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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마흔에 생의 걸음마를 배웠다 책표지
ⓒ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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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우리가 견딜 수 있을 만큼의 고통만 준다고 한다. 신의 존재를 믿거나 믿지 않거나 이는 대부분 성공적인 인생에서 발견하게 되는 진리 가운데 하나이다.

고통을 당하는 순간엔 마치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충격과 암울한 현실에 몸서리쳐진다. 그러나 어느 순간 먼발치에서 이 때를 되돌아 보면 자연스럽게 치유되고 회복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문제는 새로운 변화 주기에 등장하는 이러한 고통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또 그 고통에 대응하는 반응과 관점의 문제다. 더 깊은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느냐 아니면 회복하느냐 하는 문제는 사실 '마음먹기'에 달려있다.

'희망고문'이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사실 우리는 희망에 속는 것보다는 절망에 속는 일이 더 많다. '긍정의 힘'을 믿을 필요가 있다.

나이 마흔은 늙지도 않고 젊지도 않은 연령대다. 나이 마흔이 되면 사람들은 외부를 변화시키는 것에 무력해진다고 한다. 도전보다는 포기라는 단어를 더 떠올리는 나이라는 것이다. 배우자의 죽음이나 이혼, 직업과 직장에서 겪게되는 갈등에서 나오는 삶의 고통 등이 고조되는 시기이다.

'내게 마흔은 각성의 시기였다'라고 고백하는 변화경영연구소 구본형 소장은 그의 저서 <나, 구본형의 변화이야기>에서 이렇게 말한다.

"마흔 살은 게임의 후반부나 연극의 2막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마흔 살은 그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막연히 한번 더 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아니다. 완전히 새로운 인생을 의미한다."

"40대는 사회적 폐기물이 된 자신을 구해내어 빛나는 삶으로 창조하는 시간이다. 인생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반전이 가능한 시기이다. 어쩌면 반전만이 이 시기를 사는 교훈일지 모른다. 전환과 변곡. 이 두 단어야말로 40대를 묘사하는 가장 적합한 언어이다."

또한, 마흔이 되면 여성들은 이 때 깨어난다고 한다. 여성의 마흔 살은 남자와는 성격이 달라서 '남자는 마치 지는 해처럼 시들지만, 여자들은 뜨는 보름달처럼 절정을 향해 달린다'고 분석한다.

서른 다섯에 다가온 '청천벽력', 마흔 넘어 핀 '인생의 꽃'

신달자 시인의 <나는 마흔에 생의 걸음마를 배웠다>는 시인의 지난 30년 삶을 중심으로 담아낸 수필이다. 촉망받던 20대 문학도에서 결혼 후 9년 동안 평범한 세 아이의 주부로 살던 저자가 마흔을 바라보는 서른 다섯부터 겪은 '뜻하지 않은' 삶의 역경과 뼈에 사무치는 극복과정을 담아냈다.

이 수필은 저자가 스스로 '두어 잔의 술을 마시고' 글을 시작했다는 고백처럼 다른 사람에게 쉽게 풀어내기 힘든 저자의 지난 삶의 고통과 질곡이 그대로 담겨있다. 또한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던 충격과 암울했던 현실을 이겨내고 이젠 먼발치에서 과거를 되돌아 보며 마음속으로 치유되고 회복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과정이 그려져있다.

뇌출혈로 쓰러지는 남편의 머리를 받아 안았던 저자는 무려 24년 동안 남편의 병치레라는 고통의 십자가를 어깨에 매게 된다. 결혼생활 9년 동안 '사회라는 것을 아득히 먼 강 건너의 배경으로 두었을 뿐 콩나물을 깎는 진부한 아줌마'였던 저자는 남편과 세 아이, 시어머니의 생활을 책임져야 하는 광야로 내몰리게 된 것이다.

마흔을 바라보는 서른 다섯에 인생의 가장 큰 고비를 만난 저자는 남편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모진 고통을 감내한다. 그러나 남편이 병상에서 일어난 후에도 그 후유증은 고스란히 저자의 몫으로 돌아온다. 책장을 넘기는 순간마다 그 고통의 내력이 책을 읽는 눈과 글을 소화해 내는 가슴에 절절히 박혀드는 부분이다.

저자의 불행과 고통은 단지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여든 한 살 시어머니가 병상에 앓아 누워 또다시 9년 동안 병수발을 하게 된다. 저자의 표현대로라면 '간호 10단'이 되는 끝없는 병치레의 고통이 이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젠 저자가 유방암 진단을 받고 수술대에 눕는다.

<나는 마흔에 생의 걸음마를 배웠다>는 저자가 서른 다섯에 겪은 불행의 시작을 기점으로 현재까지 이어져 온 삶의 고통과 갈등 그리고 그 극복과정을 통해 불행을 이겨내는 용기와 삶의 지혜를 보여준다. 저자가 가장 좋아하는 말은 '이 또한 쉽게 지나가리니'라고 한다. 행복할 때는 자신의 오만을 잠재우기 위해서, 불행할 때는 이를 견뎌내기 위해서다.

저자는 삶의 역경속에서도 마흔을 앞둔 시기에 늦깍이로 대학원에 도전한다. 1979년 서른 일곱 살엔 첫 수필집인 <다시 부는 바람>을 출간했다. 그리고 마흔 여섯살인 1988년엔  세간에 저자의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되는 <백치애인>과 그 이후 100만부 이상이 판매되어 베스트셀러가 된 <물위를 걷는 여자>로 인기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저자는 책에서 남편의 24년이라는 환자 생활 속에서 열두 번도 더 곤두박질하며 죽음 연습을 했던 것도 이젠 잘 생각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 그통도 모두 잊어버렸다는 저자는 무슨 일이든 고통스러워도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내게 영원히 싸우고 사랑할 것은 삶이라는 것을 알았고, 그리고 아름다운 일상생활이 중요하다는 것을, 삶을 꼼꼼하게 살아야겠다는 것을, 주변과 다사로운 풍요로운 삶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고, 남들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이젠 아파서 눈물나는게 아니고 감사해서 눈물나는 빛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어떤 확정된 고통 속에서도 반드시 해와 무지개는 떴다'

2008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리고 있던 지난 5월 16일 오후, 코엑스 태평양홀에서 저자인 신달자 시인를 만났다. 도서전 행사로 마련된 <저자와의 사진 한 장>이라는 일정에 특별히 시간을 내어 찾아간 것.

책을 읽고 난 후 그 저자를 직접 만난다는 의미도 있었지만, 수필에서 느낀 저자의 강인하고도 섬세한 인상을 직접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2005년 유방암 진단과 수술 이후 최근 저자의 근황이 궁금하기도 해서 도서전 참관과 세미나 막간을 이용해 저자를 만나보았다.

▲ 저자와의 만남 저자가 말하는 삶의 역경과 극복
ⓒ 유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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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올 때 제비가 한 마리 왔을 때 우리는 봄이 왔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봄이 오는 것 같아' 이렇게 말합니다. 그런데 두 마리 세 마리째 제비를 볼 때 우리는 '이젠 봄이야' 이렇게 말합니다. 말하자면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중첩되는 것이 우리에게 어떤 확정을 주는 것이지요.

고통도 그런 것 같았어요. 한 번의 고통을 당했을 때는 이것이 하나의 통과의례로 지나가나 보다했는데, 두 번째 고통을 당할 때는 무언가 어리둥절하고 당혹하게 되겠지요. 그러나 세 번째 고통을 당할 때는 '나는 불행한 일을 당했어' 이렇게 말하게 되겠지요.

그러한 어떤 확정된 고통 속에서도 반드시 해는 떴고, 그리고 무지개는 떴습니다. 이렇게 보면 우리의 삶 속에서 만나는 자질구레한 고통 속에서부터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큰 고통. 그 속에서도 언제나 시간은 흘러갔고, 그리고 우리를 또 다른 배경으로 데려가는 것을 실감하고 경험했습니다."


나는 마흔에 생의 걸음마를 배웠다 - 신달자 에세이

신달자 지음, 민음사(2008)


태그:#신달자 시인, #나는 마흔에 생의 걸음마를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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