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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대 대선을 관통하는 가장 큰 화두는 ‘경제'였다. 국민들의 경제 성장에 대한 열망은  ‘경제대통령' 이미지를 내세운 후보를 당선인으로 만들었다. 여기 대통령 후보는 아니지만 죽어가는 전북 경제를 살리겠다며 고향으로 돌아온 사람이 있다. 바로 이재영 전 이노비즈협회 회장이다.
 
이 회장은 대기업 대표이사 자리를 박차고 나와 40대 초반의 나이에 창업을 해, 현재 6개 우량 중소기업의 회장(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다. ‘남 부러울 것 없는' 그이지만 그는 단호히 ‘고향 앞으로'를 외쳤다. 전북 경제를 살리고 싶다는, 전북의 인재를 길러내고 싶다는 그의 열망 때문이다.
 
“나는 도전을 즐기는 타입”

-대기업 계열사 사장을 그만두고 기업을 창업했다. 그래서 지금은 5~6개의 유망 중소기업의 회장직을 맡고 있다. 처음에 굳이 어려운 길을 택한 이유가 무엇인가.
"나는 기득권 향유보다는 새로운 도전을 즐기는 타입이다. 대기업 계열사 회장을 하던 시절에 나랑 일하던 사람이 900명이었다. 30대 초반에 기획담당이사였으니 좀 쎈 자리지 않았겠나.(웃음) 하지만 어느 날 미래는 이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하나 희생해서 새로운 기업,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시 시작하게 된거다."
 
-중소기업을 차린 것도 모자라 기술혁신형 중소기업 모임인 이노비즈 협회장을 역임했다. 기술혁신에, 혹은 중소기업에 특별한 의미를 두는 이유가 있나?
"내가 다른 모임의 회장직은 안맡았다. 하지만 기술혁신형 중소기업 모임인 이노비즈 협회장은 했다. 이미 대부분의 산업분야에서 중국에 거의 따라잡혔다.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중소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기술혁신밖에 없다. 그 중요성을 알기에 기술혁신협회장을 맡았다. 기술혁신협회는 OECD 국가밖에 못한다. 꾸준한 기술혁신을 통해 수많은 선진 기업들 속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경영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에게 감사패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떻게 받게 됐나.
"지난 89년에 대리로 근무하던 시절, 노사간의 분쟁이 일자 사측과 조합원 측을 왔다갔다 하면서 조정을 성공시켜 받게 됐다. 노조에게서 감사패를 받은 것은 내가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시 똑같은 문제를 가지고도 왜 입장이 다를까하는 고민이 들어 직접 데모현장에 가서 일부러 최루탄을 맞아 가면서 고민했다. 무엇이든 상대의 입장이 되어봐야 알 수 있다. 나는 지금 노사문제가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보통 한쪽은 회사측, 한쪽은 노조측이라고 하는데 그건 아니다. 둘다 회사측이다. 한쪽은 경영을 대표하는 거고 하나는 조합원을 대표하는 거, 그게 차이점이다. 한쪽을 회사측 노조측 이렇게 하면 한쪽이 배반자가 되버린다. 그건 아닌 것 같다. 이게 나의 경영철학 중 하나다."
 
“후배들의 후견인이 되어주고 싶다”

-고향이 전주인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계기로 내려오게 되었나.
"나는 참 모자란 사람이다. 능력에 비해 과분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모두 주변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제 내가 후배들에게 도움을 줘야하지 않겠나 하는 소명의식을 느껴서 내려오게 됐다. 내가 후배들의 후견인이 되어주겠다."
 
-앞서 “후배들의 후견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어떤 의미인가.
"누가 끌어주고 밀어주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진로가 많이 바뀌더라. 미래를 위해 후배들을 양성하는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내 아들을 위해서다. 내 아들이랑 30살정도 차이가 나는데 내가 은퇴할 때쯤 우리 아이는 사회의 중반쯤에 접어들었을 거라고. 내가 현재의 후배들을 키워놓으면 이 후배들도 우리 아들을 또 키워주고 할 것 아닌가. 앞으로의 미래는 소셜 네트워크(social network) 시대로 갈 것으로 본다."
 
“지금 상태는 고목나무 진액 빨아먹고 있는 꼴”

-전북을 위해 일하기 위해선 현재의 상황을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상황을 어떻게 보고있나?
"전북이 185만이 조금 안된다. 보통은 200만이라고 한다. 그럴 필요 없다. 전에는 250만까지 갔지만 도세가 약해져서 지금은 어려운 거고, 전주도 인구가 63만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보면 62만5천쯤 되는 것으로 안다. 시 예산도 그렇게 많지가 않다.

 인구가 바로 경제다. 앞으로 전북 도민이 150만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수도권은 현재 2100만인데 곧 2500만이 된다. 사람들이 돈 있으면 여기서 집을 안 산다. 저기 서울에다 사려고 하지. 지금 이러한 형태는 고목나무 진액 빨아먹고 있는 꼴이다. 전북사람들이 이대로 어떻게 살겠냐는 거다.

경제가 거시적으로 살아난다고 해도 그게 중견기업이나 중산층이나 중소기업엔 오질 않기 때문에 체감으로는 살아나는게 아니다. 현재 음식점이 몇 갠가. 등록된 업체만해도 70명당 하나 꼴이다. 여기 전주는 더 많을 것이다. 아이들은 집에서 먹으니깐 엄마아빠만 밖에서 먹는다 치고 35명당 하나다. 아침 점심 저녁을 다 밖에서 먹어야 이 식당들이 겨우 돌아간다. 이건 악순환의 연속이다. 우리나라 자영업자 수가 현재 28%, 나중엔 32%까지 예상이 된다고 한다. 다른 선진국을 보면 13~15%다. 선진국과의 차이인 이 15%를 어떻게 할거냐는 것이 문제다.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야 된다. 일자리 창출 못할 경우엔 다 망하는거다. 그럼 양극화가 더 커질거다. 양극화는 경제규모가 커질수록 더 쉽게 나타날 수 있는 경제상황이고."
 
-전북엔 기업이 별로 없다.
"전북에 있는 기업은 대부분 지사가 많다. 광주는 지부고. 왜 그렇게 되나. 전주가 옛날에 4대 도시였지만 지금은 경제 자립도가 33%밖에 안된다. 지금도 전주가 양반이다 하는데 그것도 좋다. 하지만 그것도 경제에 맞게,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게 해야 하는 거다.  나 혼자 가진다고 될 수 있는게 아니라 경제 규모가 되어줘야 한다. 보통 이코노미 스케일(economy scale)이라고 하는 그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사업을 할 때 컨셉을 잡는데 실제로 안되는게 컨셉이 맞아도 경제규모가 안되면 안되는 거다. 누군가 리드하고 서포트 해줘야되는 거고 그게 성장통이라는 거다.
 
우리는 안타까운 것 중 하나가 평등이 아닌 균등이라는거다. 너는 어느 대학교 하면 다 끝난다. 고등학생이, 대학생이 어떻게 어느학교냐로 인생이 다 결정나나. 교육은 평생 이루어지는 거다. 세상은 변하고 있다. 잠재력을 키우는 사람이 훌륭한 사람이다. 주구장창 영어공부하는 사람은 많은데 막상 시켜보면 못한다. 영어가 왜 중요한가. 세상은 인포메이션(information)시대다. 정보를 습득하기 위해서 영어가 필요한거다."
 
-전북이 살 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전북이 갈 길이 뭐냐면 전통문화의 도시도 좋지만 다음은 이 호남권이 행정복합도시가 되고 군산권 개발되고 새만금되고 여기를 소규모건 중규모건 파이낸싱(financing)과 교육, 행정의 도시로 만드는 게 살길이다. 내가 볼 땐 그렇다. 구 시가지가 다 망해가고 있다. 신시가지로 누가 들어오나. 구시가지 살던 사람들이 오지. 그럼 구 시가지는 시골에서 끌어다 메우나? 그럼 시골 다죽는다.

새로운 컨셉이 중요하다. 지금은 교통 통신이 발달해서 어디든 통할 수 있다.. 근데 우리는 아직도 시야를 좁게 보고 있다. 시야를 넓혀야 한다."
 
-시야를 넓혀야 한다고 했다. 좀 더 설명해 주겠나?
우리가 미국에 가면 보스톤, 뉴잉글랜드지방, 텍사스 다들 의미가 있다. 그럼 여기선 어떤 의미가 있나. 우리가 공원, 테마파크 만든다고 하잖나. 방법의 차이다. 요즘 누가 고정비용을 들여가면서 공사를 하나. 테마파크를 만들려면 이동형 테마파크를 만들어야 한다. 캐나다의 서커스단도 그렇게 했기 때문에 성공한거다. 여기(전주)에서 기획을 하고 그걸 여기저기 팔아먹음으로써 성공할 수 있다. 전주시 인구만으로는 돈을 벌 수가 없다. 부산, 대전, 대구, 서울 갔다가 전주와도 된다. 여기서 기획력만 갖고 있으면 다 전북 것인 거다.

항공 우주산업을 키우는 것도 맞는데, 그 전에 항공 페스티벌을 해야 된다. 그런 걸 하려면 넓은 공간이 있어야 된다. 타 지역에서 11월쯤에 하지 않나. 여기서도 할 수 있다. 높은 건물도 없고, 여기는 천연요새다.

어떤 외국인이 하는 말이 한국이 미의도시 5000년 역사의 도시 그러는데 종로의 역사가 어디에 있냐 묻더라. 인위적으로라도 만들 필요가 있다. 오사카 성에 갔더니 양철판이 도금 되어 있었다. 만들어야 된다.

핀란드 노키아가 왜 성공했을까. 핀란드는 550만밖에 안되지만 세계화로 가서 성공한거다. 전주, 전북에 중심을 두고 밖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중소기업의 ‘대부'로서 전북의 중소기업들에게 어떤 도움을 주고 싶은가.
"우선 멘토링하고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 작업들이 많은데 그걸 좀 해야 할 것 같다. 중소기업 공동화 브랜드를 만드는 작업도 이루어져야 하겠고 멘토라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
 
“나는 대학생들과의 대화를 즐긴다”

 
-젊은 사람들과의 대화를 즐기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대학교에서도 수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무리 바빠도 대학생들과 토론하거나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간담회도 많이 했고. 내가 학교를 다니면서 보면 후배들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든다. 넓은 초원과 자연 속에서 살아가야할 젊은이들이 그러질 못하고 있다. 처칠은 어렸을 적 드넓은 초원과 벌판이 있는 곳에서 자랐다고 한다. 그는 그 속에서 큰 꿈과 야망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의 우리 아이들은 전용면적 24평이하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 아이들이 어떤 꿈을 가질 수 있겠나. 지금은 크리에이티브가 중요한데 교육이 너무 애들을 옭아매니까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할 겨를이 없다. 그러니까 나는 젊은이들에게 멘토링을 해주고 싶다."
 
“여러 사람의 꿈은 현실과 미래다”

 
-많은 대학생들이 중소기업을 피하고 대기업과 공무원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전북을 비롯한 지방대학생들은 더욱 심하다. 이 회장도 과거 대학생 간담회를 수차례 주관했던 것으로 안다. 취업을 앞둔 대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꿈과 희망을 가져라. 꿈을 가지는 데에 끝나지 않고, 한 사람의 꿈은 꿈에 지나지 않지만 여러 사람의 꿈은 현실과 미래다. 그런데 꿈을 갖게끔 그걸 보여줘야 한다. 우리가 연예인을 보면 환상이라고 하지않나. 카피다. 그럼 내가 다른 후배들에게 환상이 되어줄 수 있다면 되어주겠다. 후견인이 되어 주고 싶다. "
 
-이 회장은 솔빅스테크놀로지에서 바자회를 열어 수익금과 커피자판기 운영비를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하는 등 선행에도 앞장서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웃들을 돕는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
"계기라기 보다는 아이들을 좋아한다. 아이들이 바로 이 나라의 미래다. 그래서 아무리 바빠도 연간 3회 이상은 아이들이 있는 병원과 보육원 등을 찾아 나선다.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이유에서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더 한다면.
"지금 이 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 그만큼 후회 없는 삶을 살아야한다. 특히 젊은이들은 많은 실패와 도전을, 우리 기성세대들은 젊은이들이 실패했을 때 그걸 담아주고 막아주는 역할을, 그것이 바로 기성세대의 몫인 것 같다." 
 
1시간여의 인터뷰동안 이 회장은 쉴 새 없이 자신의 생각을 쏟아냈다. 중소기업을 살리고, 인재에 대한 과감한 투자. 그리고 기술혁신과 가치창출. 바로 이 회장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이다. 그는 돌아왔다. 남들이 모두 ‘죽어간다'며 떠나는 전북의 경제를 살려보겠다고 돌아왔다. 그는 항상 새로운 도전을 즐겼다. 이번 도전이 어떠한 결과를 낳을지, 전북 경제를 얼마나 살릴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중소기업에 잔뼈가 굵은 ‘대부'의 움직임이기에 그를 주의깊게 지켜보지 않을 수 없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선샤인뉴스(sun4in.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이재영, #이노비즈, #CEO, #선샤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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