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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 50분 KBS 시트콤 <못 말리는 결혼> → 7시 20분 SBS 드라마 <그 여자가 무서워> → 7시 45분 MBC 드라마 <아현동 마님> → 8시 20분 MBC 시트콤 <김치치즈 스마일> → 8시 25분 KBS 1TV 일일연속극 <미우나 고우나>···.

 

6시 50분부터 지상파 방송 3사의 숨 막히는 드라마 행진이 이어진다. 9시 뉴스로 잠시 한숨 돌린 시청자는 또다시 10시부터 시작하는 방송 3사의 드라마를 보게 된다.

 

최근 주 시청시간대의 드라마 집중 편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SBS는 지난달 8일 교양 정보 프로그램을 편성한 오후 7시대에 일일드라마 <그 여자가 무서워>를 편성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MBC는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오후 7시 45분에 일일드라마 <나쁜 여자 착한 여자>를 편성하고 연이어 시트콤을 편성해오고 있다. KBS도 지난 5일부터 6시 50분에 일일시트콤 <못 말리는 결혼>을 신설하며 7시대 드라마 경쟁에 가세했다.

 

2005년까지만 해도 8시 30분에 일일드라마를 방송하고, 10시대 드라마를 방송하던 지상파 3사가 최근 경쟁하듯 드라마 시간대를 앞당기고 있다.

 

'시청률 잡기'는 방송사들이 앞 다퉈 드라마를 편성하는 주된 이유다. SBS 편성기획팀과 드라마국 관계자는 일일드라마 편성 이유 가운데 하나로 "시청률이 잘 나오지 않는 SBS 7시대 시청률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SBS 측의 기대는 현재 어느 정도 실현되고 있다. <그 여자가 무서워>는 5%로 시작해 현재 10%를 조금 넘는 시청률을 보이고 있다. 한동안 KBS에 일일저녁드라마의 주도권을 빼앗겼던 MBC 역시 <아현동 마님>이 20% 안팎의 시청률을 보이며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지상파 방송의 드라마 확대 편성 경향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프로그램의 다양성 상실'과 '공익성 훼손'이 문제로 지적된다. 

 

홍성일 문화연대 미디어문화센터 운영위원은 최근의 드라마 확대 편성 경향은 "방통융합 논란, 중간광고 논란과 분리되지 않는 문제"라며 "다매체다채널 상황에서 점차 수익이 감소하고 있는 지상파 방송사가 수익을 확보하려는 일종의 자구책"이라고 진단했다.

 

홍 위원은 그러나 "방송사들이 그 와중에 부담스러운 공익성, 공공성의 가치를 점차 덜려 하고 있다"며 "교양, 시사보도, 예능의 적절한 균형은 방송의 공익성을 위한 전제조건임에도 드라마 중심의 편성전략으로 인해 공익성이 훼손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KBS의 경우 오후 6시부터 12까지를 기준으로 2004년엔 총 10개의 프로그램 가운데 3개, 2005년과 2006년엔 10개 중 2개가 드라마였지만, 올해는 8개 가운데 2개를 드라마로 채우고 있다. 

 

이만재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연구원도 "우리나라 지상파 방송사 편성에서 드라마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6.9%로, 10.9%(2005년)인 일본보다 월등히 높다"며 "시청률 높이기에만 급급해선 공익성은 뒷전에 밀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강윤경 민주언론시민연합 간사는 "뉴스 앞뒤에 다 드라마만 편성돼 있다"며 "지상파 방송의 역할은 여러 문화를 보여주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사람들이 그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인데 지금은 시청권을 무시하고 프로그램을 선택해서 볼 수 있는 권리를 빼앗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 간사는 "전파를 이용해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으로 드라마가  사용되고 있다"며 "특히 형식, 내용면에서 자극적인 설정으로 시청자들의 눈길 잡기에만 급급한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도 큰 문제"라고 말했다.

 

7시대까지 내려온 드라마.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어 보이지만, 지상파 3사가 언제 또 파격을 선보일지 지켜볼 일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 PD저널 >(http://www.pdjournal.com)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태그:#드라마, #일일드라마, #TV드라마, #방송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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