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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의 사망 선고를 추모한다"

 

2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 앞에선 추모곡이 울려퍼졌다. '인권'의 사망을 추모하기 위한 '님을 위한 행진곡'이었다.

 

국가인권위원회를 대통령 직속기구화하겠다는 인수위의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한 비판이었다.

 

이날 오후 3시 독립문 앞에 선 장애인, 성소수자 등 인권단체 회원 30여명은 "인권을 쥐락펴락하지 말라"고 외쳤다.

 

이들은 이어 독립문 앞에 '인권위의 대통령 직속기구화를 반대한다, 독립적인 인권위를 보장하라'는 거대한 펼침막을 내걸었다.

 

이들의 손에는 '인권은 정권의 하수인이 아니다', '날뛰는 인수위, 널뛰는 인권' 등의 피켓을 들렸다. 이들은 "인권위의 직속기구화는 인권 후퇴의 신호탄"이라고 밝혔다.

 

"전국토 삽질도 부족해 인권도 삽질?"

 

이들이 당초 독립문에 올라가 펼침막을 내걸기로 했다. 3시 20분께 독립문으로 향했지만, 독립문 위로 올라가는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이들은 결국 굳게 잠긴 독립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위는 꼭 독립적이어야 한다"며 "인권은 정치의 도구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미류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는 "전 국토의 삽질도 부족해서 인권도 삽질하느냐"고 말했다. 이어 "억압당하는 사람들의 권리를 보장하지 않으면 사회의 존재 의미는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금까지 인권침해는 국가기관에 의해 저질러졌다"며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별 고민 없이 인권 침해하기 좋도록 직접기구화를 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발언대를 잡은 류은숙 '인권연구소 창' 활동가는 "자신의 하소연을 들어주는 유일한 국가기구인 인권위는 국민의 염원"이라고 밝혔다. 이어 "인권위에 무슨 문제가 있어 자신들의 수하에 가져가려고 하느냐"고 외쳤다.

 

 

이어 불교인권위원회의 명진 스님이 기자회견문을 통해 "인권위의 독립성을 훼손시키는 인수위의 방침을 철회시키기 위해서 인권운동가들이 2월 1일까지 1차 집중투쟁에 돌입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권위가 사형제 및 국가보안법 폐지 권고, 양심적 병역 거부권 인정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 미흡하나마 정부의 눈치를 보기보단 인권의 편에 섰다"며 "그것은 인권위가 독립적인 위상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인권위가 대통령 직속기구로 변화된다면, 인사, 예산, 운영 등에 대통령의 입김이 미칠 수밖에 없다"며 "사형제 존치를 주장해 온 대통령 밑의 인권위가 사형제 폐지를 천명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명진 스님은 마지막으로 "7년 전에도 칼바람과 눈보라 속에서 단식을 하며 독립된 인권위 설립의 씨앗을 뿌렸듯, 다시 독립된 인권위를 지켜내는 투쟁을 한걸음도 물러서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날 저녁, 인권단체 활동가 20여명은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노숙농성에 들어갔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 대한 경찰의 엄격한 통제는 많은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경찰은 "인권단체 회원들이 피켓을 들고 노래를 불렀으니 기자회견이 아니라 집회"라며 여러 차례 해산 명령을 내렸다.

 

경찰은 마이크와 스피커를 뺏으려 했고, 이 과정에서 장애인들을 비롯한 인권단체 회원들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 "국가인권위 대통령직속기구화 반대한다" 24일 오후 서대문구에 위치한 독립문공원에서 인권활동가 30여명이 "국가인권위원회 대통령직속기구화 반대한다"고 적히 대형현수막을 펼치며 기습시위를 벌였다.
ⓒ 김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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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 #정부조직 개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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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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