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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차기 정권은 영어 교육에 있어서 쓰기와 말하기를 중시하겠다고 한다. 특히 2015학년도부터는 듣기와 읽기 외에 말하기와 쓰기 항목을 대학입시 평가대상에 포함시키겠다는 것이다.

차기 정권의 ‘영어 공교육 완성 프로젝트’가 성공하려면 준비를 잘해야 한다. 특히 교사들을 대상으로 영어 글쓰기와 말하기 교수법에 대한 재교육이 필요하다. 미국에서는 정부 예산을 들여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교사들에게조차 ‘영어 교사 글쓰기 교수법 연수’를 철저하게 시키고 있다. 이를 NWP(National Writing Project)라고 부른다.

외국에서 교사들을 대상으로 재교육을 실시하는 상황을 보도한 한 일간지. 이명박 차기 정권의 영어교육강화방안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준비기간을 두고 현직 교사들을 확실하게 재교육할 필요가 있다.
▲ 교사 재교육은 필수 외국에서 교사들을 대상으로 재교육을 실시하는 상황을 보도한 한 일간지. 이명박 차기 정권의 영어교육강화방안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준비기간을 두고 현직 교사들을 확실하게 재교육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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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국어 교사들이 모두 한국어 작문을 잘하는 게 아니듯, 미국의 국어 교사(이를테면 영어 교사)라는 이유로 무조건 영어 작문을 잘한다고 볼 수는 없다. 이 때문에 미국 정부는 ‘영어 교사 글쓰기 교수법 연수’를 실시하여 좀더 나은 영어 작문 지도법을 전파하고 있는 것이다. 글을 써서 의사소통하는 능력은 국가 경쟁력을 키우는 데에도 필요하다고 보고 큰 공을 들인다고 할 수 있다.

미국 영어교사도 '글쓰기' 가르치기 쉽지 않아

미국 고등학교 교사 출신인 김문희씨에게 미국의 ‘영어 교사 글쓰기 교수법 연수’에 대해 들어봤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우리나라 영어 교사들이 영어 글쓰기를 가르치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의 사례가 우리나라 영어 교사뿐만 아니라 국어 교사(논술 교사)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우리말을 글로 쓰든, 외국말을 글로 쓰든, 조리있게 글쓰는 원리는 똑같기 때문이다.

김문희씨는 미국 칼스테이트 노스리지 언어학 석사로, 1998년 미국 공립 캘리포니아 주 교사 임용 자격 시험에 합격한 뒤 홀리내임 컬리지 대학원에서 교사 자격 과정을 이수했다. 그 뒤 글랜부룩 중학교와 마운틴 디아블로 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했다. 김씨는 마운틴 디아블로 교육청의 글쓰기 교사 양성 프로그램 지원교사와 교안작성 개발원으로 임명되는 등 영어 쓰기 교육을 연구하는 전문가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현재 귀국하여 서울 강남 에세이라인에서 영어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다.

미국 고등학교 교사 출신으로 영어 글쓰기 지도 전문가인 김문희씨는 "미국에서는 정부 예산을 들여 영어 교사 글쓰기 교수법 연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고등학교 교사 출신으로 영어 글쓰기 지도 전문가인 김문희씨는 "미국에서는 정부 예산을 들여 영어 교사 글쓰기 교수법 연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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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김문희 씨와 나눈 일문일답 인터뷰.

- (한국어 글쓰기든, 영어 글쓰기든) 우리나라가 쓰기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이 필요한가.
“미국처럼 정부가 국가적으로 영어 교사 글쓰기 교수법 연수 과정(NWP)을 마련해야 한다. 교사 혼자 노력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교육 당국이 나서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공교육이 학생이나 부모의 기대 수준에 못 미치기 때문에 미국 유학을 선호하는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 교육은 암기와 찍기 도사를 만드는 교육 과정이 아닌가 걱정스럽다.”

- NWP는 도대체 무엇인가.
“NWP는 미국이 정부 예산을 들여 현직 교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글쓰기 교수법 연수 과정’이다. 전문적인 글쓰기 교사들을 대상으로 여름방학에 집중적으로 연수시킨다. 캘리포니아 주의 경우에는 캘리포니아 주립대학(University of California)이 주체가 되어 교육한다.

교육받은 교사들은 새 학기가 시작되면 각자 학교로 돌아가 동료 교사들에게 연수 내용을 전수한다. 시범 수업을 보여준 뒤에 어떻게 평가하고 점수를 매기는지, 더 나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어떠한 학습을 시켜야 하는지 조언한다.”

미국은 정부 예산을 들여 영어 교사들에게 글쓰기 지도 교수법에 대한 연수회를 정기적으로 열고 있다. 사진은 미국에서 NWP(National Writing Project)가 실시되고 있는 지역을 빨간 점으로 표시하여 만든 위치도.
▲ 미국 전역의 글쓰기 교수법 연수 지역 위치도 미국은 정부 예산을 들여 영어 교사들에게 글쓰기 지도 교수법에 대한 연수회를 정기적으로 열고 있다. 사진은 미국에서 NWP(National Writing Project)가 실시되고 있는 지역을 빨간 점으로 표시하여 만든 위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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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WP는 언제부터 시작했나.
“NWP는 캘리포니아 주에서 먼저 출발했다. UC 버클리가 1974년에 현지 초·중·고 교사들을 대상으로 이 연수 과정을 시작했다. 미국의 공교육은 K2(한국의 유치원에 해당)에서 12학년(한국의 고등학교 3학년에 해당)까지 있다. 그런데 초등학교에서 대학교까지 철저하게 글쓰기 교육을 한다.”

- 중·고교와 대학교가 서로 협력하나.
“중·고교 교사들과 대학 교수들이 참여하여 체계적으로 진행한다. 유치원에서부터 16학년(한국의 대학교 4학년에 해당)까지를 대상으로 하는 단계별 글쓰기 훈련 프로그램이 있다.”

- 미국 정부는 NWP에 많은 예산을 투입한다고 들었다. 어느 정도로 지원하는가.
“교장이 아니라서 정확한 지원금은 알 수 없다. 여름방학 내내 진행되는 비용을 생각할 때 상당한 액수를 투자할 것이다. 미국은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있다. 연방정부에선 ‘Department of Education’이란 기구에서 글쓰기 교육을 주도하고 있지만 각 주 별로도 실시하고 있다.”

NWP, 46개 주·160개 학교에서 진행

- NWP는 얼마나 많은 지역에서 실시하고 있는가.
“미국 46개 주, 160개의 학교에서 진행하고 있다. 연수 장소는 각 대학 시설이나 교육청 사무실을 활용한다. 대학에는 기숙사도 있기 때문에 그런 시설을 활용하여 여름방학 때 워크샵을 한다.”

- 우리나라도 글쓰기 교사 연수를 하는 게 좋겠는가.
“미국처럼 대학과 연계해서 실시하는 게 좋다. 중·고교만 따로 하지 말고, 대학 교수들과 글 잘 쓰는 사람들이 협력하여 세미나를 열면 된다. 교사들이 글도 써 보고 채점도 해 보고, 평가도 해 봐야 한다. 이 세 가지를 교사들이 모두 해 보아야 한다. 나는 이런 식으로 글쓰기 지도 방법을 배웠다.”

미국에서 영어 글쓰기 교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NWP(National Writing Project)의 누리집(홈페이지).
▲ NWP 누리집(홈페이지) 미국에서 영어 글쓰기 교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NWP(National Writing Project)의 누리집(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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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WP가 얼마나 좋은 성과를 냈나.
“결과를 보면 NWP의 워크샵에 참여했던 교사들이 가르치는 반의 학생들이, 참여하지 않았던 교사가 가르치는 반의 학생들보다 훨씬 우수한 성적을 낸다고 한다. 캘리포니아 주에서 NWP에 참여했던 교사가 지도한 반과 그렇지 않은 반을 비교해서 평점을 냈다고 한다. 그런데 전자에 속한 학생들이 6.0점 만점을 기준으로 할 때 평균 점수가 0.612점 높았다고 한다. 이 정도면 정말 큰 차이다.”

- 신빙성 있는 결과인가.
“한 두 명이 아니라 수천 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평가했기 때문에 그 결과를 일반화할 수 있다. 평균 4.0점 정도 나오면 잘하는 반이다. 낮은 반의 평균 점수는 3.0점 정도다. 보통은  평균 3.75점이 나온다. 학부모의 학력이 좋을수록 자녀의 점수도 높다.”

- NWP에 참가한 교사들에게 수당을 지급하나.
“수당이 나오는데 정부에서 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 한 학교를 기준으로 본다면 교사들의 참여율은 어느 정도인가.
“교장이 관리하기 때문에 글쓰기 담당 교사들이 모두 간다. 글쓰기 교사에게 임명장을 주기 때문에 별 것 아닌 것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교사들에게는 책임감을 느끼게 한다.”

- NWP에 참여했던 경험을 말해 달라.
“나는 글쓰기 교사로서, 글랜부룩 중학교 교장이 임명한 글쓰기 교사 양성 프로그램의 일원으로 일했다. 또한 마운틴 디아블로 고등학교에서 일반 영어 과목을 가르칠 때 동료 교사들과  함께 워크샵에 참여했다.”

- 구체적으로 워크샵이 어떻게 진행됐나.
“방학 때 2주 동안 매일 6~7시간 모여서 강의를 듣고, 모의 수업을 했다. 글쓰기 교수법에 관한 인터넷 웹사이트를 만들기도 했다. 글쓰기 프로젝트를 잘 만드는 동료 교사는 상도 받았다. 보통 쓰기 교육을 많이 해 본 교사가 나머지 교사들을 지도한다. 한마디로, 다음 학기에 학생들을 좀더 알차게 가르칠 수 있는 방법을 훈련하는 것이다.”

- 대학 교수도 강사로 참여하나.
“연수 기간 중 두세 번 정도 교수들이 강의한다. 교수들도 연구를 굉장히 많이 해 온다. 보통 대학교 수업 경험을 바탕으로 가르쳐 준다.”

- 교수들은 어떤 내용을 지도해 주나.
“교수들은 글쓰기 예문을 많이 가져와 보여준다. 학생 글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 글을 고쳐줄 때 조심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11가지의 문법을 바탕으로 학생 글을 분석하는 연습도 한다. 두 명의 교사에게 같은 학생의 글을 준 뒤 11가지의 점검항목 중 몇 가지를 지적하는지 비교하게 하기도 한다. 최대한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평가기준은 '내용'

- 글쓰기 평가는 어떤 식으로 하나.
“12개의 평가 항목이 있다. 내용이 튼튼한가, 문법에 맞게 썼는가, 적절한 부사를 몇 번이나 썼는가, 은유법과 반어법을 알맞게 사용했는가 등에 대해 점수를 매기는 항목이 있다. 그래서 전체 점수가 몇 점인지 결정한다. 한 학생의 글을 두 명의 교사가 읽는데 보통 6.0점이 만점이다. 두 교사의 평가가 0.5점 정도 차이나면 그냥 둔다. 1점 정도 차이나면 제 3의 다른 교사가 다시 채점한다. 세 교사의 채점을 바탕으로 평균 점수를 준다.”

- 학생들에게도 평가 기준을 알려 주는가.
“물론이다. ‘너희들의 글쓰기가 이런 기준으로 평가된다’고 말해 주면 학생들이 거기에 맞춰 쓰려고 노력한다.”

- 가장 중요한 평가 기준은 무엇인가.
“첫 번째 평가 기준은 ‘내용’이다. 범인류적인 내용으로, 보편타당하고 그 누가 읽어도 도움이  되는 교훈을 담았는지 우선적으로 본다. 그 다음은 서론, 본론, 결론과 같은 ‘글의 구성’이다. 적절하게 접속어를 썼는지, 논리에 맞게 문장들을 연결했는지 글의 구조를 살펴본다.

- 그 다음에는 무엇을 평가하나.
“세 번째로 표현력, 어휘력이 적절한지를 ‘문법적인 측면’에서 본다. 영어는 한글과 달리 ‘,(콤마)’ 찍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대문자로 쓰는 것과 단락 나누는 것, 그리고 콤마 찍는 것이 큰 평가의 기준이다. 세부사항으로는 은유법과 직유법과 같은 표현기법을 사용하여 문장을 유연하게 만들었는지 확인한다.”


태그:#영어 교육, #글쓰기, #작문, #영어몰입교육, #논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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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출신 글쓰기 전문가. 스포츠조선에서 체육부 기자 역임. 월간조선, 주간조선, 경향신문 등에 글을 씀. 경희대, 경인교대, 한성대, 서울시립대, 인덕대 등서 강의. 연세대 석사 졸업 때 우수논문상 받은 '신문 글의 구성과 단락전개 연구'가 서울대 국어교재 ‘대학국어’에 모범예문 게재. ‘미국처럼 쓰고 일본처럼 읽어라’ ‘논술신공’ 등 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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