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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의 알프스로서 속리산 자락의 서북릉인 토끼봉, 상학봉 과 묘봉의 등산코스 안내도
▲ 묘봉과 상학봉의 산행 안내도 충북의 알프스로서 속리산 자락의 서북릉인 토끼봉, 상학봉 과 묘봉의 등산코스 안내도
ⓒ 주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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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봉(妙峰 : 874m)은 소백산맥 줄기인 속리산 연봉 북쪽에 접해 있는 봉우리로 충북 보은군 산외면과 내속리면, 그리고 경북 상주군 화북면의 경계에 자리 잡은 산이다. 이 산은 속리산 국립공원 남쪽지역인 구병산(877m)에서 출발하여 형제봉(832m)∼천황봉(1,058m)∼문장대(1,054m)∼관음봉(985m)∼두루봉(887m)~묘봉(874m)∼암릉(860m)~상학봉(834m)~매봉~미남봉(610m)으로 이어져 활목고개에서 끝을 맺는 충북의 알프스(43.9km)의 서북릉에 속해 있다.

묘봉의 산행기점은 산외면 신정리, 활목고개, 운흥1리, 여적암 등 다양하며, 원점으로 회귀하는 산행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산행코스로는 활목고개~미남봉~매봉~상학봉~묘봉 1코스가 있고, 운흥1리~마당바위~토끼봉~암탉바위~굴바위~상학봉~묘봉~북가치~절골지능선~미타사 주차장~용화정류소 2코스가 있으며, 신정리~매봉~상학봉~암릉(855m)~묘봉~암릉(855m)에서 신정리로 하산하는 3코스가 있다.

매봉에서 상학봉 가는 길에서 본 토끼봉 모습.  암봉에 커다란 기암이 포개져 있는 모습이 기이하다.
▲ 토끼봉 전경 매봉에서 상학봉 가는 길에서 본 토끼봉 모습. 암봉에 커다란 기암이 포개져 있는 모습이 기이하다.
ⓒ 주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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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봉은 활목고개에서 묘봉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에서 볼 때 765봉에서 왼쪽으로 갈래길을 따라 남쪽 방향으로 약 15분쯤 가면 하늘로 치솟아 있는 선바위들 중 하나다. 토끼봉은 바위 위쪽으로 생긴 조그만 굴(토끼굴)을 통해 올랐다가 다시 내려와야 한다.

토끼봉은 일명 '모자바위'라고도 불리는데, 수백m 직벽으로 쏟아져 내린 벼랑에 아슬아슬하게 걸려있는 기암들이 수백년 세월의 폭풍과 한파를 이긴 노송을 품고 있는 모습은 가히 절경이다. 아름드리 노송군락, 신비로운 공기돌 외에도 거대한 바위가 갈라진 침니 석굴, 그리고 노송이 그늘을 드리운 사각형의 너럭바위를 보노라면 그야말로 속세를 떠나 잠시 신선이 된 기분에 휩싸이게 된다.

묘봉으로 가는 길에는 거석과 거석이 만들어 낸 바위틈을 여러번 지날 수 있다.
▲ 바위문 묘봉으로 가는 길에는 거석과 거석이 만들어 낸 바위틈을 여러번 지날 수 있다.
ⓒ 주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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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봉 분기점인 765m봉에서 가평이씨 무덤, 개구멍을 지나 상학봉, 묘봉까지 가는 산행길은 암릉과 암봉의 연속이다. 하나의 거석이 다른 하나의 거석과 만나 석문을 만들고, 하나의 바위가 암봉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거대한 바위들이 몇 개 모여 하나의 암봉을 형성하고 있다.

상학봉 가는 암릉의 능선에 걸쳐있는 불안한 로프지대는 온전하게 걸어가는 구간보다는 온 몸으로 올라야 하는 구간이 더 많다. 아찔아찔한 바위벽에 기대어 있는 불안한 사다리를 만나는가 하면 암벽에 길게 늘어져 있는 로프에 대략 11번쯤은 매달려야 한다. 또한 통천문 같은 바위문, 날씬이 한 사람 겨우 빠져 나갈 수 있는 바위틈새를 5개나 통과하기도 하며, 때로는 이 세 가지를 한꺼번에 이어 나가기도 한다.

바위 암벽에 의지하여 줄타기를 10번 이상 해야 묘봉에 비로소 다다를수 있다.
▲ 줄타기 바위 암벽에 의지하여 줄타기를 10번 이상 해야 묘봉에 비로소 다다를수 있다.
ⓒ 주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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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매듭지어진 굵은 로프, 쇠사다리, 나무사다리 등이 있어 몸의 균형을 잡으며 조심조심 올라야 하고, 하도 오르락내리락 하는 바람에 체력이 약한 사람은 꽤나 힘이 부치는 코스이다. 하지만 아기자기한 암봉 능선 위 천년송 노송 군락과 기암절벽으로 된 우람한 암릉 구간을 오르내릴 때는 온 몸에 짜릿한 희열과 전율이 흐르는 스릴 만점의 암릉 산행 코스가 된다.

따라서 너럭바위 지대를 밧줄을 잡고 오르내리는 재미가 형용할 수 없으니 힘들고 겁이 나지만 우회하지 말고 직접 부딪쳐 산행의 묘미를 키워 보는 것도 좋다.

상학봉에서 바라 본 충북알프스의 전경은 속리산의 또 다른 모습이다.
▲ 상학봉 상학봉에서 바라 본 충북알프스의 전경은 속리산의 또 다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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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학봉 정상의 바위는 아담한 2층의 거석으로서 이루어져 있는데 서너명만 오를 수 있을 정도로 넓지 않다.

속리산 북서쪽에 숨어 있는 듯이 자리 잡은 상학봉은 산 전체가 아기자기한 바위산이어서 기암전시장을 방불케 하고, 이곳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가히 '충북 알프스'란 이름에 걸맞은 진면목을 느낄 수 있다.

정상석에 서서 둘러보면 건너편 벼랑에 거대한 바위가 소나무와 어우러져 한 폭의 진품 산수화를 구성해 놓고 있고, 멀리 묘봉의 무너질 듯한 너럭바위 위에 산행인들이 꽤나 작게 보이며, 그 너머로 관음봉, 문장대, 입석대, 천황봉 등의 연릉도 줄줄이 보인다.

또 다시 암벽 로프지대를 오르내리며 상학봉을 지나니 암릉(860m)이라는 작은 표지석이 수줍은 듯이 묘봉, 주차장(신정리), 상학봉 방향을 안내해 준다.

이곳에서 묘봉 정상까지 가는 길은 약 10여분 거리의 300m 정도이지만 급경사 바위길을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야 한다. 첫 발을 속리산 자락에 들인 후 줄을 타고 바위굴을 지나 숲길과 바위길을 걸어야만 비로소 오르게 되는 묘봉의 조망은 서북 능선의 주봉답게 압권이다.

가운데 봉우리가 상학봉이고, 오른쪽이 토끼봉이다.
▲ 묘봉에서 바라본 상학봉 방향 가운데 봉우리가 상학봉이고, 오른쪽이 토끼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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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날이면 속리산 북쪽 끝자락인 군자산 막장봉과 월악산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동쪽으로는 일망무제로서 관음봉, 문장대, 비로봉을 거쳐 천황봉으로 이어지는 장쾌한 능선이 호랑이등 처럼 꿈틀거리며 황홀경으로 다가온다.

활목고개 방향으로는 암릉, 상학봉, 토끼봉 등이 봉우리마다 연결하여 내지르고, 그 동안 지나온 길들이 아닌 듯 새롭다. 눈앞에 펼쳐지는 바위절벽 그 사이사이에 자리 잡은 천년송 소나무는 서해안 안면도에서 볼 수 있는 소나무와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한민족의 강인함과 숨은 인내를 담아내고 있다.

묘봉 너럭바위에서 암봉과 기암, 거석 그리고 노송들, 석문, 바위길과 단애, 근경과 원경 등의 멋진 장면들을 한가로이 조망하면서 한참을 쉬고 나면 비로소 하산길로 접어들게 된다.

상학봉에서 묘봉으로 가는 길에서 만나는 기암
▲ 기암 상학봉에서 묘봉으로 가는 길에서 만나는 기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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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아쉬운 것은 산행 안내도가 빈약하여 각 봉마다 이름과 괴암괴석(첨탑바위, 암탉바위, 너럭바위, 토끼바위, 모자바위, 공기돌바위, 공룡바위, 돼지바위, 애기업은바위, 문바위, 감투바위, 낭바위, 덤바위, 말바위, 병풍바위, 장군석, 치마바위 등)의 위치를 알 수가 없고, 그나마 있는 상학봉과 묘봉의 표지석은 너무도 초라하다.

상학봉과 묘봉의 표지석은 원래 있던 자리에는 흔적만 있는데, 걸터앉고 비비느라 온전하지 못하여 표지석이 빠지는 바람에 사고 위험으로 원래 있던 정상바위 자리에서 아래쪽 안전한 곳으로 옮겼단다.

또한 어디서 굴러 들어왔는지 검은 대리석(오석)에 이름을 새겨 놓아 자연스럽지 못해 눈에 거슬리고 산의 위용에 비해 왜소하다. 또한 묘봉임을 알려주는 표지판을 노송에도 이름표를 달아 놓았는데 어딘가 심히 어색하고 빈약한 티가 난다.

어느 산이나 그렀듯 묘봉도 다가가기 전엔 아무것도 아닌 듯이 있었고, 오르는 동안 일부만 내비쳤으며, 정상에 올라서야 비로소 속내의 일부를 나타내었을 뿐이다. 세속을 떠난 산이라 하여 속리산((俗離山)이라 불리는 산! 묘봉이든 문장대이든 속세를 떠나 묵직하니 그 자리에 있는 바위와 깊은 속을 알 수 없는 소나무를 바라보며 자기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산이었다.


태그:#묘봉, #상학봉, #속리산, #산행기, #토끼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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