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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밭공원 가장자리에서 연습하는 중년의 통기타 트리오 50세 전후, 한창 바쁜 나이인 7080세대 중년의 사나이들이 노래가 좋아 노래로 봉사하는 동아리로 뭉쳤다. 주말 서울 수유리 솔밭공원에서 연습 중인 이들을 만났다.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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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인가 했는데 갑자기 날씨가 더워져 여름날을 방불케 한다. 소나무 숲 속으로 들어서자 어디선가 기타소리와 함께 멋진 화음의 노래 소리가 들려온다. 숲속에는 시원한 바람이 살랑거리고 있었다. 바람소리에 섞여 들려오는 노랫소리도 시원하다.

 

지난 토요일(19일) 오후, 서울 강북구 수유리에 있는 솔밭공원에서다. 노래 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그렇게 노래 소리를 찾아간 곳은 소나무 숲의 한쪽 가장자리였다. 중년의 남자 세 사람이 모두 어깨에 기타를 둘러메고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얼어붙은 달그림자 물결위에 차고 한겨울에 거센 파도 모으는 작은 섬, 생각하라 저 등대를 지키는 사람의 거룩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을.”

 

등대지기, 오래전에 유행했었던 노래여서 잊고 있었지만 참 정다운 곡이다. 노래가 끝나자 악보를 살펴보며 일일이 점검을 한다.

 

“여긴 음정이 틀렸던 것 같아. 이렇게 불러야지.”

 

그들은 다시 연습을 시작했다. 열심히 연습을 하는 모습이 그냥 취미 삼아 하는 노래가 아닌 것 같아 보인다. 노래가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말을 붙였다.

 

“세분 노래 연습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네요, 그냥 취미로 하시는 것 같지 않은데 혹시 밤무대 공연이라도 나가시는 것 아닙니까?”

 

그러자 그들 중 한 사람이 멋쩍어 하며 말을 받는다.

 

“밤무대는요. 취미로 하는 노래동아리지요. 길거리 무대에서 노래 부르기도 하고,  노인정이나 요양원, 한방병원에 위문공연을 나가기도 합니다.”

 

이들은 모두 직장인들이었다. 이선길(46)씨를 리더로 김현(50), 이천호(51), 이렇게 세 사람이 노래동아리로 뭉친 것은 1년 정도 되었다고 한다.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인터넷 카페에서 만났다고 했다. 좋아하는 노래도 함께 부르고, 길거리 공연으로 시민들과 노래를 공유하기도 하고, 노인정이나 요양원을 찾아 사회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에게 위문공연도 하자는 마음이 서로 맞아 떨어진 것이다.

 

매주 일요일이면 구청에서 만들어 운영하는 길거리무대에서 통기타를 연주하며 노래를 불러 시민들에게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 준다. 그리고 복지시설에서 요청이 들어오면 기꺼이 달려가 위문공연을 한다는 것이었다. 어느 곳에서나 무료공연이기 때문에 생계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노래가 좋아서 노래로 봉사하는 거지요. 즐겁고 행복합니다.”

“저희들이 좋아하는 노래는 물론 7080 세대들의 노래지요. 그렇지만 노인들이 수용되어 있는 복지시설이나 노인정 위문공연을 갔을 때는 옛날 가요를 부릅니다.”

 

노래가 좋아 노래 동아리로 뭉친 중년의 직장인들이라 평소에는 함께 연습할 시간이 없어서 주말에 만나 연습을 한다고 한다.

 

“수양버들 춤추는 길에 꽃가마 타고 가네. 아홉 살 새색시가 시집을 간다네. 가네, 가네, 갑순이, 갑순이 울면서 가네, 소꿉동무 새색시가 사랑일 줄이야.”

 

통기타 중년 트리오가 다시 연습을 시작했다. 이번 곡은 “새색시 시집가네”였다. 이설길씨와 이천호씨는 이곳 솔밭공원 근처에 살고 있었지만 김현씨는 멀리 답십리에 살고 있었다.

 

남자 나이 50세 전후면 직장에서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막중한 책임과 함께 한창  바쁜 나이다. 그 바쁜 시간을 쪼개 내일의 공연을 위해서 열심히 연습 하는 이들이 참 귀하고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이승철, #통기타트리오, #솔밭공원, #봉사활동, #수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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