이들이 조직한 시위는 미국에서와 마찬가지로 결국 실패로 끝날 것입니다.

 

장기적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민주주의하에서의 정치 도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면 지금까지 드린 말씀을 요약해보겠습니다.

 

한국에서는 대다수 국민이 기술 활용 능력을 갖추고 있고 최첨단 기술에 대한 접근이 보장되어, 과거 2002년 대선에서와 마찬가지 방법으로 현재 시민들을 가두 집회에 규합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롱테일 지불 시스템과 오마이뉴스와 같은 시민 저널리즘의 대두는 시민들이 저널리즘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을 가능케 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요소는 한국을 진정한 선구자요 기술, 정치, 그리고 사회 운동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는 '참여 군중'의 발전을 위한 기반이 가장 잘 마련된 국가로 만들고 있습니다.

 

참여군중을 현명한 군중으로, 어떻게?

 

어떻게 하면 참여 군중이 단순한 군중이 아닌 현명한 군중이 되도록 할 수 있을지 그 방안을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미국에서는 영국에 대항한 독립 혁명에서 승리하고 독립을 쟁취한 이후 시민들이 어떤 형태의 정부를 구성할지 주장을 펼쳤습니다.

 

현재 미국의 헌법은 두 가지의 공포에 기반해 구성되었습니다. 첫 번째는 독재자에 대한 공포입니다. 개인의 삶을 좌지우지하고 개인의 자유를 박탈하는 정부에 대한 공포입니다.

 

이보다는 두 번째 공포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바로 군중에 대한 공포입니다.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 지 예상조차 못 하는, 통제되지 않으며 즉흥적이고 조작될 수도 있는 그룹에 대한 공포입니다. 이들은 창조보다 더 큰 파괴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결국, 미국의 민주주의는 독재자에 대한 공포와 군중에 대한 공포 간에 균형을 잡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그 동안 전 세계적으로 활동해 온 오늘날의 참여군중은 시민들이 독재 정권에 저항하기 위해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도구입니다.

 

하지만, 참여 군중이 단순한 군중으로 전락할 수 있는 위험도 도사리고 있습니다.

 

나이지리아에서는 미스월드 선발 대회 개최를 둘러싼 유혈 충돌로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덴마크에서는 무하마드 풍자만화로 충돌이 야기되었습니다. 휴대폰 문자 메시지를 통해 대규모 시민이 동원되었고 시위는 파괴적이었습니다.

 

호주에서는 백인 인종주의자들이 같은 기술을 사용해 군중을 동원해 해변에서 타 인종에게 구타를 가했습니다.

 

참여 군중이 늘 현명한 군중과 동일시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워드 라인골드(Howard Rheingold)

 

하워드 라인골드는 미국 애리조나 출신으로 테크놀로지의 사회적 함의에 관한 연구 분야에서 전세계적인 권위자이다. 지난 20년 이상 그는 세계 곳곳을 방문하여 이 분야의 권위자들과 만나 컴퓨팅 기술의 새로운 조류와 커뮤니케이션, 문화 현상들에 대해 고찰하고 이에 관한 연구서를 집필했다.

 

그는 'HotWired'의 초대 주필을 역임했고, 'The Whole Earth Review', 'The Millennium Whole Earth Catalog'의 편집자로 활동했으며 1995년부터는 인터넷 공동체 'The Well'을 관리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가상 공동체(The Virtual Community)> <가상 현실(Virtual Reality)> <사고를 위한 도구(Tools for Thought)> 등이 있다. 그의 최신작 'Smart Mobs'는 황금가지에서 <참여군중>이란 제목으로 번역 출간되었다.

기술 자체만으로는 평화나 민주주의를 보장해

주지 않습니다. 활용 능력이 필요합니다. 정보를 갖춘 시민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저널리즘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저널리즘은 국정 운영에 관해 국민이 알 필요가 있는 뉴스를 제공해줍니다. 또한, 여론을 정책 입안가들에게 알림으로써 다수 여론에 반하는 정책을 입안할 수 없다는 점을 깨닫게 해 줍니다.

 

결론적으로 민주주의를 매우 흥미로운 방식으로 표현하고 계신 한국의 많은 분들은 이러한 과정의 마지막이 아니라 출발점에 있다는 점을 이해하기 바랍니다. 여러분들은 우리의 참여 군중이 단순한 군중이 아닌 현명한 군중이 되도록 전 세계를 이끌 기회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말씀 드립니다.


태그:#하워드 라인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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