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11월 9일 홍대 롤링홀. 어두운 무대 위로 안개가 깔리고 갑자기 '오빠! 아빠를 난장이라 부르는 악당은 죽여버려!' 라는 어리둥절한 나레이션이 흘러나온다. 관객들의 시선이 무대 위로 고정될 무렵 두 손을 높이 든 두 청년이 걸어 나온다

파워19데이 행사에서
 난쏘공을 부르고 있는 그들.
▲ 11월 19일 홍대 롤링홀 공연 파워19데이 행사에서 난쏘공을 부르고 있는 그들.
ⓒ 박대근

관련사진보기


추운 겨울밤 홍대클럽을 뜨겁게 달구었던 이 노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하 난쏘공)이란 노래의 주인공들은, 무대 위에서 '한달 후 면 이십대 중반으로 접어든다'고 너스레를 떨던 차상협(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3)씨와 안제규(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3)씨다.

그들의 노래는 먼저 둥지를 떠나버린 친구들에 대한 미련과 그래도 변치 않는 희망을 이야기하는 곡으로서 소위 돈과 지위, 여자만을 이야기하는 '귀족힙합'이 만연한 가요계에, 아래로부터 시작되는 힙합정신을 다시금 일깨워 주는 노래로 평가받고 있다.

오랜만에 나온 해가 반가워 지는 어느 날 그들의 작업실에서 전사들을 만났다.

제목이 참 특이한데요 혹시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이란 노래제목에 담긴 의미가 있습니까?

차상협 "고등학교 때 동명의 책을 읽고 참 감명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리고 힘들게 살고 있는 내 이웃들, 5·18의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책 속에 나오는 난장이의 모습과 우리의 모습이 전혀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단지 키만 컸을 뿐이지
88만원 세대로 대표되는 우리의 모습, 또 제발 경제를 살려달라고 외치는 서민들의 모습, 돈이 없어 무대를 떠나는 친구들의 모습. 이 모든 게 저로 하여금 다시 난장이가 생각나게 했습니다. 지금도 여기저기서 돈 학벌 취업 차별에 죽어가는 난장이들의 외침이 이 노래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 혹시 민중가요를 접해 보신적은 있는지?
차상협 "처음 접했던 것은 고등학교때 제가 나온 한빛고등학교에서 5·18을 기리며 망월동 묘지까지 비를 맞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걸어갔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듣고 불렀던 그 노래가 저에게는 굉장한 충격이었습니다. 대학에 들어온 이후에도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혹은 술자리에서 즐겨 부르고 있습니다 이제는 잘 부르지 않지만 제가 학교에 입학할때만 해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불렀거든요."

- 그렇다면 민중가요에 공감한다는 것인가요?
차상협 "광주에서 고등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5·18을 비롯, 4·3항쟁 그리고 동학농민운동을 보다 자세히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대학에 들어와서 좀 더 자세히 공부하다 보니까 참 말도 안 되는 일,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일 등이 실제로 일어났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분노할 수밖에 없었고 그들과 하나 되어 노래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노래를 부른다는 것이 곧 공감한다는 것이겠지요."

- 집회에 참여하거나 억울한 일을 당한 경험이 있었나요?

차상협 "운동권은 아니었지만 대학 입학 때만 해도 이라크 전쟁문제와 더불어 노동자들이 분신하는 살벌한 시대였어요. 선배들이나 친구들은 일주일에 한번씩 꼭 경찰서 밥을 먹었고 전쟁에 반대해 휴강도 했습니다. 교정은 전쟁을 반대한다, 노동자를 살려내라는 목소리로 가득했고 그런 분위기에서 노래를 했습니다. 오히려 학교보단 집회 출석률이 높았는데 제가 무슨 사상이나 생각이 투철해서가 아니라 이건 아니다 라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는 작지만 목소리를 내고 싶을 뿐이었습니다. 맞고 쫓기긴 했지만 그때 기억은 지금의 저를 이루는 아주 중요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작업실에서 인터뷰에 응하고있다.
▲ 작업실에서 안제규(22,성공회대신문방송학과) 와 차상협(24,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작업실에서 인터뷰에 응하고있다.
ⓒ 박대근

관련사진보기


난쏘공은 어떤 노래입니까?
 안제규 "대학생활을 하다 보니 음악을 하고 싶은데 현실의 벽에 부딪혀 떠나가는 친구들을 보고 가슴이 많이 아팠습니다. 저조차도 군대라는 문제 때문에 많은 시간을 고민과 술로 보낸 적이 있었는데 난쏘공은 그런 떠나가버린 친구들과 꿈에 대한 미련을 담은 노래이고, 또 돌아올 수 없다면 돌아봐달라고 외치는 하나의 희망까지 말하는 노래입니다. 또한 난쏘공은 불현듯 저희에게 찾아온 시(詩)와 같은 노래입니다. 마치 고통받던 사람들이 이 노래를 매개로 하여 더 많은 사람들에게 진실을 알리고 소통할 수 있도록 하게 한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요즘 대학사회의 문화를 보면 사회비판의식이 강한 민중가요라든지 문화선동 같은 것들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대신해 클럽문화라든지 소비지향적인 문화가 자리매김하고 있는데 이런 문화의 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안제규 "시간은 흐르기 마련이고 현 시대를 살아가는 대중들의 기호는 변하기 마련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문제인 역사문제라든지 비정규직 혹은 청년실업문제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클럽문화라든지 명품선호와 같은 소비지향적인 문화는 이런 중요한 문제들을 해결하기보다는 회피하게 합니다. 잘못된 것은 비판하고 바로 잡을 줄 알아야할 대학생들이 그런 문화에 눈을 감아버리는 것도 매우 안타깝습니다. 어떻게든 이런 문제를 비판하고 해결해야하는 데 언제나 소통이 없는 공간에서 빈 술잔만 가득 한 게 요즘 대학이란 생각이 듭니다"

- 그렇다면 이런 시대에 난쏘공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차상협 "중요한 것은, 그렇다고 해서 옛날의 방법으로는 아무 것도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집회에서 언제까지나 무작정 투쟁을 외치는 것에 젊은이들은 반응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요구를 말할 수 있고, 열정을 발휘 할 수 있는 '판'이 중요한데 저는 그 점이 항상 아쉬웠고 그래서 젊은 사람들도 공감할 수 있는 노래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런 점이 난쏘공의 가장 큰 존재의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 앞으로 어떤 활동계획이 있으십니까?

안제규 "나이 먹어갈수록 멀어지는 친구들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대로 현실에 수긍해야하는지 아님 더 싸워야하는지 고민이 들고, 부끄럽지만 노래를 부를 때도 떠날 줄 모릅니다. 고민과 고민의 연속이죠. 하지만 전 문화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 합니다. 비록 저희 노래는 미약하겠지만 상대가 아웃복서라면 우리는 인파이터로, 상대가 인파이터라면 우리는 아웃복서로 변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변하지 않기 위해 변하라는 말도 있듯이 저희 노래로 바뀐 세상에 변칙적인 어퍼컷을 날렸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난쏘공은 시작 일뿐입니다."

인터뷰 내내 교정 가운데 서 있는 나무에서 낙엽이 떨어지고 있었다. 겨울이 오면 사람들은 한겹 두겹 옷을 껴입는데 나무는 반대로 다 벗어던진다. 나무는 잎들을 땅으로 되돌려 보내는 일만이 차갑고 어두운 겨울을 나고 나서 더욱 밝고 건강한 나무가 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집으로 사람의 능력을 평가받는 이 시대에 감옥보다 더 답답한 대학 안에서 돈 명예 성공을 버린 그들의 외침은 마치 쓸쓸하게 겨울을 맞이하는 나무를 보는 듯하다. 점점 소비문화에 익숙해지고 같이 고민해야할 문제들에 대해 무관심한 우리 대학생들에 비하여 88만원세대의 굴레에서 벗어나 욕심을 버리고 미련 없이 노래하는 그들의 모습은 오히려 자유로워 보인다.

자유롭게는 살되 아무렇게는 살지 않는 그들의 젊음이야말로 88만원세대라는 멍에을 헤쳐 나가는 지름길이 아닐까?

▲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공 (홍대 공연) 홍대 롤링홀에서 노래를 부르고있는 차상협 군과 안제규군
ⓒ 박대근

관련영상보기



태그:#난쏘공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