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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으면 미친소 먹으면 되고, 물가 오르면 굶으면 되고 ♪"

 

'가짜 다시다' 파문이 일고 정부가 재협상 아닌 추가협상을 발표한 12일. 광화문에서는 되고송이 울려퍼졌다. 서울·인천·대구·경기·경북 등지에서 온 전국여성노동조합·한국여성노동자회 노동자들과 한국여성단체연합이 함께 하는 '최저임금 100만원 쟁취를 위한 여성계 캠페인'의 한 장면이다.

 

최저임금 받는 우리는 광우병 걸린 소 조차 사 먹기 힘들 것

 

50여 명의 여성 노동자들이 모인 가운데 인천지방법원 청소미화원인 권순하씨, 대전 목원대 노동자 박방실씨, 서강대 청소미화원 박갑순씨가 마이크를 잡고 연단에 섰다.

 

"현재 최저임금법은 너무 약합니다. 최저임금에도 미달하는 임금을 주는 용역회사에 대해 확실히 벌을 주는 법을 만들어야 합니다. 억울한 청소노동자들 회사가 없어지면 임금을 못 받을 때도 있고, 1년 내에 받지 못하면 또 못 받게 됩니다.(권순하씨)"

 

"저는 서강대에서 4년째 근무하고 있는데, 제 월급은 얼마일까요? 당연히 최저임금이겠지요. 20년 근무한 동료도 저와 월급이 똑같습니다. 새벽부터 강의실을 정리하며 미친듯이 일합니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87만원, 최저임금을 지급하며 '이렇게 잘해준다'라고 말합니다. 도대체 우리에게 뭘 잘해줬습니까? 최저임금을 현실화하지 않으면 회사는 결코 자발적으로 임금을 올려주지 않을 것입니다.(박갑순씨)"

 

"내 이름처럼 방실방실 웃으며 지내야 하는데 하루하루 한숨만 늘어요. 썩을 놈의 최저임금 때문에 인상을 요구해도 법적으로 문제 없다며 돌아오는 게 없습니다. 싸가지 없는 책임 회피에 제 가슴은 멍 투성이가 되었습니다. 싸움 끝에 학교는 약속을 했지만, 바로 뒤통수를 때렸습니다.(박방실씨)"

 

박방실씨의 경우 계속 몸을 떨어서 발언이 여러 차례 중단되자 노동자들은 "우리는 광우병 안 걸린 비싼 쇠고기는 커녕 광우병 쇠고기조차 사먹기 힘들 것이다, 떠는 것은 야채만 먹어서 그렇다"며 격려했다.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100만원만 받으면 소원이 없겠네"

 

2008년 최저임금은 시급 3770원으로 40시간 기준 월급은 78만7930원이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물가인상률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며 이들은 '최저임금 100만원만 받으면 소원이 없겠다'는 소망을 밝혔다. '돈 없으면 광우병 소를 먹을 수밖에 없다'고도 밝혔다.

 

곧이어 발언 자리에는 각각 이명박 대통령, 부시 미 대통령, 정운천 장관의 탈을 쓴 세 참가자 등장했다. 이들은 팔짱을 끼고 의자에 앉아 "광우병 걸린 소는 안 사먹으면 되지" 등의 환담을 나눴다.

 

떡볶이와 설렁탕·라면을 든 다른 참가자 세 명은 맞은편에 서서 "요즘 우리 애가 떡볶이를 많이 사먹는데…","라면·다시다·떡볶이에 쇠고기 재료가 너무 많이 들어간다." "부자나 높으신 나랏님들은 안 사먹으면 되겠지만 우리는 그렇게 되지가 않는다, 더 많이 광우병 공포에 노출되어 있다"며 근심어린 수다를 나눴다.

 

곧이어 이들은, '광우병 쇠고기 높으신 분들께 우리 한번 대접해볼까'라고 말하더니 손에 들고 있던 라면 냄비, 떡볶이 그릇, 설렁탕 사진 등을 조각내 찢어 달려들었다. 한쪽 다리를 다른 쪽에 걸친 채 평화롭게 앉아있던 이명박 대통령, 부시 미 대통령, 정운천 장관은 광우병 쇠고기 음식 세례를 받았다.

 

"광우병 쇠고기 우리 같이 먹어요"라던 시위 참가자들은 "지금 입에 붙이고 있는 설렁탕·떡볶이…, 우리 많이 먹는 것입니다, 높으신 분들, 최저임금 많이도 올랐지요? 한 1000원씩만 주시면 만족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안 사먹으면 되지'가 아닙니다"며 최저임금 현실화, 광우병 쇠고기 수입 중단 요구와 함께 퍼포먼스를 마무리했다.


태그:#여성노동, #최저임금현실화, #광우병 쇠고기 수입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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