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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약 10년의 시간이 흐른

.. 약 10년의 시간이 흐른 1988년 11월 유엔총회에서 ..  <태양도시>(정혜진, 그물코, 2004) 32쪽

‘약(約) 10년(年)’은 ‘10년쯤’이나 ‘열 해쯤’으로 다듬어 줍니다. ‘시간이 흐른’이라 적고 ‘시간이 경과(經過)한’이라 안 적으니 반갑습니다.

 ┌ 약 10년의 시간이 흐른
 │
 │→ 얼추 10년이 흐른
 │→ 거의 10년이 흐른
 │→ 10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 10년쯤 시간이 흐른
 │→ 10년쯤 지난
 │→ 10년쯤 뒤인
 │→ 열 해쯤 시간이 흐른
 └ …

보기글에서는 “10년 시간이 흐른”으로 다듬어도 괜찮습니다. ‘-이라는’ 같은 토씨를 넣어야 알맞는 자리에 ‘-의’가 끼어드는데, “10년이라는 시간” 말고도 “10년쯤”으로 풀어도 어울립니다. 단출하게 “10년쯤 흐른”이나 “열 해쯤 흐른”으로 다듬어도 되고요. 부드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살며시 손질해 줍니다.

ㄴ. 40여 년의 서울 생활

.. 40여 년의 서울 생활을 접고 강원도 안흥 산골로 내려온지 이제 열흘 조금 지났다. 그마저도 선산에 성묘도 하고 아우와 친구를 만난다고 2박 3일 동안 남도 여행까지 다녀왔으니, 온전히 이 마을에서 지낸 날은 겨우 일주일 남짓하다 ..  <안흥산골에서 띄우는 편지>(박도, 지식산업사, 2005) 15쪽

글 첫머리에서는 “40여(餘) 년의 서울 생활”이라 했는데, 글 끝에는 “일주일 남짓하다”라고 했습니다. 둘을 잘 살펴봅시다. ‘40餘’라는 말은 ‘40 남짓’을 뜻합니다. 이때는 ‘40여’라 하기보다는 ‘40 남짓’으로 적어야 한결 낫습니다. ‘40여 년’이라 했으니 ‘40년 남짓’이나 ‘마흔 해 남짓’으로 적어야 좋아요.

 ┌ 40여 년의 서울 생활을 접고
 │
 │(1)→ 40년 남짓 되는 서울 생활을 접고
 │(2)→ 마흔 해 남짓 되는 서울 생활을 접고
 │(3)→ 마흔 해 남짓 되는 서울살이를 접고
 └ …

처음부터 ‘남짓’을 썼다면 ‘-餘’ 같은 말도 안 썼겠지만 토씨 ‘-의’도 들러붙을 일이 없지 않았겠느냐 생각합니다. 한 가지 더 살핀다면, (3)처럼 ‘서울 생활’을 ‘서울살이’로 다듬을 수 있습니다. 시골에서 사는 일을 ‘시골살이'라 하듯 ‘서울살이’나 ‘도시살이’처럼 적어도 괜찮아요.

ㄷ. 향후 5년의 계획

.. 대학교 입학하는 거 축하해요. 향후 5년의 계획을 세운다면? ..  <너희는 봄을 사지만 우리는 겨울을 판다>(성매매피해여성지원센터 살림, 2005) 70쪽

“대학교 입학(入學)하는”은 “대학교 들어가는”으로 고칩니다. ‘향후(向後)’는 ‘앞으로’나 ‘이다음’으로 다듬습니다.

 ┌ 향후 5년의 계획을 세운다면?
 │
 │→ 앞으로 다섯 해 동안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 이다음 다섯 해 동안 하려는 일이라면?
 │→ 앞으로 다섯 해 동안 뭐 할 생각이에요?
 └ …

앞으로 “한 달 동안 무엇을 할는지” 생각하는 사람이 있으나, “한 달의 계획”을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 싶습니다. “한 해 동안 하고픈 일”을 찾는 사람이 있으나, “일 년의 계획”을 찾는 사람도 있구나 싶어요.

보기글을 통째로 다듬어 봅니다. “대학교 입학 축하해요. 이제부터 다섯 해 동안 할 일이라면?”쯤으로. “대학교 들어가서 축하해요. 앞으로 다섯 해 동안 무얼 할래요?”쯤으로.

덧붙이는 글 | 인터넷방 <함께살기 http://hbooks.cyworld.com> 나들이를 하시면 여러 가지 우리 말 이야기를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태그:#토씨 -의, #우리말, #우리 말, #-의, #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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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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