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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당선인의 재래시장 방문 사진을 1면에 실은 <동아일보> 4일자.
 이명박 당선인의 재래시장 방문 사진을 1면에 실은 <동아일보> 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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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첫째 주 월요일인 오늘(4일), 눈길이 자꾸 '눈물' 쪽으로 간다. 오늘 신문의 화두는 '경고'이다. 위기에 대한 경고,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인수위의 행보에 대한 조기 경보 쪽이건만 눈길이 자꾸 쏠리는 곳은 재래시장 할머니의 눈물이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서울 관악구 봉천동 재래시장인 원당시장을 찾았다. 이명박 당선인을 맞은 생선 가게의 할머니 김성림(67)씨는 눈물을 흘렸다. 이명박 당선인의 어깨에 기대어 눈물을 흘렸다. 흐르는 눈물을 거친 한 손으로 가렸다.

왜 이 눈물이 쏟아질까. 평소 표정의 변화를 찾기 힘든 이명박 당선인의 얼굴 표정에서도 애틋한 안타까움이 읽힌다. <동아일보>에 실린 사진에서다. 이명박 당선인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말로만 생색내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 "여기 오신 분들 물건도 좀 사세요.” "서민들 잘 살게 하기 위해 열심히 한 번 해보겠다." "요새 불경기고, 재래시장은 더 불경기다. 재래시장 장사 잘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그의 진심을 곡해할 이유가 없다. 그의 말이 인사치레일 것 같지도 않다. 그런 그의 진심이, 재래시장을 살리겠다는 그의 소망이 이뤄졌으면 한다. 재래시장이 사는 것으로 상징되는, 그것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눈물'에 자꾸 눈길이 가는 이유

이명박 당선인에게는 실적이 있다. 청계천을 복구하고, 버스중앙차로와 대중교통 환승제도를 정착시켰다.

논란이 많지만, 그가 이룬 업적이 평가받는 것은 어쨌든 그가 시대의 욕망에 편승하면서도 그것을 뛰어넘는 상상력을 실현할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서울 시내의 교통 흐름이라는 현실적인 한계와 청계천 복구에 수반되는 온갖 이해의 충돌과 갈등을 어쨌든 돌파해낸 청계천 프로젝트가 그의 든든한 정치적 밑천이 된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지극히 일방적인 정책 추진이었지만, 거리의 기존 질서와 시장의 논리와는 거꾸로 간 중앙차로제를 실시하고 대중교통환승제를 도입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중앙차로제는 숱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거리의 질서를 바꾸었다. 통행의 우선순위를 뒤집었다. 극단적인 평가일 수 있으나 한나라당식 가치와는 거꾸로 간 정책이다. 대중교통환승제 역시 마찬가지다. 엄청난 공적 자금을 투입해 실현한 대중교통 우선 정책이다. 시내버스와 지하철·시외버스를 타는 사람들의 공익을 우선한 정책이다.

오늘 재래시장 할머니의 눈물에 자꾸 눈길이 가는 것은 바로 그런 연유 때문이다. 이명박 당선인이 말한 것처럼 재래시장을 살릴 비상한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지금까지의 행보를 보면 의문이다. 이명박 당선인이 애착을 보이고 있는 경부대운하는 청계천과는 거꾸로 가는 것이다. 시대의 흐름과도 정반대다. 오죽하면 그의 후원자를 자임하고 있는 신문들까지 반대를 할까. 영어 몰입교육 또한 그렇다. 다수의 피폐한 삶과는 무관한 빗나간 쟁점화다. 봉천동 재래시장 할머니의 눈물과는 더욱 더 거리가 멀다.

3일 오후 서울 관악구 봉천11동 원당시장을 방문한 이명박 당선인이 시장상인에게 산 떡을 한 어린이에게 나눠주고 있다.
 3일 오후 서울 관악구 봉천11동 원당시장을 방문한 이명박 당선인이 시장상인에게 산 떡을 한 어린이에게 나눠주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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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까지 위기경보 켰는데, <동아일보>는

오늘 신문들은 일제히 경고를 발했다. <한겨레>는 경기는 후퇴하는 데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조짐을 우려했다. 소비는 가라앉고 마지막 비상구인 수출도 비상등이 켜졌다는 소식이다. <경향신문>은 '한 나라 두 정부'의 정권교체기에 겉도는 나라 살림을 우려했다. 비상한 경제 상황이지만 현 정부나 차기 정부나 '정치적 논란'에만 치중한 채 ‘민생경제’는 뒷전으로 밀쳐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선일보>는 이명박 당선인 측의 위기경보를 타전했다. 당선 이후 최고치에 달했던 이명박 당선인에 대한 지지도가 10% 포인트 가량 빠졌다고 한다. 인수위원회에 대한 평가 또한 ‘잘하고 있다’는 평가가 50%를 겨우 넘어섰다고 한다.

인수위원회의 설익은 정책 발표 남발과 당내 공천 갈등 등으로 벌써부터 '이명박 피로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진단이기도 했다. 이명박 당선인 측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긴급 대책회의를 가졌다는 소식이다.

<중앙일보>도 논설위원 칼럼을 통해 "실용과 효율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비정함과 독선으로 흐를 수 있으며 민주적 절차마저 외면하게 만들 수 있다"며 'CEO 대통령의 함정'을 경계했다.

오늘 신문만 보면 이명박 당선인 입장에선 도처에서 '쓴소리' 일색이다. 응원한 신문도 있기는 하다. 이명박 당선인의 백기사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동아일보>는 유일하게 이명박 당선인의 봉천동 재래시장 방문과 생선가게 할머니의 눈물을 부각시켰다. 하지만, 그 응원으로 위안을 삼기에는 현실의 흐름과는 동떨어져 있다.

이 당선인, '기존의 발상'으로부터 벗어나라

어떻게 할 것인가? '친기업·친시장'이라는 언사는 공허하다. 새롭지도 않다. 따지고 보면 친기업·친시장 정책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도 일관된 정책 흐름이었다. 정치적 공격의 소재로는 활용할 만 했겠지만, 현재의 난국을 타개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김대중 정부가 그랬고, 노무현 정부도 그랬다.

<조선일보>는 이명박 당선인 측이 재계나 외국 자본의 대규모 투자 발표, 노동계와의 대타협 등 국민들이 실감할 수 있는 경제적 돌파구를 결과물로 만들어내야 한다는 데 공감을 이뤘다고 전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새로울 것은 없다. 국내외 기업들이 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좋은 일이다. 당선인 측에서는 규제완화가 그 비책이 될 수 있다고 주술처럼 되뇌고 있지만, 그것이 쉽지도 않을 뿐더러 실효성 또한 의문이라는 것은 이명박 당선인 측이나 국내외 기업들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 부작용을 생각한다면 더욱 그렇다. 노동계와의 대타협 역시 일방적으로는 될 일이 아님은 너무 자명하다. 다른 신문들 역시 대책은 없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와 이경숙 인수위원장이 지난해 12월 28일 오전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경제인 간담회에서 조석래 전경련회장,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회장, 최태원 회장과 함께 박수를 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와 이경숙 인수위원장이 지난해 12월 28일 오전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경제인 간담회에서 조석래 전경련회장,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회장, 최태원 회장과 함께 박수를 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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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당선인이 만난 재래시장 생선가게 할머니의 눈물이 자꾸 떠오르는 이유다. 재래시장을 살리겠다는 그의 약속이 꼭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은 그의 득표수 이상의 바람일 것이다. 그 대책을 내놓기가 그런데 쉽지 않다.

그러자면, 이명박 당선인은 자신을 사로잡고 있는 전혀 새롭지 않은 기존의 발상으로부터 먼저 자유로워져야 할 것 같다. 재래시장의 어려운 현실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도 없고, 그 운명에는 더구나 관심이 없는 미디어의 포위에서도 벗어나야 할 것이다.

이명박 당선인이 재래시장 할머니의 눈물을 마음에 새기고 있다면…, 그 눈물을 닦아주고자 한다면….


태그:#이명박, #재래시장,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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